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영화 '김관장 대 김관장 대 김관장'으로 2년만에 컴백

오승현은 영화에서는 '내 남자친구의 로맨스'에서 처럼 차분한 공주의 이미지로 각인됐고 드라마에서는 김태희와 앙숙의 모습을 보였던 '스크린'처럼 도도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가진 연기자였다.

1997년 슈퍼 엘리트모델 출신으로 화려하게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은 오승현(30)이 영화 '내남자친구의 로맨스' '아는 여자'이후 만 2년여만에 스크린으로 복귀했다. 태원 영화사표 코미디 영화 '김관장 대 김관장 대 김관장'(박성균 감독)으로 말이다.

모델출신 답게 팔다리가 화면에서 가장 시원스럽게 뻗은 멋진 각선미가 일단 눈에 들어오고 그 다음 차갑게 던지는 말투 하나하나가 깍쟁이 이미지를 고스란히 담았다. 세련된 도시적 이미지를 가진 오승현은 삼청동 일대 카페에서 노컷뉴스와 만났을 때도 '이 동네 스파게티는 어디가 맛있다'고 얘기를 꺼낸다.

하지만 인터뷰 시간이 지날수록 그는 뚝배기 된장같은 구수함이 묻어나는 신선하고 담백하게 우러나는 맛을 보여줬다. 그의 말은 '긍정의 힘'을 믿는 자만이 가질수 있는 여유가 배어있었다.

이제 모든 것이 편하게 다가온다는 7년차 여배우 오승현은 자신의 캐릭터를 새롭게 조각하고 싶다는 포부를 편안하게 밝혔다.

하이힐 잘 안신어요, 매번 넘어지거든요

그가 새롭게 잡은 시나리오는 '김관장 대 김관장 대 김관장'(이하 김관장). 너무 재밌어서 배꼽빠지게 읽었다고. 박 감독은 오승현과의 첫 미팅을 앞두고 웬지 '까칠' 할 것 같은 오승현에게 지레 긴장했다. 기존 작품을 보고 별로 말도 안하고 민감한 연기자라 여겼던 것.

하지만 미팅을 하면서 박감독은 오승현에게 "아니 어떻게 지금껏 대중을 속이고 살았어?"라고 했단다. 오승현의 포장되지 않은 날 것의 소탈하고 씩씩한 모습에 놀랐다. 어떻게 한쪽으로 일방향 성을 가진 캐릭터로 자신이 가진 원 캐릭터를 배반하고 살았냐는 의미였던 것.

"모델 출신이라 키가 크잖아요. 패션쇼도 많고 신을 일도 있지만 웬만해서는 하이힐을 잘 안신어요. 덤벙대서 매번 넘어지는게 일이라 무릎이 고달프거든요. 기존 작품에서 영화에서는 차분한 공주이미지로 드라마에서는 얄미운 도시 커리어 우먼 이미지를 보여드린게 아주 굳은 것 같아 답답했는데 사실 제가 가진 모습의 한 부분일뿐이거든요. 2년정도 푹 쉬면서 절 돌아보니 너무 틀에 박힌 이미지가 숨막히도록 갑갑하더라구요. 이제 헝클어진 풀어진 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네요."

그는 2년전 영화를 마지막으로 오랜 휴지기에 들어갔다. 구구한 억측이 돌았다. 결혼 은퇴 도피 등... 그는 개의치 않았다. 영국으로 3개월 정도 친언니곁에 머물면서 말 그대로 푹'쉬었다. 돌아와서도 그가 말한 것처럼 오직 9시 뉴스만 봤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다시 연기가 하고 싶어지고 그동안 가라앉힌 마음을 잡기가 쉽지 않을 거라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기왕에 쉬는거 제대로 쉬고 싶었어요. 아 한가지, 유일하게 최진실 선배 열연하신 '장밋빛인생'을 보면서는 펑펑 울었죠. '내남자 친구의 로맨스' 이야기를 많이 해주시는데 사실 고맙기도 하지만 제가 가장 버거움을 느낀 시기기도 해요. 슈퍼엘리트 모델되고 나서 나름대로 순탄하게 방송 활동을 하고 인기도 얻어서 그런지 그때는 정말 기고만장 했나봐요.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하나님이 이렇게 나를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을 주신 것에 감사드려요. "

무척 성숙해진 말들과 표현들이 이어진다. 오승현은 지난 2년의 공백기를 '자기 숙성'의 시간이라 표현했다. 처음에는 가족들에게 신경질도 부리고 화도 많이 내면서 힘들게 지냈지만 결국 모든 것이 깨달음을 얻는 시간이 됐다고 했다.

"차라리 처음 쉽게 성공의 길을 걸은 것보다 오랜 동안 하나씩 하나씩 밟아 나가는 것이 더 낳았겠다는 생각을 해요. 결국 전 지금 마음의 평정심을 얻고 누구보다 자신있게 주어진 일에 감사하며 살 수 있게 돼 더 행복해요. "

그는 이번 '김관장' 촬영을 하면서 황정민의 '잘차려진 밥상'론과 같은 말을 했다. "예전에는 솔직히 드라마나 영화를 찍을때 스태프들이 잘 눈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번 촬영장에 나서니 이제 모든 동료들이 보이는 거에요. 배우들을 위해 고생하는 모습들을 보면 더 잘해야겠고 조금이라도 도와주고 싶은 생각이 절로 났어요."

신현준-청국장, 최성국-와인, 권오중-흰 쌀밥

'김관장'에서 세 무술 관장 신현준과 최성국 권오중의 사랑과 구애를 집중적으로 받는 연실의 사각구도가 재미있게 그려진다. 연실은 중국집 주인(노주현)의 고명딸. 과거 오승현의 이미지를 완전히 벗은 변신이라 보기에는 아직 과도기인 듯 싶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변화보다는 서서히 변화하는 워밍업의 단계라 생각한단다.

아무래도 2년여만의 복귀작이다 보니 조심스러움도 한몫햇다. 하지만 박감독은 촬영장에서 놀이터처럼 편하게 노는 오승현을 보고 "승현 씨 실제 웃긴 모습을 영화에서 보여주면 진짜 재미있어 질텐데..."라고 아쉬움을 삭히며 다음을 기약했다.

"제가 돌아온 것에 대해 반가워 해주시는 분들이 일단 많은 것에 용기를 얻고 있어요. 이제 제가 예전보다는 좀 편안해 보인다고 하시네요. 그럼 제가 예전에 까칠했단 말인거죠. 호호호."

세 배우들로부터 현장에서 홍일점으로 '사랑'받은 오승현에게 세 남자 배우를 음식으로 비유해달라고 요청했다.

오승현은 매너좋고 다정다감한 신현준에게는 청국장의 푸근함을, 부드럽고 달콤한 때로는 유머넘치는 최성국에게는 와인의 향을, 권오중에게서는 잘지어진 흰 쌀밥의 담백하고 깔끔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워낙 다들 유머가 출중하신 분이라 시간가는 줄 몰랐어요."

이제 큰 바람이 불든 작은 미풍이 불어오든 바람이 아예 불지 않든 그는 스스로가 중심을 잡고 조급하지 않게 나가겠다고 입술을 깨문다. "그게 제 연기자로서의 숙제고 몫이죠. 기대해 주실거죠." 오승현의 마음속 긍정의 힘이 연기로 드러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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