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그놈 목소리'로 6년만에 컴백… "이젠 오랜만이란 소리 듣지 않을래"

김희애 이영애 고현정 고소영 전지현까지 모두 연기자지만 가장 우아한 광고에서 세상 보통사람과는 다른 공간에서 살고있는 듯한 판타지를 심어주는 '역군'이기도 하다. '하늘에서 강림한'것만 같은 여성의 원초적 아름다움을 최대한 살린 CF에서 그들은 늘 우리와는 몇발짝 떨어져 사는 사람들처럼 비춰졌다.

그중에 김남주도 대표적인 CF퀸으로 부인할 수 없는 치명적 아름다움을 선보여왔다. 1분 혹은 30초 짜리 광고속 도도하고 우아한 자태의 이미지는 강렬했다.

그런 그가 동료 배우 김승우와의 전격 결혼과 출산이후 6년여만에 '세디 센, 강하디 강한' 실화 영화 '그놈 목소리'(박진표 감독, 영화사 집 제작)로 자식잃은 엄마의 애끓는 모정을 연기했다. 캐스팅 결정때만 해도 뜻밖이었지만 영화가 공개된 이후 김남주 역시 한 아이의 엄마였음을 다시 한번 환기 시켜주는 신선한 충격이 느껴졌다.

여전히 '그놈 목소리'가 내포하고 있는 분노와 울분이 채 식지 않은 감정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김남주를 인사동 프레이저 스위츠에서 만났다.

오랜만이란 소리 이제 안듣게 열심히 연기할래요

"어휴, 또 오랜만이라고 하시네. 벌써 몇번 째 듣는 얘긴지 모르겠어요. 제가 정말 오랜만에 나오긴 했나봐요. 호호호." 김남주에게 이어진 인터뷰에서 매번 '오랜만의 컴백'에 대한 소감을 묻는 질문은 당연했다. 하지만 여러 차례의 인터뷰에서 그는 이 얘기를 반복적으로 들으면서 세상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인식한 듯 하다.

"그동안 아시다시피 CF활동을 간간히 하면서 결혼하고 아이키우고 운동 열심히 하고 지냈어요. 남편이 영화를 활발하게 찍고 의욕적으로 활동하는 모습 보면서 전형적으로 출근하는 남편, 일 열심히 하는 남편을 내조하는 제모습에 만족하면서 살아왔어요. 남편이 부인 잘 만나 더 열심히 일하고 잘한다는 소리를 들으면 제 기분이 얼마나 좋았는데요."

같은 연기자였으니 혹시 활동을 중단한 6년 여동안 연기욕심이 내면에 차오르지는 않았을까? 어찌보면 그녀에게 가장 황금기랄 수 있는 30대의 초반이 송두리채 공백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 할 겨를도 없었어요. 온 우주가 제 아이 라희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했고 철저히 아이와 남편을 중심으로 생활해왔어요. 그것이 여자에게 엄마에게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실 거에요."

하지만 이제 영화로 활동을 재개하면서 그에게 새로운 자신감이 생겨났다.

"다들 도시적 이미지라고 하시는데 그건 제 일부의 모습이 강조됐을 뿐이에요.어떻게 사람이 한가지 면만 갖고 살겠어요. 저도 평상시에는 아주 평범하고 수더분하게 생활해요. 이제 앞으로 활동하면서 아줌마의 푸근함과 털털함도 보여드릴 거에요. 저~ 나름대로 한복도 잘 어울려요. 사극도 가능하다니까요. 호호호."

이제 김남주는 더이상 오랜만이라는 이야기를 듣지 않게 작품활동을 꾸준히 하면서 전작의 캐릭터와 비교하며 이야기할 수 있는 필모그라피를 쌓고 싶다고 했다.

촬영장에서는 라희 엄마가 아니라 철저히 상우엄마였죠

영화얘기로 돌아가면 김남주는 환했던 얼굴에서 표정이 사뭇 진지해졌다. 실제 어린이 유괴 살인사건을 영화에서 그대로 재연한 현상 수배극이다. 영화는 실화가 주는 긴장감 그대로를 살렸고 연기자들은 이미 여러 차례 감정의 진액을 뽑아내느라 매번 정신적 육체적 바닥을 여러차례쳤던 경험을 토로했다.

아이에게 헌신적이던 엄마 오지선의 자식잃은 슬픔으로 피폐해진 심리와 표정은 그간 김남주가 CF에서 보여준 '이보더 더 행복 할 수 없다'는 분위기와 180도 정반대의 모습이다.

"시나리오에 '아동범죄는 공소시효가 있을 수 없다'는 기획의도가 있었는데 소름이 끼치도록 전율이 일더니 제 온 마음이 움직였어요, 저도 자식을 키우는 엄마잖아요. 13년동안 연기를 해오면서 저 아니면 그 심정을 알 수 있는 사람이 또 있을까 하는 자신감이 들었어요." 그것이 그가 4개월 촬영내내 고생하며 연기 진액을 모두 뽑아내며 할수 있었던 중요한 명분이었다.

"설경구 씨도 그랬고 박 감독님도 그랬고 제가 연기하면서 '그놈'이 이 영화를 본다면 '그놈'이 한일이 얼마나 잔인한지, 최대한 범인이 자신의 죄가 얼마나 큰 지를 깨닫게 해주려는 목적연기를 했어요. 법은 '그놈'을 (공소시효 만료)을 용서했는지 모르지만 그 부모는 용서 안했잖아요."

김남주는 최근 4개월동안 영화를 찍으면서 유지했던 뽀글이 아줌마 퍼머를 잘라냈다. 도저히 그 머리를 하고는 답답하고 가라앉은 그 감정을 빠져나오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우선 저도 그 감정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너무 힘들겠더라구요, 거울을 보고 있으면 자꾸 오지선이 생각나서 힘들고..하지만 당분간은 '그놈목소리'의 제 캐릭터에서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오랜만에 하는 연기에서 제 모든걸 쏟아부었는데 어디 그게 쉽게 지워질까요?" 김남주는 지금 에스프레소 커피처럼 진하고 깊어지고 있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