[새 영화] 'M'
몽환적인 화면·소리로 남자의 심정 그려내

영화 (감독 이명세ㆍ제작 프로덕션M)은 꿈에 대한 영화다. M은 ‘몽’(夢)이고 첫사랑 ‘미미’(이연희)이고 주인공 ‘민우’(강동원)이다. 민우가 ‘뮤즈’ 미미에 대한 잃어버린 기억 한 조각을 안개 속을 헤매듯 찾아다니는 영화다. 장르적으로도 ‘미스터리’와 ‘멜로’를 반복하며 ‘M’의 향연을 펼쳐낸다.

< M>은 보는 동안 꿈을 꾸듯, 몽롱하고 알 수 없는 힘으로 관객을 이끈다. 영화가 끝난 뒤에는 콩닥콩닥 가슴이 뛰며 첫사랑에 대한 기억의 한 조각을 슬며시 끄집어내게 만드는 영화다.

< M>은 첫사랑을 찾아 헤매는 남자의 기억을 빛과 소리의 해체와 결합을 반복하며 상당히 ‘영화적’으로 풀어낸다. 하지만 영화의 마무리에는 퍽 현실적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꿈은 결국 현실의 반영이기 때문이다.

< M>은 소설가 민우의 꿈과 민우의 마음 상태를 그대로 따라간다. 소설로 치자면, 전지적 작가 시점이라기 보다는 1인칭 주인공 시점인 셈이다. 누군가 자신을 쫓는 느낌에 예민해지지만 어느 길모퉁이를 계속 돌고 돌며 알 수 없는 무엇인가를 찾아 헤맨다.

누구나 꿔 봤을 법한 꿈. 민우의 현실과 꿈과 기억의 저장공간처럼 보이는 일식집 장면은 단연 무릎을 치게 만든다. 뚱뚱한 편집장이 에어컨을 끄고 선풍기를 틀자 그의 목소리는 테이프 늘어진 듯, 괴물의 목소리처럼 들린다.

민우는 글을 빨리 써달라는 독촉에 편집장에게 마구 소리를 지르지만 실제로는 얌전하게 “네”라고 말할 뿐이다. 카메라가 밀고 당기는 것이 아니라 일식집 벽이 다가왔다 멀어지는 영상은 일식집에서 비슷 비슷하게 반복되는 원치 않는 현실을 더욱 양감있게 그려냈다.

소리의 변주는 ‘선풍기 목소리’만이 아니다. 정훈희의 (이명세 감독은 의 영어 ‘미스티’ 역시 ‘M’이라고 했다)는 민우가 이끌리듯 들어간 에서, 민우와 결혼을 앞둔 은혜(공효진)의 집에서 오밤중 별안간에, 민우의 기억 속에서 끊임없이 반복된다.

미미의 목소리로, 민우의 목소리로, 때로는 은혜의 목소리로 울리는 는 뿌연 안개 속에서 안개가 걷히면 무엇이 있을지 궁금해 하며 막연히 거니는 꿈처럼 최면을 걸어온다.

이명세 감독은 소리 뿐 아니라 빛과 어둠의 대조와 조화에 엄청난 공을 들였다. 유리로 되어 있는 민우의 집, 거울로 도배한 민우의 화장실은 분명한 형체를 흐리게 한다. 민우가 바라보는 은혜의 뒷모습이 때로는 뭉크의 그림처럼 일그러지기도 한다.

이명세 감독은 “빛나는 어둠을 전달하는 데 주안점을 둬 이번 영화를 연출했다”고 말했을 정도로 빛과 어두움이 축제를 펼쳐냈다. ‘루팡바’의 나선 계단이 민우나 미미의 걸음에 따라 불이 들어오는가 하면 동그란 탁자들이 하나 둘씩 불이 켜지는 장면은 상당히 뮤지컬스럽다.

영화의 막바지 미미와 은혜의 대사가 동시에 읊어지거나, 민우와 미미가 동시에 말하는 것은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기억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보여준다. 온전히 나 혼자만의 ‘나’가 가능한 것일까. 민우에게는 미미의 추억이, 약혼녀 은혜에게는 첫사랑 미미의 모습이 내포되어 있을 터이다.

미미와 재회하고 이별한 뒤 숙면을 취하고 결혼할 수 있게 된 민우의 모습은 어쩌면 결혼을 앞둔 남자의 통과 의례같은 마지막 흔들림이라고 고개를 끄덕이는 이가 있을지도 모른다. 정작 이 감독은 “이 모든 것은 은혜가 민우를 바라보며 느끼는 것일 수도 있다”고 했다.

< M>은 이명세 감독의 미장센의 종합편이기도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력도 매우 중요했다. 강동원은 신경질적으로 대사를 쏘아대는 장면을 제대로 소화해낼 정도로, 잘 생겨보이기를 거부하고 미간에 팔자주름을 달고 다녔다. 첫사랑의 몽환적인 느낌을 잘 표현한 이연희, 현실에 발을 붙인 공효진 역시 고개를 끄덕일만하다.

15세 관람가.2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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