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 토크토크] 영화 '가문의 부활' 김수미
운동하며 피부관리 30대 역할 거뜬히… 20대화 키스신 좋냐고? 아휴 미안하죠
인기는 공허, 벼랑끝서 살아난후 항상 감사… 욕심 있다면 치명적 사랑 연기 해보는 것

마치 럭셔리 파티의 주최자 같다. 배우 김수미는 화려한 정장에 반짝거리는 보석으로 치장하고 귀부인처럼 나타났다.

걸걸한 목소리로 ‘야, 이 놈아!’를 외치는 영화 속 욕쟁이 아줌마의 이미지는 온 데 간 데 없다. 딱딱 떨어지는 말투하며 손을 살포시 모으고 걷는 모양새가 예의범절을 중히 여기는 부잣집 ‘마나님’과 다름없다.

배우 김수미는 카메라 앞에서 서더니 “다리가 길게 나오게 찍어주세요”라며 너스레를 떤다. 오랜만에 멋진 차림을 한 터라 카메라 속 모습이 궁금한가 보다. “20대 여배우 못지 않다”고 추임새를 넣었더니 손으로 살짝 입을 가리며 ‘호호호’ 웃음을 지었다.

올해 나이 만 55세인데 건강의 비결부터 먼저 알려주시죠.

= 요즘 운동에 맛을 들였어요. 아침에 일어나면 뒷동산을 40분 정도 걷고, 또 헬스클럽에 가 운동을 해요. 헬스클럽은 제게는 동네 목욕탕이나 다름없죠. 아줌마들하고 놀면서 운동하고 반신욕도 하는데 언제인가부터 밤샘을 해도 힘들지 않게 됐어요. 즐겁게 운동하고 있는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영화 '가문의 부활'에서 30대로 분장했는데 특별한 피부 관리 비법이라도 있습니까.

= 명색이 여배우인지라 스킨 케어를 받아요. 가끔 집에서 계란 흰자위를 거품으로 만들어 얼굴에 바르기도 하고요.

20대 남자배우랑 키스 신도 촬영했는데 기분이 어떠했습니까.

= 아휴, 미안해서 죽겠어. 차안에서 남자 후배한테 ‘미안하다, 진짜 입술이 닿아야 한단다’고 그랬더니 큰 소리로 괜찮다는 거야. 내 앞이니까 좋게 말했겠지만 막상 나와 키스하는 심정이 좋았겠어요(웃음).

연기 외에도 책도 몇 권 낼 만큼 다방면에서 정열적으로 활동하고 있는데요.

= 몇 권이라니. 수필집, 소설, 요리책 3권을 포함해 모두 8권이에요. 연기는 하지 말라면 안 할 수 있겠는데, 글 쓰는 것은 절대 그만두지 못하겠어. 바쁘게 사는 게 타고난 성격인가. 아마 공허해서 그런 지도 몰라요. 바쁘면 잊을 수 있으니까요.

남편과 장성한 아들 딸이 있는데 공허하다니요.

= 인기는 몇 년 못가요. 이젠 나이도 있잖아요. 인기 있다는 게 내 인생에 있어서 좋은 것은 없어요. 벼랑 끝까지 갔다가 살아났는데 감사하는 마음은 있어도 신명이 나거나 기분이 붕 뜨는 건 없더라고요.

글을 좋아하실 만큼 감성적인 게 연기에 도움이 되겠지요.

= 겉으론 걸걸해 보여도 알고보면 색다른 게 나에요. 얼마전 들꽃이 너무 예쁘기에 박카스 병에 꽂아 차안에 두고 다녀요. 탤런트 김영애가 데뷔 동기인데 그 친구가 멜로드라마 주인공을 많이 했지. 나야 스무살 후반에 할머니 역을 맡았지만 말이에요. 당시에는 속이 많이 상했지. 김영애가 도자기라면 나는 뚝배기야. 뚝배기라고 맛있는 음식을 못 담는 것은 아니잖아요. 들꽃처럼, 뚝배기처럼 살고 싶어요.

요즘 전성기를 맞았는데 아직 또 다른 전성기가 남아있을까요.

= 제 인생에 한 3번쯤 전성기가 있었던 같아요. 20대 초반이던 70년 데뷔 시절 곧바로 주연급을 맡게 됐을 때, 30대 초반 MBC ‘전원일기’로 연기 대상을 수상했을 때, 그리고 지금이지. 솔직히 이런 시대가 올 지 몰랐어요. 30대 초반부터 거의 8, 9년 동안 요리프로그램, 토크쇼 진행 등 활발한 활동을 했는데 어느 순간 잊혀져가더라고요. ‘아, 이젠 연기자로는 묻히는구나. 글이나 써야겠다’고 생각해오다 갑자기 인기를 얻게 됐네요. 몇해전 제대로 아팠었잖아요. 아마 그런 시간들이 있어서 화려한 불꽃을 피우려고 했던 것 같아요.

개런티도 몇 억 수준으로 껑충 뛰었다면서요.

= 지금 나이에 물욕을 너무 부리는 건 좋지 않아요. 뭐, 솔직히 돈 많이 주면 좋지만(웃음). 돈을 좀 모았어도 아이들한테 물려주고 싶지 않아. 언젠가는 시골에서 농사 지으면서 사회에 봉사 활동하는 걸로 노후를 보내고 싶어요.

말투가 너무 차분해서 영화 속 코믹 연기가 잘 안떠오를 정도입니다.

= 고향이 군산이야. 억양이 원래 세거든. 가끔 거친 말이 불쑥 튀어나오곤 해요.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면 ‘어, 이 년 봐라. 오랜만이다, 이 년아’라는 욕이 자연스럽게 나오지. 하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거든. 가끔 우리 딸이 나를 보고 교양 없다고 농담을 하는데, 뭐 생긴 게 그런 걸 어떡하겠어요.

▲ 영화 '가문의 부활'
▲ 영화 '가문의 부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걸 뭘까요.

= 글쎄, 뭘까요. 신의나 의리, 이런 게 아닐까. 영화 ‘오! 해피데이’에서 욕쟁이 아줌마로 오랜만에 영화에 출연했는데 그 감독과 인연이 원래 깊었어요. 어느날인가 들꽃을 한아름 갖고 대본도 주지 않은 채 하루만 촬영장에서 놀다가라고 하대. 현장에 가보니 뭐 별로 할 것도 없어서 그냥 애드리브로 연기했지. 근데 그게 반응이 좋아서 ‘마파도’에도 나오게 되고 시트콤 ‘프란체스카’에도 출연하게 됐지. 아마 그 감독과 의리를 지킨 덕분인가봐요.

돈도, 명예도, 가족도 다 이루셨는데 남아있는 욕심은 뭔가요.

= 많은 장르를 오가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있으니 난 참 행복해요.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중년의 사랑을 연기해보고 싶어요. 그냥 사랑이 아니고 30세 연하의 남자랑 치명적이고 파격적인 사랑을 그린 영화요. 안소니 퍼킨스가 나오는 영화 ‘죽어도 좋아’가 그런 영화 잖아요. 영화 마지막에 ‘페드라!’라고 말하면서 절벽으로 돌진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어. 나라고 그런 사랑을 연기하지 말라는 법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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