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영화 '복면달호'로 '복수혈전' 설욕 나서… "일이 너무 커져버렸다"

"아~ 참~ 일이 너무 커져버렸어요. 커져버렸어..."

MBC에서 연예대상을 2년연속 수상하기도 한 인기 개그맨 이경규(47)의 입에서 요즘 두가지가 풍겨나온다. 하나는 '일이 너무 커져버렸네...'라는 읊조림이요, 또하나는 술냄새다.

14일 개봉한 영화 '복면달호'의 메인제작자로 14년전 제작 감독 주연한 영화 '복수혈전'의 뼈저린 참패를 온고지신 삼아 설욕에 나서면서 시사회 직후부터 줄곧 생겨난 조바심 때문이다.

동국대 연극영화과 출신으로 부산에서 나고 자라던 학창시절 늘 인근 극장에서 영화를 보며 영화에 대한 꿈을 키웠다는 이경규는 '복수혈전'의 쓰라린 기억을 14년만에 비로소 털고 개그맨이 아닌 영화 제작자로 인정받기 위해 또다시 '복면달호'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아무도 몰라줘도 영화는 내게 있어 우러러보는 태산 같은 존재"라고 털어놓는 이경규를 최근 자신의 타이틀 프로그램인 '몰래 카메라'스태프 회의를 하던 여의도 MBC 방송국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눈을 감아도 잠이 오지 않고 취하려고 마셔도 취하지 않네

이경규의 수척함이 갈수록 짙어진다. 표현못할 제작자의 초초함은 그에게 입시 수험생 이상의 긴장감을 수반하고 있다. 방송국에서 우연히 마주친 이경규에게서 전날의 깊었음직한 소주 냄새가 상대에게 강하게 풍겨왔다. 때는 오후 5시경. 아직도 술 냄새가 진동한다. 이경규는 근처 대구탕집에 가서 해장을 해야겠다고 했다.

일이 너무 커져버렸다는 그의 '끙~'하는 신음섞인 소리는 여러 의미를 담고 있다. 방송계 영화계가 모두 영화 '복면달호'를 주목할 뿐아니라 제작자 이경규의 재기 성공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얼마전 인터뷰에서는 벼랑끝 전술처럼 은퇴 배수진을 언급하기도 해서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조용히 영화를 영화적으로 공개하고 싶었는데 예상은 했지만 제게 쏠리는 관심이 대단들 하시네요. 자칫 영화보다 '이경규'에게 주목하는 우를 다시 범하지 않으려고 최대한 말을 아끼고 있는데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네요. 허 참."

일이 커져버린 이경규의 고민은 상상이상이었다. "생각해보세요. 14년전에도 '복수혈전'망하고 후배들이 얼마나 코미디 소재로 그것을 삼았습니까? 말하는 사람은 쉽고 재미있을지 몰라도 당하는 사람은 가슴은 찢어지는 쓰라림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요. 그런데 이럴줄 알면서 제가 다시 시험무대에 섰잖아요. 그런데 그때는 망해도 겁날게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번에는 망하면 정말 이제는 다시 웃을 수 없을 것 같아요. 몰랐을 때 얘기지 한번 경험해보니까 망하고 나서 제가 방송 활동하면 사람들이 제 코미디를 보고 웃겠습니까? 다들 속으로 불쌍하다고 생각할 것 같아요. 그 생각만 하면 정말 끔찍해요. 끔찍해. 아 내가 왜 이랬지~"

기대와 후회가 순간순간 교차하고 온갖 상념이 머릿속을 헤집는다고 한다. 그래서 잠이 안오고 그래서 술을 마시는데 혼자 소주 폭탄주(소폭)를 열잔을 내리 마셔도 취하지 않는다고. 그렇게 몸에 쌓인 술로 또 속이 부대낀다고 한다. 그렇게 이경규는 하루 하루를 애간장을 녹이며 보내고 있었다.

'복면달호'임채무 씨는 결국 나의 페르소나

영화에 대한 초기 반응을 청취하고 그래도 다행이다 싶은 부분도 있었다는 이경규. 이번에는 영화속에 그가 등장하지는 않지만 이경규는 솔직히 털어놓는다. 록가수 지망생을 트로트 가수로 성공시키는 이야기 '복면달호'에 등장하는 다소 초라해보이는 트로트 기획사 큰소리 기획의 임채무 사장은 바로 자신의 페르소나와 다름없다는 것이다.

"영화속 허름한 옥탑방 트로트 기획사 사무실의 분위기는 제가 영화 다시 해보겠다고 5년을 꾸려온 영화사 사무실과 흡사해요.무엇보다 기획사 사장인 임채무 씨가 "우리 모두의 운명이 너에게 달렸다"는 차태현을 향한 애절한 대사는 바로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였죠. 제가 지금 바로 딱 그 심정이거든요."

그렇게 이경규는 이번 '복면달호'에 자신의 영화적 해원을 풀, 어쩌면 마지막이 될 기회라고 생각하고 덤비고 있다. 이경규가 이번 영화의 온전한 관객 평가에 기대를 거는 부분은 또 있다. 그의 나이 이제 마흔 일곱. 쉰을 바로보고 있다. 개그계의 고참 선배로서 이경규 자신이 해줘야 할 부분이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후배들이 선배들을 따를 수 있는 이상적 모델이 되고 싶어요. 개그맨을 하다가 갑자기 장사를 하거나 다른 부업으로 외도하는 선후배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건 전업이죠. 하지만 개그맨이 영화를 하는 것은 외도라 생각하지 않아요. 외연확대라고 봐야죠. 후배들이 자신들의 영역을 넓힐 수 있도록 선배가 그 가능성을 열어주는 데도 꼭 보탬이 됐으면 합니다."

이경규의 진지한 이야기는 유재석의 에피소드로 일순 긴장이 풀렸다. 영화를 본 유재석의 격려 전화를 받은 이경규는 그에게 "넌 할 수 있는 한 끝까지 개그만 해라 제~발"이라고 답했다.

이경규의 영화에 대한 솔직한 마지노선은 160만명이다. 안주할 수도 있는 안정적 개그맨 이경규가 다걸기 베팅(올인)을 하면서까지 영화에 재도전하는 데 대한 격려 박수에 인색할 필요는 없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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