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딛고 한층 성숙한 모습으로… 6개월 섬생활 나를 돌아본 계기
"올해 서른, 이제 자유롭고 싶다"

어느덧 30대다. 데뷔 10년차다. 배우 박솔미는 지난 1998년 스무살의 나이에 MBC 공채 27기로 뽑혀 연예계에 첫 발을 디뎠다.

올해 30대에 들어선 박솔미는 20대의 마지막 밤을 많은 생각을 하며 혼자서 보냈다. 2006년 12월31일 20대의 마지막 밤을 홀로 지샌 박솔미는 30대를 맞이하며 행복감을 느꼈다.

자신을 짓누르고 있던 20대의 모든 굴레를 벗어버린 느낌이었다. 아픔을 겪으며 30대가 됐다. 한층 성숙해진 모습으로 30대 첫 작품인 영화 (감독 김한민ㆍ두엔터테인먼트)을 들고 돌아온 박솔미를 만나봤다.


#그녀의 과거

박솔미는 지난 2004년 영화 을 끝낸 직후 심각하게 은퇴를 고려했다.

굳이 은퇴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도 않았다. 조용히 연예 활동을 중단하고 싶었다. ‘과연 내가 행복한가’라는 자문에 고개를 끄덕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연기에서 어떤 의미도 찾기 힘든 시기였어요. 연기가 즐겁지 않았죠. 모든 것을 덮어두고 무작정 떠나고 싶었죠. 그러다 드라마 에 출연하게 됐어요. 당시 PD께서 ‘이 작품 후에 다시 연기가 하고 싶어질 것이다’고 하셨어요. 저는 반대로 마지막 드라마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죠. 가난했지만 열심히 살았던 60~80년 사회상을 반영하는 드라마였죠. 이 드라마를 마칠 때쯤 되니 다시 연기를 하고 싶다는 희망이 생기더라고요.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했죠.”

박솔미는 과거에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박솔미는 한때 피아니스트를 꿈꿨다. 6살 때부터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무려 12년 동안 피아노를 쳤다. 박솔미는 피아노 연주 도중 피아노 뚜껑이 닫히는 사고를 당한 이후 더 이상 피아노를 칠 수 없었다.

“1시간 이상만 연습을 하면 팔이 부어 올랐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친구들과 실력차가 커진다고 느꼈죠. 피아노를 더 이상 칠 수도 없었고 치기도 싫었어요. 내 힘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죠.”

박솔미는 그 후 다시 12년이 지난 후 피아노 앞에 앉을 수 있었다. 얼마 전 일본 색소폰 그룹의 공연에 세션으로 참가해 숨겨 둔 피아노 실력을 공개했다.

피아노 실력은 줄어 있었지만 박솔미는 피아노를 그만 두게 됐던 아픈 기억을 이제서야 떨쳐낼 수 있었다. 연기도 마찬가지였다. 박솔미는 드라마 를 통해 되찾은 자신감을 영화 에서 마음껏 뿜어냈다.


#그녀의 현재

박솔미는 영화 의 촬영을 위해 꼬박 6개월을 섬에서 생활했다. 육지에 닿는 배가 이틀에 한 번 꼴로 다니는 곳이어서 기초적인 생필품을 비롯해 부족한 것이 많았다.

위기는 기회라고 했던가. 박솔미는 섬 생활을 통해 오히려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었다.

“섬은 해가 일찍 지죠. 혼자 생각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어요. 그동안 직업적 특성 때문에 주위를 의식하는 버릇을 갖고 있었어요. 나 혼자 수면 위로 올라와 있다는 느낌이 억울하고 싫었어요. 이번에 깊은 생각을 하며 그런 강박 관념에서 많이 자유로워졌어요. 연기 호흡을 맞춘 박해일의 자유로운 모습이 좋은 본보기가 됐어요.”

박솔미는 이번 영화에서 신분이 불분명한 여선생 장귀남 역을 맡아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박솔미는 이번 역할을 ‘당당하고 여성스럽다’고 말한다.

박솔미는 전작 드라마 등을 통해서 여성미를 물씬 풍기는 역할을 소화했다. 하지만 현실 속 박솔미는 여성스럽지만 당당하다.

“이종 격투기를 즐겨봐요.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최홍만 선수의 경기를 보기 위해 일본까지 가기도 한 걸요. 게임을 좋아하는데 주로 격투 게임을 해요. 게다가 영화를 촬영하면서 섬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까 벌레쯤은 쉽게 잡게 됐어요. 원래 털털한 편이죠. 그래서 배역의 이미지로 저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더욱 부담스러웠는지도 몰라요.”

박솔미는 자유롭고 싶다고 말한다. 그는 자신의 미니홈피에 ‘무(無)색 무취 무미해지고 싶다’고 적고 있다.

자신만의 고유한 색을 잃겠다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을 규정하는 무언가로부터 벗어나 팔색조 연기를 펼치고 싶은 박솔미의 바람을 담고 있다.

30대, 그의 게임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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