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무가내 영화보기] 브리트니 머피의 '러브 앤 트러블' 황당하기도 하니 웃을 수밖에

'우리 방금 결혼했어요' 라는 영화를 본 영화팬이라면 누구나 독특한 외모와 개성으로 뭉친 브리트니 머피라는 배우를 기억할 것이다.

조막만한 얼굴에 다 들어가는게 신기한 큼직한 이목구비에다 허스키하면서도 귀여운 목소리, 뒤뚱거리며 묘한 여성미를 풍기는 걸음걸이까지 '독특'이라는 말로 기억되는 배우였다.

그 배우가 출연한 또 하나의 코믹 로맨스물이 바로 14일 개봉한 '러브 앤 트러블'이다.

오해와 거짓으로 가득한 남녀 간의 연애 이야기를 다룬 다른 코믹 로맨스 영화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기본 내용에다 브리트니 머피의 모습 역시 다른 출연작에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영국 런던에서 잘나가는 패션지의 미녀 에디터(브리트니 머피)의 주위에는 다정한 게이와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는 부자, 화랑 주인 등 다양한 친구들이 존재하고 이들이 '사랑' 혹은 '연애'를 두고 벌이는 나름의 사건들이 영화의 내용이다.

어찌 하다 보니 오해가 생기고 그 오해는 또 다른 오해를 낳고, 자기 자신도 어쩌지 못하게 생기고 사라지고를 반복하는 연애감정에 휘둘리는 캐릭터들을 바라보는 재미로 채워져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러브 앤 트러블'은 몇 가지 확실한 특징을 가진다.

우선 영화 속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이 영화의 제작자들은 로맨스 '전문'이 아닌 액션 블록버스터를 만들어온 감독들이라는 사실이 눈길을 끈다.

'세븐'과 '파이트 클럽' 등을 연출한 데이비드 핀처 감독과 '제5원소', '레옹', '택시'의 뤽 베송 감독이 바로 이 영화의 제작자.

두 사람이 만나 첫 눈에 반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엉뚱(?)하게도 자신들의 전문분야를 버리고 코믹 로맨스에 도전한 만큼 묘한 기대치는 높아진다.

또 하나의 특징은 영화 속 인물들이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계속해서 자신들의 연애 상황이나 인생사가 영화 속의 그것과는 전혀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것.

어떤 상황을 닥쳐도 각 캐릭터들은 "로맨스 영화였다면 이렇지 않았을 거야"라거나 "영화 속에서는 항상 어떠하잖아"라는 식으로 영화 속 상황이 아니라고 친절하고도 고집스럽게 설명을 하고 있다.

사실 관객 입장에서는 이 영화 속 상황들이 철저하게 '영화답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이 영화는 다른 로맨스 영화들과 달라요"라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어 그 모습 자체가 코믹하기 까지 하다.

한국 관객의 입장에서는 조금 불편하게 느껴지는 특징도 있다.

영화 속 잭스(브리트니 머피 분)를 비롯한 대부분의 인물들은 한국 사회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이성관이나 행동 양식을 보인다는 점이다.

아무리 절친한 친구라 하더라도 엄연히 남성인 게이 친구 앞에서 전라로 편안히 돌아다니는 잭스의 모습이나 게이 친구의 남자 짝을 찾아주기 위해 공공연히 소문을 퍼트리는 사람들, 긴장을 해소하겠다고 과자에 마약을 넣어 먹는 여자의 모습 등은 황당한 웃음을 유도할 정도.

영화를 보며 시간이 지나다 보면 단순히 그런 상황들이 단지 한국과 영화 속 사회의 문화나 사고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느끼는 이질감이라고 하기엔 이 인물들의 '오버'는 좀 심하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이 영화가 '코믹' 로맨스물이라는 사실. 그런 이질감이나 당황스러운 상황들도 모이다 보면 웃음을 전달하는 능력을 조금씩 발휘해주기 때문이다.

런던에 살고 있는 신세대들의 삶의 모습이나 그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습관, 이국적이면서도 매력적인 문화 코드들을 영상으로 접하는 것 등은 이 영화의 부가적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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