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천하장사 마돈나'로 연기 신고식 치른 패션모델

태어날 때부터 초우량아였다. 산파 아주머니가 한손으로 이 아기를 들지 못했다. 이언이 태어난 그해(1981년)는 민속씨름이 출범하는 해였다.

# 1라운드-씨름

운명처럼 그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씨름을 시작했다. 무언가 스스로 결심하기도 전에 시작한 일이라 그저 씨름이 내 천직이고 운명이겠거니 하고 열심히 했다. 초등학교 3학년때 시작해서 대학교(동아대) 1학년까지 하고 가출했다. 그전까지는 97년도 전국 체전 씨름 금메달을 따기도 했던 유망주 였다.

"아버지가 영화속 덕환이 아버지처럼 권투 선수셨어요. 태어난 해도 씨름 출범과 같은 때였으니 어쩌면 씨름을 해야하는 운명이었나봐요. 다른 고민없이 씨름에만 10년을 매달리면서도 별로 눈돌리지 않았죠. "

고등학교 1학년때는 이제 갓 씨름에 입문한 최홍만이 연습경기차 학교에 왔다. 기본기도 안돼 있던 최홍만을 이기는 것은 7년차 이언에게는 쉬운일이었다. 하지만 인상깊었던 것은 그때도 최홍만은 엄정화의 히트곡 '포이즌' 노래에 맞춰 모래판 세리머니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뭔가 나중에 한가닥 할 것 같다는 인상을 그때 받았다.

관객들에게 잔잔한 호응을 얻고 있는 '천하장사 마돈나'의 씨름부 주장 역으로 등장하는 이 언. 그의 스물 여섯 인생에서 씨름은 이렇게 1라운드 막을 올리고 내렸다.

# 2라운드-모델

'이언'(?) 이름이 독특하다. 알고보니 '라이언'이라는 모델계에서 쓸 예명에서 '라'를 뺀 것이란다. 씨름을 하다 차승원을 패션 전문 케이블인 동아 tv에서 보고는 한눈에 반했다. 모델이 되고 싶어졌고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결국 서울로 가출했다. 이미 살은 30kg가량 감량했다. 108kg에서 말이다. 수차례 오디션을 보면서 번번히 물을 먹었지만 좌절하지 않았다. "열심히 하면 하늘은 알아준다"는 좌우명에 뚝심있게 믿으며 지치지 않고 도전했다.

대학 과 선배인 선배 연기자 김민준의 조언과 도움도 있었지만 결국 이언은 2000년 하얏트 호텔 에스카다 패션쇼에 감격스런 첫 무대를 서게됐다. 그리고 7년째 무대에 100번도 넘게 쇼에 투입됐다. 자신이 우러러마지 않는 차승원의 말처럼 '모델이 100번이상 무대에 서보지 않고는 감히 모델이라 하지말라'는 말도 깊이 새기고 있다.

"운이 좋았죠. 쉬지않고 꾸준히 각종 패션쇼 모델로 무대에 7년동안 설 수있다는 것은 모델에게 행복한 일이에요." 시야를 넓혀 싱가폴 홍콩 등에서도 1년여 모델 활동을 할 수 있었다. 비슷하게 시작한 강동원과 조한선은 이미 스타 반열에 올랐다. 절친 했던 주지훈도 '궁'을 통해 인기를 높이고 있다.

"모델하면서 제 안의 제가 모르는 끼가 많았다는 것을 느끼며 희열을 맛보곤 해요. 이젠 후배들도 많이 생기고 제가 어떻게 더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서 척박한 한국 남자 모델들의 역할이 더 넓게 생길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면에서 모델일은 정말 중요해요. "

최근에는 케이블 TV Mnet의 '아이엠 어 모델-맨'프로그램을 찰스와 함께 고정 출연중이다. 첫 방송을 시작하기 전에 네명의 남자 모델들은 전신 누드를 촬영하기도 했다. 한국 남자 모델의 중흥을 위한다는 고육지책(?)이었다. 그렇게 라도 관심을 끌 수있다면 전체 모델들에게 도움이 될거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 3라운드- 연기, 다시 씨름(?)

다시 과거의 이언으로 돌아갔다. 아니다 연기에 도전했다. 그런데 연기중에서도 다시 그가 처음부터 해왔던 씨름 선수역이다. 첫 데뷔 연기가 씨름선수라면 그래도 덜 부담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어디 연기가 내 마음대로 되랴? 씨름 선수건 아니건 처음하는 연기는 그에게 또다시 힘든 숙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이었다.

'남극일기'를 연출한 임필성감독을 소개받았다. 씨름을 소재로한 시나리오가 있으니 한번 보고 고쳐달라는 부탁으로 시작됐다. 이해준-이해영 감독은 씨름에 대한 기술적 자문을 구하는 것으로 만났지만 결국 이후 5개월 뒤에는 오디션을 보는 자리로 바뀌었다.

"대본을 통채로 외웠어요. 살도 16kg이나 다시 찌웠어요. 덕환이를 데리고 두달간 합숙하듯 하면서 살을 찌우고 씨름 기술을 가리치고 전 덕환이에게 연기를 배웠죠."

모델이 16kg을 찌우는 것은 모험이었지만 그는 감행했고 인천의 한 고등학교 씨름부 모래판에 맨발을 디딜때 그는 과거 씨름할때의 느꼈던 표현 못할 반가움과 희열이 묘하게 교차하는 것을 느꼈다.

"하나의 목표를 위해 말없이 꾸준하게 내달음질 치는 씨름부 주장의 캐릭터는 저와 닮았어요. 누가뭐래도 목표를 향해 열심히 땀흘리는 모습이 가장 아름다운 것 아닐까요?"

이언이 꼽는 가장 명장면은 마지막 오동구와의 결승전. 20시간을 촬영했다. 씨름이 다양한 구도와 각도에서 앵글을 잡으면 이렇게 재미있고 멋있는 스포츠라는 것을 보여주는 최고의 명장면이라고.

자신의 목표를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려서 정도를 걸어라'는 신념으로 그는 무대에 서고 주어지는 연기 기회를 잡겠단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달콤한 인생'의 백선생(황정민 분)같은 독기어린 연기를 위해서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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