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호군 실제사건 다룬 '팩션'… 과학수사 조롱하는 지능적 범인

영화(감독 박진표ㆍ제작 영화사 집)는 9세 소년 한상우의 유괴가 진행된 44일간의 여정을 따른다. 용의주도한 범인과 그에게 철두철미하게 파괴돼 가는 한 부부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자신만만하던 9시 뉴스 앵커 한경배(설경구)도 과하다 싶을 정도로 꼼꼼하게 아이를 관리하는 엄마 오지선(김남주)도 아이의 유괴사실 앞에는 처참하리만큼 무너져 내린다.

범인이 요구한 돈은 1억원, 범인은 과학수사를 표방한다는 전담 수사본부를 조롱하듯 유린한다. 유일한 범인의 실마리는 협박전화의 목소리, 감정이 없는 듯한 차디찬 그 목소리는 부모의 가슴에 비수로 꽂힌다.

결국 44일만에 차디찬 주검으로 돌아온 상우 앞에 부모도 수사진도 할말을 잃게 된다.

실제 사건의 극화, 소위 말하는 팩션 영화는 동전의 양면을 갖고 있다. 실존했던 사건만이 가질 수 있는 리얼리티의 잠재적 파괴력은 무시 못할 존재다.

있을 법한 얘기들로 가공되는 픽션을 뛰어넘는 경우가 많다. 영화화되는 사건인 만큼 대중들의 인지도도 높아 홍보에도 큰 이점을 가진다.

하지만 여기에 팩션이 가지고 있는 맹점도 도사리고 있다. 대중의 높은 인지도가 영화의 결말을 이미 공개하고 시작해야 한다는 치명적 약점을 가지고 시작한다.

여기에 리얼리티를 재가공하는 각색의 과정에 따라 위력적인 파괴력을 발휘할 수도, 그 반대로 그냥 묻히고 말 수도 있다.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이형호군 유괴사건’을 토대로 극화된 역시 동전의 양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영화는 유괴라는 동일한 소재를 극화한 할리우드 영화 , 박진표 감독의 전작 , 동종의 팩션 을 떠올리게 된다.

의 주인공은 유괴범에 현상금을 걸며 호기 좋게 대결을 벌인다. 결국 유괴범을 때려잡고 아이를 되찾는다. 이는 한경배가 슈퍼맨 장난감을 쥐며 절규하는 장면과 비유될 법 하다.

자식을 잃은 처절함은 지켜 보기 힘들 정도로 관객을 감정의 극단으로 몰아간다. 여기서 감정의 과잉으로 치닫는 모습은 박진표 감독의 전작 을 떠올리게 한다.

다만 절절한 사랑이야기가 아니라 비극적 사건이라는 점 때문에 영화를 보는 관객들도 극중 인물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결국 진이 다 빠진다. 나중에는 더 이상 흘릴 눈물이 없을 정도로 감정을 후벼 파고, 눈물을 쥐어짠다.

영화는 엔딩 장면은 범인의 몽타주와 음성을 통해 온 국민에게 수사에 동참하자고 독려한다. 이는 공개 수배극을 표방하는 영화의 존재 이유를 명확하게 한다.

이 같은 설정이 실제 선의에서 시작된 일인지, 아니면 상업적인 속셈이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심증은 가지만 확증이 없다.

이번 영화를 통해 유괴라는 죄악에 대해 경각심을 일으키고, 나아가 이형호 군 유괴범을 꼭 잡고 싶다는 제작진의 말을 믿을 수 밖에 없다.

다만 는 영화로 머물게 했던 과 다른 길을 걷겠다는 점은 분명하다. 2월1일 개봉.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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