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인터뷰] '1번가의 기적' 하지원 '틀이 없는 얼굴 틀을 깨는 연기'

하지원은 미모가 완벽한 배우는 아니다. 전형적인 청순가련형도 아니고 또 섹시한 이미지로 승부하지도 않았다.

스릴러영화 '진실게임'(1999년)으로 스크린에 데뷔한 하지원은 '가위' '폰'등의 작품으로 한동안 '호러퀸'으로 불렸다.

하지만 이후의 행보는 달랐다. 영화 '색즉시공'(2002), '형사'(2005), 드라마 '다모'(2003), '발리에서 생긴 일'(2004), 지난 해 KBS 연기대상을 안겨준 '황진이'(2006)까지 다양한 장르의 영화와 드라마를 오갔고 공포에서부터 멜로, 코미디, 액션까지 가능한 모든 장르를 소화해냈다.

고정된 이미지가 없기에 그만큼 연기 폭을 넓힐 수 있었던 배우가 바로 하지원이었다.

오는 15일 개봉하는 '1번가의 기적'(제작 두사부필름, 배급 CJ 엔터테인먼트)은 영화 '색즉시공'의 주역, 윤제균 감독과 임창정, 하지원이 5년 만에 다시 뭉친 영화로 하지원은 동양챔피언을 꿈꾸는 '복서'로 분했다.

얼굴이 재산인 여배우가 복서라니 역시 액션(?)에 강한 하지원이다.

다모·황진이에 복서까지 몸고생 골라하는듯

- 몸 고생하는 역할을 주로 맡는다. '형사'나 '다모'하면서 검술과 승마를 배웠고 '황진이' 때문에 기예를 익혔다. 출연료를 더 받는 것도 아닐 텐데 사서 고생이다.(웃음)

▲"새로운 것을 익히고 배우는 걸 좋아한다. 덤벼드는 스타일이랄까. 가만히 못 있는 성격이라 운동도 동적인 것을 좋아한다. 이젠 좀 덜 하려고.(웃음)"

- 이번에는 복서다. 후반부에 진짜 치고 받아서 좀 놀랐다.

▲"휴! 복싱은 다시는 못할 것 같다. 다른 액션은 속임수가 가능한데 복싱은 그게 불가능해. 너무 힘들고 또 여자얼굴을 차마 못 때리겠더라. 맞을 때는 '짱' 아파! 집에 와서 혼자 울곤 했다.

얼굴에 멍들어서 만날 쇠고기 붙이고 있고, 많이 맞은 날은 골이 흔들리니까 그때는 '내가 왜 이러고 살아야 되나' 싶었다. (웃음)"

- 액션신의 경우 보통 '합'을 짜지 않나?

▲"큰 동선만 짜고 그냥 막 싸우게 했다. 코를 맞은 것도 상대방 동선을 모르니까 그렇게 된 거다. 나중에는 촬영인지 잊을 정도였다. 경기 신 다 찍고 10일 동안은 진짜 이빨이 아파서 음식을 못 씹었다. 아무래도 (윤제균 감독이) 경기 신 때문에 나를 캐스팅한 것 같다. 일전에 그런 뉘앙스의 말을 흘려서 속으로 '뭐야, 난 때려도 된다는 거야'라고 생각했다.(웃음)"

- 그렇게 힘들면 쓰러지거나 꾀병이라도 부리지 그랬나?

▲"스태프들이 너무 안 쓰러진다고 투덜댔는데, 내가 꾀를 못 부린다. 촬영장에서 다쳐도 안 아픈 척 한다."

- 성실하고 책임감 강한 타입인가 보다.

▲"일에 있어서는 정확한 걸 좋아한다. '대충'은 싫다. 학교 다닐 때도 선생님이 환경미화 해놓으라 하면 마무리 지어야만 집에 갔다."

- 윤제균 감독, 배우 임창정과 5년 만에 재회했다. 계획된 일이었나?

▲"그렇진 않고 감독님이 '다음에는 슬픈 멜로나 한번 하자'고.(웃음) 감독님과 좀 안 어울리는 장르이긴 한데, 암튼 시나리오는 지난해 초에 받았다. 그때만 해도 (임)창정 오빠가 합류할지 몰랐다. 재미있고 진정성이 느껴졌고 또 '명란' 캐릭터의 경우 누구나 간절히 바라는 무엇이 있는데 그것을 복싱으로 푼 것이 마음에 들었다."

- 코미디가 강점인 윤제균 감독이 휴먼 드라마로 방향선회해서 불안하진 않았나?

