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 여형사 역으로 연기재개… "사랑도 미리 짠 계획대로 하려"

"이전에는 내가 계획한 대로 모든 일을 끌고 갔다면 이제는 느낌대로 가려고 해요"

배우 김민선(28)이 1년 간의 휴식 끝에 작품을 임하는 자세가 달라졌다고 밝혔다.

김민선은 지난 11일 부산 구포교에서 열린 영화 '가면'(감독 양윤호·제작 디알엠엔터테인먼트)의 현장 공개 및 기자 간담회에서 "데뷔 후 10년 동안 항상 틀을 정해놓고 연기에 임했었다. 정확한 캐릭터 분석부터 시작해 얼굴 표정 하나, 말투 하나를 미리 정해놨었다. 그런데 지난해 1년 가량을 쉬고 난 뒤 그런 자세를 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김민선은 "일이든 사랑이든 모든 것을 계획대로 끌고 가려 했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느끼는 느낌대로 가고 있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는 얼굴이 못생겨 보이든 말든 모니터도 잘 안 본다. 인간의 모습이 보여지는 그런 연기를 하려 한다"고 밝혔다.

1년의 휴식 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던 걸까. 구포교 촬영 현장에서 상대역 김강우와 말다툼을 하고 주먹으로 김강우의 뺨을 후려치는 모습에서 이전의 억척스러움과 적극성은 그대로 드러났지만 한 켠 여유로움과 소소한 욕심을 초월한 느긋함이 느껴진다.

촬영을 쉬는 기간 동안 어학 공부도 하고 바이올린과 사진이라는 새로운 취미도 생겼다. 구포교 촬영 현장에서도 쉬는 시간에는 어김없이 카메라를 집어 들고 먼 곳을 응시한다.

상대역인 김강우와는 이미 영화 '인류멸망보고서'중 김지운 감독 연출작서 호흡을 맞췄다. 김민선은 "이번 작품에서 내 캐스팅이 먼저 결정됐는데 아무래도 강우씨가 나를 따라온 듯 하다. 이미 한번 호흡을 맞춰서 같이 고민하며 극을 끌어나갈 수 있어 편하다. 극중 강우씨와 멜로 라인이 있는데 이수경이라는 막강한 애인이 있어 걱정이다"라며 웃음짓는다.

김민선이 맡은 박은주는 철저히 자료 분석을 통한 수사를 하고 통찰력과 판단력이 뛰어난 여형사 역. 처음 해보는 형사 역이라 서울 중부경찰서의 형사들과 3차례 미팅도 가졌다.

"여자 형사분들의 애환과 애로 사항을 많이 들었어요. 여형사들은 특히 남자 형사들에게 뒤쳐진다는 소리를 안듣기 위해 현장에서 더 열심히 뛰고 발 빠르게 움직인다고 해요. 나도 촬영 현장에서 피도 나고 상처도 입었지만 오히려 그걸 더 즐겼어요."

김민선은 이번 촬영에서 그동안 배우 생활 중 한번도 겪지 못했던 특이한 체험을 했다. "전에는 눈물 연기가 완벽히 컨트롤됐는데 감정 조절이 안된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전에는 눈물이 나와도 다시 집어넣을 수 있었는데 감정이 북받치더라고요. 스태프들이 촬영 마치고 짐 정리를 하는데 혼자 뒤로 가서 펑펑 울었어요."

'가면'이 스릴러 장르인 것에 대해 "장르 때문인 지 굳이 내가 모든 걸 연기로 표현하지 않아도 된다. 상황이 내 연기를 자연스럽게 이끌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 '가면'은 2006년 신춘문예 당선작 '잔인한 운명'이 원작이다. 문란한 성생활로 악명 높은 젊은 스포츠 재벌이 살해된 뒤 강력반 조경윤(김강우) 형사와 박은주 형사가 수사에 참여하지만 사건은 오히려 연쇄 살인으로 번져가는 과정을 다뤘다.

양윤호 감독은 "이번 작품을 통해 인간 군상의 다양한 욕망을 그리고 싶다. 스릴러 특유의 서스펜스가 주는 묘미와 잔혹하고 에로틱한 장면들을 살리며 촬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80% 분량의 촬영을 한 '가면'은 오는 3월 크랭크 업 예정으로 올 여름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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