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서 김원희 짝사랑하는 성칠 역 열연

배우 임형준(33)은 오렌지의 영단어가 '델몬트'냐 '썬키스트'냐를 두고 탁재훈과 옥신각신하던 영화 '가문의 위기' 속 한 장면으로 코믹 감초 배우로 급부상했다. '가문' 시리즈 이후 TV 오락 프로그램의 MC를 꿰찰 정도로 유머러스하고 코믹한 면이 드러나 보이지만 실상 스틸 카메라 앞에서 고개도 똑바로 못 들 정도로 수줍음도 많다.

코믹함이 기존 필모그래피가 그에게 안겨준 대표 이미지라면 영화 '사랑방 선수와 어머니'(감독 임영성, 제작 태원엔터테인먼트)에서는 사랑을 위해 물불 안 가리는 성칠 역을 맡아 저돌적이고 진지한 면모를 추가했다.

뮤지컬 배우로 출발해 영화로, 방송으로 영역을 확장해가고 있는 임형준의 배우 인생에 깊은 영향을 끼친 인물들을 중심으로 인터뷰를 재구성해봤다.

▲ 나의 세 남자 - 감우성, 김수로, 탁재훈

감우성과는 영화 ‘간 큰 가족’으로 인연을 맺었다. 곱상한 외모와는 다르게 카리스마가 넘치는 그의 남자다움은 임형준이 꼭 닮고 싶은 점이다. “어떨 땐 덩치 큰 수로 형보다 우성이 형이 훨씬 남자다울 때가 있어요. 반면 얼굴처럼 천진난만할 때도 있고요. 배우들 중에는 최고의 위치에 섰을 때 남들 앞에서 자신을 포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우성이형은 자신의 속내를 다 까발리는 사람이에요. 솔직 그 자체죠.”

김수로는 임형준과 서울예대 동기이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친형제와 다름없는 사이. “보통 친형제들과는 잘 안어울리잖아요. 수로 형과는 친형제 개념이죠. 연락은 자주 안 해도 항상 보고 지내는 것 같은 느낌이죠. 표정만 봐도 무슨 생각하는 지 알 정도여서 거짓말이 안 통해요.”

탁재훈과는 ‘가문’ 시리즈에서 형제 역할을 맡으며 ‘형제처럼’ 절친해졌다. 최근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실과 바늘처럼 붙어 나오는 것도 그 이유다. “일이 없으면 재훈이형과 거의 매일 만나고 일이 있으면 일주일에 5일은 만나요. 연예인 축구팀, 야구팀 활동도 같이 하고 있고요. 형 앞에서는 이상하게 포장이 안 돼요. 편하기만 하고요. 아마 10년쯤 지나면 친형제처럼 느껴질 것 같은 관계죠.”

▲ 형수에서 짝사랑 여인으로-김원희

‘가문의 위기’와 ‘가문의 부활’에서 김원희를 형수로 만났을 때는 서로 인사만 나눌 정도로 서먹한 관계였다.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를 통해 두 사람의 인연이 한 마을에 사는 친구이자 또 연모의 정을 갖게 되는 관계로 발전할 줄은 예상도 못했다.

“성칠이는 김원희씨가 맡은 혜주에게 수호천사 같은 존재죠. 사랑이 일방향인 점이 안타깝지만 성칠이가 혜주에게 프러포즈하는 장면을 위해 온 정성을 쏟았어요. 프러포즈 장면을 찍고 나니 원희 누나와 매우 편해졌죠. 친한 누나 동생 사이가 됐어요.”

▲ 10번 찍어도 안 넘어갔던 짝사랑 그녀

“친구에서 연인이 된다는 건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실제로 오랫동안 친구로 지내다가 갑자기 여자로 보여 프러포즈를 한 적이 있어요. 대학교 졸업하고 교회에서 만난 친구인데 그 때가 첫사랑이었나 봐요. 남자가 할 수 있는 모든 이벤트는 다 해봤지만 그 친구 마음이 안 움직이더라고요. ‘10번 찍어도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더니 틀린 말인 것 같아요.”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거절당하기를 수차례. 10여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가끔씩 그녀를 떠올린다. 최근에도 1년에 한 번 꼴로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곤 했다. 다른 남자의 아이까지 있는 혜주에게 한결 같은 사랑을 보내는 성칠을 연기할 수 있는 힘은 경험에서 우러나온 듯하다.

▲ 어머니, 나의 어머니

“연기하면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낄 때가 우리 어머니가 친구 분들에게 제 자랑을 하실 때에요. 자식 된 도리를 제대로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죠.”

대학로에서 한창 연극을 하던 시절 객석 200석이 안 되는 지하 소극장에서 공연하던 그를 보고 돌아간 어머니는 한참 동안 그를 측은하게 여겼다. 막내아들을 안타까워하던 어머니의 심경을 급반전시킨 계기는 2003년 공연된 뮤지컬 ‘풀몬티‘였다.

“‘풀몬티’에서 변우민씨와 더블 캐스팅으로 제리 역을 맡았어요. 어머님이 대극장 공연에서 주연 배우로 나선 아들의 모습을 보시더니 그제야 즐거워하시더라고요. 요즘에는 TV나오는 걸 더 좋아하세요. 영화 홍보하러 오락 프로 나가면 그걸 보는 게 낙이라고 하세요.”

▲ 내 인생의 감독-정용기

영화의 길에 들어설 수 있도록 이끌어 준 사람이다. ‘인형사’로 인연을 맺은 정용기 감독과는 이후 ‘가문의 위기’, ‘가문의 부활’을 함께 하며 대중적 인지도를 높였다. “영화 데뷔는 ‘쉬리’였지만 저는 ‘인형사’를 본격적인 데뷔작으로 생각해요. 처음으로 이름 있는 역을 맡았거든요. 5번이나 오디션을 거쳐 어렵게 캐스팅 된 작품이에요.”

임형준은 오는 9월 경 촬영에 들어가는 정 감독의 차기작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코리아'에도 함께 하기로 했다. 그의 출연작 절반 정도가 정용기 감독의 작품인 셈. ’원스...‘은 1910년대를 배경으로 경주 석굴암 석불의 미간(백호)에 박혀 있었다는 보석인 '동방의 빛'을 둘러싸고 일제와 조선이 벌이는 암투를 그릴 코믹액션물.

“새 작품에서는 애국심이 투철한 독립군이자 잘 나가는 요리사 역을 맡았어요. 요리 장면이 주되지는 않지만 요즘 요리에도 관심을 쏟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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