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 즐거운 인생

‘아버지는 말하셨지, 인생을 즐겨라~.’ 몇해전 한 카드회사 CF 덕분에 이런 노래가 유행이었다. 인생을 즐겁게 사는 이가 거의 없다는, 그래서 역설적인 호응을 얻은 가사가 아니었을까.

의 이준익 감독 역시 반어법을 제목에 차용했다. 에 이어 음악 영화 3부작 중 2부작에 해당하는 영화 제목을 (제작 ㈜영화사 아침,㈜타이거픽쳐스)으로 붙였다.

길 가는 30,40대의 가장 ‘직딩’들에게 무작위로 물어봐도, 아니 물어보지 않아도 뻔한 답 아닐까. “당신의 인생은 즐겁습니까?” 십중팔구는 “아니요, 사는 게 힘들어요”라고 어깨를 축 늘어뜨릴 터다.은 그런 평범한 가장들이 밴드를 결성한다는 내용의 영화다.

이준익 감독이 사람 좋은 눈매 만큼이나 조금은 대책 없는 이상주의자라는 점을 엿볼 수 있는 영화가 이다.

대학시절 활화산 밴드에서 동고동락했던 멤버 상우의 상가에서 기영(정진영) 성욱(김윤석) 혁수(김상호)는 오랫만에 모인다. 은행을 다니다 실직한 기영은 활화산을 다시 하자고 성욱과 혁수를 충동질하고 상우의 아들 현준(장근석)까지 뭉쳐 실제로 서울 홍익대 인근 공연장에서 활화산 밴드로 활동을 한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 교육열에 “돈이 문제가 아니잖아”라며 매번 과외비와 학생회비 등을 요구하는 아내를 둔 성욱, 캐나다에 아내와 아이를 보낸 기러기 아빠지만 아내가 바람이 나 내팽겨쳐지는 혁수의 사례가 버무려진다.

기영이 교사 아내(김호정)에게 “혁수 마누라가 이혼하자고 했대”라니 아내가 “왜? 혁수씨는 돈 잘 벌잖아. 나는 매일 힘들고 매일 후회한다”고 내뱉는 대사나 성욱이 아내에게 “당신도 하고 싶은 거 해. 애들이 다야?”라는 대사에 공감하는 중년층도 꽤 될 듯 하다.

가 한물 간 가수와 매니저의 뻔한 이야기에 머무르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디테일의 공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은 다소 심심하게 그려진 듯 하다.

의도적으로 배치한 듯한 주연배우들의 캐릭터, 그리고 음악으로 화해한다는 막바지의 ‘교훈적인’ 결론은 문제 제기에 비해 그저 무난하다는 느낌이다. 인생이라는 것이 중뿔난 반전이나 거창한 클라이막스를 갖기는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적이라고도 볼 수도 있겠다.

중견배우들이 진짜로 연주했다는 공연 장면을 보는 맛은 꽤 즐겁다. 모든 배우들이 연주 장면을 풀샷으로 잡을 수 있을 정도로 그럴듯한 실력을 갖추게 됐다. 김상호의 찡한 감정 연기와 장근석의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연기력은 든든하다.

유앤미블루 출신의 방준석이 음악감독을 맡아 눈 뿐 아니라 귀까지 즐거운 영화가 됐다. 꿈을 가슴 속에 고이 접고 있는 아줌마 아저씨들이 은근슬쩍 기타 학원에 등록하고 물감에 붓을 칠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영화의 미덕은 충분하다.

밴드를 소재로 한 또 다른 영화 (감독 박영훈ㆍ제작 모프 엔터테인먼트,미디어아지트)와의 대결이 기대된다. 두 영화를 비교하며 보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을 줄 것이다. 전체 관람가. 1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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