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짱] 영화 '황진이' 송혜교
'캔디'서 도도한 황진이 변신… 연기 모니터하며 나 맞아?
스타에서 배우로 거듭나기… 내안의 에너지 모두 쏟았다

배우 송혜교는 촬영 기간의 마음고생으로 “최근 볼살이 쏙 빠졌다”고 말했다. 갸름해진 얼굴선 만큼 송혜교가 뿜어내는 성숙한 여인의 향기도 훨씬 더하는 듯했다.
배우 송혜교가 부지런히 공고한 외피를 깨뜨리고 있다. 자신을 감싸고 있는 안락하고 편안한 이미지에서 탈피하고자 애를 쓰고 있다.

송혜교는 그간 등의 작품에서 어렵고 힘들어도 씩씩함을 잃지 않는 ‘캔디형 캐릭터’를 고수해 왔다.

송혜교에게 이런 이미지는 약이자 독과 같은 존재다. 송혜교에게 톱 스타의 자리를 허락했지만 배우의 이미지까지 주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송혜교와 영화 (감독 장윤현ㆍ제작 씨네2000)의 만남은 관객의 주목도가 높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송혜교가 ‘강인하고 도도한’ 황진이로의 변신을 꾀하기 때문이다. 이는 곧 ‘스타’ 송혜교가 배우로 진일보 할 수 있는 중요한 시험대이기도 하다.

마치 송혜교는 고전 에 등장하는 ‘새롭게 태어나려 하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는 아프락서스의 교훈을 착실하게 행동으로 옮기는 듯하다.


# 황진이와 절박한 만남

송혜교는 를 선택하는 과정을 설명하면서 필수불가결의 절박함을 내비쳤다.

송혜교는 “늘 비슷한 시나리오에, 늘 제가 해왔던 배역만 들어왔어요. 새로운 배역에 목마를 때 출연 제의를 받았어요. 지금이 아니면 또 언제 해볼까 하는 마음이 들어선지 놓칠 수가 없었어요”라고 말했다.

송혜교는 인간 ‘황진이’를 연기로 표현하면서 같은 여자로서 적지않은 경외감마저 느낀 듯했다. ‘황진이’에 대해 이야기할 때만큼은 눈을 또렷하게 응시하며 목소리 톤이 높아지기도 했다.

송혜교는 “사람들이 예쁜 기생 정도로만 생각하잖아요. 이번 영화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여류 시인이고 박학다식 했던 모습 뿐만 아니라 황진이의 인간적인 내면에 초점을 뒀거든요. 직접 연기하면서 예전부터 생각했던 그대로 아니, 그보다 더 똑똑하고 멋있는 분이었어요”라고 말했다.

송혜교는 ‘기생을 이토록 어렵게 품는 사내가 어디 있답디까?’ 같은 통렬한 대사를 던질 때는 배우로서 통쾌함을 느끼기도 했다.

송혜교는 “모니터를 하면서 ‘나 아닌 것 같아’하고 저절로 얘기하게 되더라고요. 이런 것들이 연기하는 재미구나 하고 새삼 느끼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 불면증, 노출 그리고 또 다른 황진이

송혜교는 를 통해 처음으로 사극에 도전한 느낌을 ‘당혹감’으로 표현했다.

송혜교는 사극 특유의 대사 톤이나 몸짓이 예상대로 움직이지 않자 ‘당황했다’고 전했다. 송혜교는 촬영 초반에 받은 스트레스로 인해 연기를 하면서 처음으로 불면증을 경험했다.

송혜교는 “그나마 절절한 감정 장면이 후반부에 몰려있었던 것은 다행이었어요. 사극이라는 옷에 몸을 맞추는데 적응 기간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송혜교의 또 다른 당혹감은 노출 장면에 대한 대중의 기대 심리다. 송혜교는 노출 이야기가 나오자 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크게 개의치 않았다’고 못박았다.

하지만 송혜교는 자극적인 뭔가를 기대케 하는 예고편을 보고 본인도 ‘놀랐다’며 섣부른 기대에 대한 부담을 드러냈다.

송혜교는 “노출 장면은 처음부터 크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애초부터 애틋한 상황에서 아름답게 그려질 것으로 얘기가 됐거든요. 예고편이 생각보다 세게 나와서 사람들이 혹여 그런 장면만을 기대하고 오는 분들을 충족시켜주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이 되기도 해요”라고 말했다.

송혜교는 대중의 기대 심리를 져버릴 것이냐는 질문에 의미심장한 미소와 함께 “다들 노출만 관심이 있는 것 같은데 그런 기대를 훨씬 뛰어넘을 만한 스토리가 있어요. 깜짝 놀라실 걸요”라고 답했다.

송혜교는 지난해 화제 속에 방영된 드라마 에 대해서 솔직하게 말했다. 송혜교는 동일 소재의 드라마 방영을 소식을 접하고 ‘뜨악했다’며 밝히는 한편 드라마를 찬찬히 살펴보니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며 다행으로 받아들였다.

“2년 동안 영화를 준비했는데 ‘황진이’ 드라마가 나온다 길래 깜짝 놀랐죠. 하지만 드라마에서 보여지는 스토리가 영화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였어요. 황진이가 가진 예인의 끼를 보여줬다고 할까요. 경쟁 구도를 통해서 화려한 기생의 면모를 보여준 거죠. 영화는 ‘황진이’의 기생이 아닌 인간적인 내면에 집중했어요. 전혀 다른 이야기죠.”


# 배우가 되기 위한 숙제

송혜교는 이번 영화 출연을 ‘숙제’라고 표현했다. 송혜교라는 배우에게 대중이 기대하는 기존 이미지에서 변화를 시도하기 때문이다. 대중에게 다른 모습으로도 충분한 매력을 어필하고 싶어하는 듯했다.

송혜교는 “사람들이 제게 어떤 모습을 보고 싶은 지 저라고 모르겠어요. 그렇다고 지금까지 해왔던 ‘귀엽고 사랑스러운 이미지’만 계속 하다 보면 연기하는 저나 보시는 분들이나 재미를 느끼지 못할 것 같아요”라며 진지하게 자신의 위치를 돌아봤다.

송혜교는 스타가 아닌 배우가 되기 위한 숙제를 마치고 ‘참 잘했어요’라는 칭찬을 기다리는 학생같았다. 송혜교는 단박에 만점을 받기보다 한 계단씩 실력을 쌓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내가 잘 해냈을까 라고 내내 걱정이 돼요. 오히려 작품 들어갈 때보다 마치고 난 후 생각이 더 많아졌어요. 연기 질타도 받을 테고, 칭찬도 받겠죠. 2006년 한 해 동안, 내 모든 에너지를 다 쏟아 부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후회는 없어요. 천천히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면서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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