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무비] 언니가 간다 "과거는 과거일뿐 후회하지 말자"
류시화의 시집 제목처럼,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후회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누구나 실수를 저지르고 그것을 후회하기 마련이다.

첫사랑에 실패한 나정주(고소영-조안)는 첫사랑에 실패한 이후 사랑 따윈 믿지 않는 소극적 연예관을 갖게 됐다.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자신의 인생 마저 꼬였다고 믿는다.

과거를 잊고 잘 살아보려 하나 톱스타가 된 첫사랑 '조하늬'(김정민-이중문)는 매일 같이 TV에 등장해 정주의 심기를 건드린다.

설상가상 자신이 차 버린 고교동창 오태훈(이범수-유건)은 성공한 사업가로 변신해 정주를 미치게 한다.

안 풀리는 인생 한탄하며 울던 어느 밤, 정주에게 과거를 바꿀 기회가 주어진다.

'언니가 간다'(감독 김창래, 제작 시오필름)는 인생 꼬인 한 서른 살 여자의 과거 교체 프로젝트다.

영화는 30대 나정주가 첫사랑을 바꾸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과 함께 1994년, 그룹 듀스의 '나를 돌아봐'등 히트곡과 하이텔 통신, 삐삐, 게스 청바지로 대변되는 당시의 문화로 향수를 자극하고, 또한 지금은 별일 아니지만 그 당시에는 엄청난 일이 될 수 밖에 없는 몇몇 에피소드를 통해 웃음을 유발한다.

평발이라 축구를 포기할 뻔한 박지성이 나정주의 지나가는 말 한마디에 다시 축구를 하게 되는 일화가 한 예다.

'언니가 간다'는 과거를 바꿔 더 나은 미래를 연 '백 투더 퓨처'와 달리 아무리 애를 써도 바꿀 수 없는 과거가 있다고 말한다.

부끄러운 과거를 부정하기보다 과거를 인정하는 것이 보다 현명한 태도임을 나정주를 통해 보여준다.

본인의 말처럼 가장 닮은 캐릭터를 연기한 고소영은 비로소 자신의 연기영역을 확장한다.

겉멋이 잔뜩 든 조하늬의 10대 시절을 연기한 이중문은 기대 이상이며, 고소영과 닮은 외모의 조안 또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다만 삶의 지혜를 깨우친 나정주의 새 인생에 굳이 오태훈이 자리할 필요가 있는지가 의문이다.

그냥 화이팅 한번 외치고 나아가는 나정주가 훨씬 더 좋았을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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