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메모] 레드카펫에는 150여명 배우들 집결, 막상 개막작 상영때는 썰물처럼 빠져나가

부산국제영화제가 12일, 9일간의 화려한 대축제의 서막을 열었다.

이날 개막식행사에는 국내 내로라하는 배우 150여명이 부산 수영만 요트경기장 앞 광장에 속속 몰려들었다. 국내 축제가 아니라 아시아 영화의 대 축제이자 세계적인 영화제로 발돋움하는 부산국제영화제인지라 국내 정상급 스타들이 한자리에 모여든 것. 국내의 어떤 행사도 이보다 더 화려할 수 없을 정도로 반짝 반짝 빛나는 별들의 잔치의 풍경이다.

이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행사는 바로 개막식 본 행사에 앞서 펼쳐지는 화려한 레드 카펫 행사. 국내외 수백 명의 취재진이 집결해 있고 7000여명에 가까운 개막식 참석자들 앞에서 한껏 자신을 뽐낼 수 있는 자리가 바로 이 행사다.

정우성 김태희가 커플로 입장했고 이에 질세라 이병헌 수애가 나란히 팔짱을 끼고 등장해 객석의 환호를 받았다. 또 감우성 김수로 콤비, 박진희-최정윤 등 팬들로부터 사랑받는 스타들이 줄지어 입장하는 모습은 그 자체가 하나의 장관을 이뤘다.

하지만 축제를 방불케 하는 행사는 거기까지였다. 본 행사가 시작되고 나서 20여분이 지난 직후 개막작인 '가을로'의 주요 제작진과 배우들이 소개된 후 개막작 상영이 시작됐다.

맨 앞좌석에 앉아있던 배우들은 슬금슬금 하나둘 자리를 뜨기 시작하더니 이내 개막작 주인공들 외에 10여명의 배우들만이 자리를 지키고 끝까지 일반 관객들과 영화를 감상했을 뿐 나머지는 공식 숙소인 파라다이스 호텔로 떠났다. 끝까지 자리를 지킨 배우는 김민선, 최강희 정도가 눈길을 끌었을 뿐이다. 앞자리에 앉아있던 그 많은 배우들이 빠져나가자 무대의 맨 앞부분 객석은 뎅그러니 빈자리가 늘어나 보기에도 을씨년스러웠다.

불과 20여분 전에 객석의 환호를 받으며 입장했던 배우들이 순식간에 종적을 감춰버린 것이다. 파라다이스 호텔에서는 배우의 밤이라는 거창한 행사가 시작되면서 배우들은 모두 이곳으로 집결해 그들만의 파티가 시작됐다.

객석의 관객들은 배우들이 함께 하지 않고 휑하니 자리를 뜨자 아쉬움이 많이 묻어난다는 반응이다. 부산 연제구에서 온 박은희 씨는 "배우들이 오로지 레드 카펫에만 관심있는 모양"이라며 "적어도 개막작이라도 함께 보는 성의를 보였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털어놨다.

그렇다고 배우들이 자리를 빠져나가 특별히 한 일도 없었다. 배우의 밤이라고는 하지만 서로 자존심이 센 배우들이 쉽게 파티 분위기를 즐기지도 못하고 자신의 소속사 식구들과 삼삼오오 회집으로 술집으로 장소를 옮겼다.

매년 이 같은 씁쓸한 모습을 지켜본 한 영화제 관계자는 "정말 영화인과 관객이 한데 어우러지는 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함께 한다는 의식이 더 강해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화인과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이 함께하는 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매일 레드 카펫을 열면 어떻겠느냐는 자조적인 이야기가 그래서 더 씁쓸하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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