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개봉 영화 '중천'서 소화 역 맡아… "고민과 혼돈 속에 '중천' 찍었죠"
"서울대 출신? 그렇게 똑똑하지 못해요" 겸손? 내숭?

CF 모델로 연예계에 입문한 김태희(26)는 어느덧 시대의 아이콘이 됐다.

'미모의 서울대 출신 연예인'이란 화려한 수식어를 달고 연예계에 혜성같이 등장, 브라운관을 종횡무진 누비면서 '예쁜 애들은 공부를 못한다'는 오랜 편견을 깬 것이 바로 그다.

바로 이 때문에 그는 '요즘은 예쁜 애들이 공부도 잘하고 집안도 좋다'는 이른바 '조건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상징하는 인물이 됐다.

이런 평가에 대한 김태희 본인의 생각은 어떨까.

"(서울대 출신이라는 것 때문에) 사람들은 제가 굉장히 지적이고 똑똑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측면이 많습니다. 웃기는 얘기를 듣고 남들 다 웃고 나서 한 박자 늦게 웃는다는가 이해하는 속도가 한 박자 느리다든가 하는 식으로 좀 덜 떨어진 구석이 있거든요."

스스로를 똑똑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26살 아가씨의 점잖은 애교를 겸손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내숭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그가 주연을 맡은 영화 '중천'과 관련한 인터뷰를 위해 오후 늦게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태희는 사실 매우 똑똑해 보였다.

할 말과 안할 말을 분명히 가려서 하고 스스로의 이미지를 훼손할 수 있는 섣부른 표현은 전혀 입에 올리지 않을 정도로 사리분별력이 뛰어났다.

21일 개봉하는 판타지 무협영화 '중천'은 그의 영화 데뷔작이다.

"실제로 해보니 영화는 (드라마와는) 많이 다른 것 같아요. 드라마는 항상 스케줄에 쫓기기 때문에 이런저런 생각을 할 여유가 없이 정신없이 찍게 되고, 방송에 임박해서 찍게 되면 맘에 안드는 연기가 방송에 나와버려도 되돌릴 수가 없죠. 반면 영화는 자신의 연기가 정 마음에 안들면 재촬영도 가능하죠. 따라서 좋은 점도 있지만 문제는 찍고 나서도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는 점이죠. 드라마는 육체적으로 힘들지만 영화는 정신적으로 힘든 것 같아요. '중천' 촬영을 하면서도 되게 많은 고민과 혼란과 혼돈 속에서 찍었죠. 전 머리 많이 안쓰고 몸으로 때우는 게 편한데…(웃음)."

기왕 말이 나온 김에 'CF 모델 출신은 연기력이 딸린다'는 평가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물어보았다.

"사실 옛날 드라마를 보면 부끄러울 때가 많아요. 어떻게 저런 장면을 찍었을까 하는 창피한 생각도 들죠. 보시는 분들이 평가할 문제지만 '중천'은 최선을 다해 찍었기 때문에 아쉬움이 남기는 해도 후회는 없습니다."

영화에서 맡은 '소화'란 인물은 어떤 인물인지에 대한 의례적인 질문을 던졌다.

"모든 기억과 번뇌를 버리고 해탈한 '천인(天人)'입니다. 저랑 닮아있는 점이 매우 많습니다. 순수하고 어린아이같이 철없고 세상물정 모르고… 그 때문에 연기를 하면서도 많은 애착을 느꼈습니다."

김태희는 영화가 흥행이 잘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사실 처음에는 (흥행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는데 개봉이 임박하면서 언론 인터뷰를 많이 하면 할수록 욕심이 생기는 것 같아요. 사실 전 전에 드라마를 찍을 때에도 시청률에 신경을 쓴 적이 한번도 없을 정도로 (흥행에 대해) 무심한 편이었거든요. 스스로의 연기력에 대해 스트레스가 많았기 때문에 다른 것에 신경 쓸 여력도 없었구요. 근데 '중천'은 정말 잘됐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갈수록 들어요."

영화에 대한 얘기는 그만하고 이제는 지겨울 법도 한 재벌 2세와의 결혼설에 대한 질문을 조심스럽게 꺼냈더니 생글생글하던 김태희의 얼굴이 갑자기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 얘긴 이제 그만 했으면 좋겠어요. 일단 전혀 사실이 아니고, 이젠 너무 많이 나와서 일반인도 별로 관심이 없지 않나요? 저도 이제 더 이상 그에 대한 기사가 나와서 세간에 오르내리는 걸 바라지 않구요."

분위기가 갑자기 냉랭해지는 듯해 급히 화제를 돌려 여가시간에는 주로 뭘 하느냐고 물어봤다.

"여가시간에는 주로 친한 친구들을 만나죠. 주말에는 강변CGV에 자주 가요. 또 코엑스몰도 자주 가죠."

유명 연예인이 그런 공공장소에 돌아다닐 수 있느냐고 했더니 "자주 다니다보니 노하우가 생기더라구요. 그리고 전 그냥 자연스럽게 하는 편이에요. 절 알아보고 사인해달라고 하면 사인해주고 사진 찍자고 하면 사진은 곤란하다고 거절하고… 코엑스몰 같은 데서 저 본 사람 많아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어느 인터뷰에선가 '남자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을 본 적이 있어 그에 대한 질문도 해봤다.

"네, 사실이에요. 친구 같기도 하고 연인 같기도 한 그런 애인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말도 잘 통하고 연인 같은 애틋한 느낌도 있는 그런… 전 개인적으로 첫 느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첫 느낌에서 '아, 이 사람은 연인이 될 수 있겠구나' 혹은' 아, 이 사람은 그냥 친구로 지내야겠구나'를 결정합니다."

인터뷰를 마치니 저녁 7시 가까이 됐다. 하루종일 인터뷰에 시달린 김태희와 그의 스태프들이 카페에서 단체로 식사를 하면서 "저녁 같이 드세요"하고 권하길래 순간적으로 마음이 흔들렸지만 "아쉽게도 저녁 약속이 있어서…"하고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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