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파란 자전거'서 여주인공 유리 역

"이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유리와 동규 사이의문제는 '사랑의 유효기간' 문제인 것 같아요. 둘이서 2년 동안 사귀었잖아요. 처음에는 물론 뜨거운 감정이었겠지만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사랑이 식은거겠죠. 제가 생각하는 사랑의 유효기간이요? 글쎄요, 한 1년반 정도?"

개봉을 앞둔 영화 '파란 자전거'(감독 권용국, 제작 프라임엔터테인먼트)에서 처음으로 주연급 역할을 맡은 신인배우 박효주(25)는 13일 오후 서울 정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응하며 "사랑에는 유효기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화 속의 버스터미널 매표원 유리(박효주)는 2년 동안 사귄 남자친구 동규(양진우)와 결혼하고 싶어하지만 두 사람의 결혼을 원치 않는 유리 부모 앞에서 당당하고 용기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자꾸 뒷걸음질만 치려고 하는 동규의 태도에 지쳐 결국 그를 떠나게 된다.

"물론 부모님은 동규가 한쪽 손이 없는 불구라는 점 때문에 그와의 결혼을 반대하는 것이지만 사실 손의 장애는 상징에 불과하다고 봐요. 유리가 동규를 떠난 것은부모의 반대 때문이라기보다는 그런 부모 앞에서 당당하고 떳떳한 태도를 보여주지 못하는 동규 때문이죠. 만약 동규가 적극적이고 당당하게 결혼하겠다는 의사를 보여줬다면 그렇겐 안했을 것 같아요. 남자의 소극적이고 자신 없는 태도가 '아, 이 남자는 나를 정말로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라는 의심을 품게 만들었고 결국 그에 대한 신뢰를 갖지 못하게 된 거죠."

'파란 자전거'는 권용국 감독의 자전적 내용을 담고 있다.

실제로 다리가 약간 불편한 권 감독도 영화 속의 유리처럼 사귀는 여자가 있었지만 그의 장애를 문제 삼은 여자 부모의 반대로 헤어졌던 경험이 있었던 것.

"영화을 찍으면서 감독님이 절 많이 예뻐해주셨어요. 유리 역을 맡은 제가 마치감독님이 옛날에 헤어져야만 했던 여자친구처럼 느껴졌나 봐요. 영화를 찍기 전에는원래 머리가 길었는데, 감독님이 유리 역을 맡으려면 단발로 자르는 것이 좋겠다고 해서 이렇게 (머리를 쓰다듬으며) 잘랐어요. 감독님이 사귀다 헤어졌던 여자친구가 단발이었나 봐요."

박효주는 지난해 여름 영화 촬영의 무대였던 전주의 한 동물원을 권 감독과 함께 100바퀴씩 돌며 배역과 연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이 영화에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다는 박효주는 그러나 정작 영화의 개봉일(19일)에는 국내를 떠나 있을 예정이다.

5월19일 첫 방송 예정인 MBC 드라마 '에어시티' 촬영차 17일 홍콩으로 출국하기때문이다. 박효주는 이정재ㆍ최지우가 주연을 맡은 이 드라마에서 국가정보원의 홍일점 요원인 예원으로 출연한다.

"영화 개봉일에 국내에 있지 못해서 안타까워요. 하지만 이번 홍콩 로케이션이 중요한 만큼 어쩔 수 없는 일이죠. 홍콩에 열흘 정도 머물 예정이에요. '에어시티'도 많이 기대해주세요."

"영화는 따뜻한 커피, 드라마는 시원한 냉커피 같아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는 것같다"는 이 당찬 신인 배우는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왕자웨이(王家衛) 감독의 영화에 출연하는 것이 꿈이라며 시원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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