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범 몽타주·목소리 삽입해 공개수배
관객과 소통 꾀하는 우리 사회의 실험

한 영화 관계자는 “를 거쳤으니 알고 있는 영화적 소재가 얼마나 무궁무진하겠나?”라는 말로 박진표 감독에 대한 충무로의 기대감을 대신했다.

박 감독은 전작 등을 통해 노인의 성(性), 에이즈 같은 범접하기 어려운 실화에 매달려 왔다. 그래서 박 감독의 독특한 행보는 단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작 본인은 자신의 행보에 관해 “상상력이 부족해서 그렇다. 유치한 상상력보다 영화 같은 현실이 더 낫지 않겠냐”고 의미를 덧붙인다.

독하다 싶은 정도로 우직하고 에둘러 표현하지 않는 면에서는 투박하기까지 하다.

영화 (감독 박진표ㆍ제작 영화사 집)는 가장 박진표다운 영화다. 공개수배극, 이보다 더 목적의식이 뚜렷한 상업영화가 있었을까? 영화가 관객에게 범인을 함께 잡아보자고 적극적으로 선동하고 나섰다.

영화 는 세인의 기억에서 잊혀졌던 1991년 고(故) 이형호군 유괴사건을 끄집어 낸다. 아이를 잃은 부모의 고통을 되새기고 함께 극악무도한 ‘그놈’을 잡자고 한다.

최근 영화 제작사 사무실에서 만난 박 감독은 영화를 통한 각종 논란을 어느 정도 예상한 듯했다.

박 감독은 “주변의 반응이 이전 영화의 경우 ‘이해한다’였다. 이번 경우는 ‘이해한다. 근데 왜 그랬냐?’라고 하더라”며 입을 열었다.

주변의 반응은 한 발자국 더 나가버린 엔딩에 대한 것이다. 박 감독은 영화의 형식이나 관습적 표현에서 탈피해 ‘그놈’의 목소리와 몽타주를 영화 전면에 등장시켰다.

이 엔딩 장면은 두고두고 회자될 만큼 기존 영화에서 보기 어려웠던 새로운 시도가 될 법하다.

박 감독은 “엔딩에 하고 싶은 모든 말을 담았다. 이 영화의 존재 가치가 그 엔딩에 있기 때문이다. 엔딩 장면을 통한 관객과 소통은 나의 실험이자 우리 사회의 실험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실험은 단순히 범인 검거로 그치지 않는다. 잊혀졌던 그놈의 목소리를 사회에 각인시킴으로써 반인륜적 범죄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데 있다.

29일 영화의 VIP시사회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의원들을 초청한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1년 이상 계류 중인 ‘반 인륜 범죄에 관한 공소시효 폐지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도 영화의 중요 목적 중에 하나다.

는 실제 유괴사건이 상업영화의 소재로 다뤄지는 것에 대한 일각의 우려와 비난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박 감독은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영화의 진심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박 감독은 영화가 보여줄 진정성의 힘에 크게 기대는 듯했다.

박 감독은 “비난을 감수하고 상업영화로 가야만 했다. 더 많은 관객이 봐야만 그 반응의 크기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목적이 확실한 영화에 유리한 길을 택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마운드 위의 정통파 투수, 박진표가 던진 공은 이미 손을 떠났다. 타석에 들어서 그 공을 받아 치는 관객이 사회라는 야구장에 어떤 공명을 울릴 수 있을까? 영화의 사회적 완성을 요구하는 박진표의 영화 실험, 그 결과가 궁금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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