▲"'두사부일체'와 '색즉시공'은 코미디 장르이나 뭉클한 메시지가 있었다고 본다. '낭만자객'은 별로여서 솔직히 말했다. (웃음) 서로 친해서 솔직하게 말한다.

그때 감독님이 '('낭만자객' 때) 오버했다'고 인정했고, 또 '(실력이) 많이 늘었다, 달라졌다' '이번에는 콘티대로, 심플하게 찍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장에서 세 사람이 모이자 장난기가 발동했지만 카메라가 돌아가면 (코미디를) 자제했고 콘티대로 찍었다."

- 누구나 간절히 바라는 무엇이 있다고 했는데 하지원이 간절히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그때그때 다른데(웃음), 오디션 열심히 보러 다닐 때는 일만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작년에는 부모님이 많이 아팠다.그래서 부모님 건강을 가장 바랐다. '황진이' 찍을 때는 나 역시 얼굴에 경련이 일 정도로 몸이 안 좋았다. 병원 갈 시간이 없어서 약으로 살았다. 시야가 희미해지고 (소리가) 잘 안 들렸다. 몸은 오징어처럼 풀렸다. 그때는 촬영을 무사히 마치는 게 가장 간절한 바람이었다."

- 악바리처럼 욕심이 대단한 것 같다.(웃음)

▲"난 잘 모르겠는데 그런 얘기 많이 들었다. 일전에 한 배우와 함께 인터뷰하는데 '욕심 많나?'는 질문을 받았다. '아니라'고 부인했더니 그 친구가 '무슨 말이냐'며 '욕심 되게 많다'고.(웃음) 엄마 말로는 남자애들한테 지는 것을 특히 싫어했다고 하더라."

정형화 되지 않은 이미지…어떤 배역도 소화

소위 업계에서는 '하지원을 기용하면 망하진 않는다'고 말한다. 작품 선택을 잘하는 배우로도 유명하다. 이에 대해 하지원은 말한다.

"너무 내 자랑 같아서 말하기 쑥스러운데 '황진이' 감독님이 '(하지원은) 작품을 잘 고른다기보다 무슨 배역이건 해내는 것 같다'고 말씀했다더라. 전해들은 말이지만 큰 힘이 됐다. 그래서 안 잊혀 진다. 사실은 잊기가 싫다. 하하"

'1번가의 기적'에서 하지원은 또 제몫을 해냈다. 무슨 배역이건 해내는 배우, 하지원은 그런 칭찬을 들을 만하다.

● 감독·배우가 말하는 하지원은 어떤 배우?

감독 윤제균 : "하지원은 최고의 배우다. 늘 최선을 다하는 배우이며, 한 영화를 온전히 책임질 수 있는 유일한 20대 여배우라고 생각한다.

'1번가의 기적'을 준비할 때다. 촬영 준비에 바빠서 (하)지원이 훈련장을 찾지 못하다가 한 석 달 정도 지났을 때 너무 궁금해서 불시에 훈련장을 습격(?)했다.

링 위에서 정두홍 무술감독(영화 속에서 하지원의 아버지로 출연)과 격렬한 난타전을 벌이는 사람이 있었는데 무슨 인간병기가 스파링 하는 줄 알았다.

자세히 보니 하지원이었다. 지원이는 이후에도 개인 트레이너를 고용해 복싱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마음속에서 존경심이 우러나오는데 참."

배우 임창정 : "뭘 하나 맡기면 너무 열심히 한다. 복서 역할이, 배우가 제대로 못하면 (영화에) 몰입을 못하게 되지 않나. 그런 어려운 역할인데 하지원이라면 해낼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기본적으로 친하고 호흡도 잘 맞지만 일도 잘해서 믿음직스럽다."

감독 윤제균 : "후반부 경기 신을 찍는데 상대편 선수가 날린 펀치가 지원이 코를 강타했다. 지원이가 쓰러졌다. 체육관 대관 문제가 있어서 무조건 그 날 촬영을 끝내야 하는 상황에 주연배우가 부상을 당하고 기절을 하니 눈앞이 캄캄했다.

마지막 라운드를 무한 연기하려는 순간, 선수 대기실에서 연락이 왔다.지원이가 깨어났다는 것이다. 모두가 달려갔더니 지원이가 "감독님 죄송해요. 10분만 있다가 촬영 들어갈게요"라는 거다.

정말 최선을 다하는 지원이는 예전에도 최고였고 지금도 최고고, 앞으로도 최고일 수밖에 없는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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