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원 정직하고 맑다" "이나영은 강한 척하지만 여리다" 평가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감독 송해성, 제작 LJ필름)의 주연배우 강동원(25)과 이나영(27)은 마치 오누이 같았다.

강동원이 질문에 대답하는 중에 이나영이 불쑥 끼어들기도 하고, 자기들끼리 뭐라고 속닥속닥 말을 주고받기도 했다. 영화 속 윤수(강동원)와 유정(이나영)이 스크린 밖으로 걸어나와 앉아 있는 것처럼 보였다.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인기작가 공지영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스크린에 옮긴 작품. 사형수 윤수와 여교수 유정의 동질감에서 비롯한 사랑이 기본 얼개다. 어머니에게 버림받았다는 똑같은 아픔을 가진 남녀가 상반된 처지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아픔을 어루만지며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나눈다는 이야기.

이나영은 이번 유정 역할이 꽤 힘들었나 보다. 그도 그럴 것이 두 시간 가까운 상영시간에 구치소 안 만남의 방을 배경으로 주요 내용이 전개되는 영화에서 내면 연기는 어느 때보다 배우를 옥죄었을 것이다.

"연기하기에 만만한 신(scene)들이 거의 없어 무거운 마음으로 남양주종합촬영소로 들어갔어요. 영화가 한정된 공간에서 거의 대화만 오가잖아요. 그래서 저도 동원씨도 송해성 감독님도 모두 고민이 많았어요. 그런데 같이 밥 먹고 술 먹고 하면서 영화에 묻어가다 보니 걱정은 어느새 사라지더라고요. 나중에는 감독님이 말 한마디 던지면 저나 동원씨나 모두 한번에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연기 호흡 얘기가 나오자 강동원도 "호흡이 잘 맞았다"면서 한 수 거들었다. "영화 촬영 전부터 작품 이야기를 많이 하고 들어간 상황이라 호흡 맞추기가 편했다"고.

"영화의 호흡이 길어서 쉽지 않았다"는 강동원의 말에 이나영은 "어디가 길었느냐고 물으시면 대답할 수 있느냐"며 말꼬리를 물고 늘어졌다.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오누이 사이의 대화다.

이나영은 이번 작품을 연기인생의 전환점처럼 느끼는 것 같았다.

그는 "유정 역이 이전 맡았던 배역과 많이 다르다"고 설명한 뒤 "말투ㆍ캐릭터ㆍ의상 설정 등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했다.

"애 같은 말투 등 유정은 자칫 '투덜이'로 비칠 수도 있어요. 그래서 그것 잡으려고 담배는 국산ㆍ외제 중 뭘 피워야 하나, 차를 어떤 걸로 타야 하나, 옷은 어떻게 입어야 하나, 많이 고심했습니다."

그는 이어 "제가 고집이 세 송 감독님이 주장을 모두 수용해 줬다"며 웃었다.

강동원이 이번 영화에서 사투리 연기를 선보였다. 그에게 경상도 사투리 연기는 MBC 드라마 '위풍당당 그녀' 이후 두 번째. 원작에는 윤수가 서울말을 쓰는 것으로 설정돼 있다.

"경남 창원 출신이라 사투리를 쓰면 연기하기가 자유로워요. 그런데 처음에는 사투리 연기를 하기 싫었습니다. 서울말로 부딪혀 보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감독님께서 사투리를 쓰니까 캐릭터 느낌이 좋아진다고 하셨어요. 찍고 난 뒤 보니까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강동원ㆍ이나영은 감독에 대한 신뢰감으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 출연했다고 말했다.

강동원은 "원작소설을 먼저 읽었고 감독님이 소설을 바탕으로 영화를 준비하신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감독님을 믿고 출연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나영의 대답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시나리오를 읽고 난 뒤 (작품에 출연)해야 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나영은 "송해성 감독님 작품은 모든 배우들이 다 하고 싶어하는 것 아니냐"면서 "고민해도 결국에는 하게 될 것 같아서 (두 번 생각하지 않고) 출연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에게 서로에 대해 평가해 달라는 주문을 했다. 둘 다 머쓱해하는 표정이 귀여웠다.

이나영이 먼저 "정직하고 맑다"라는 말로 강동원을 표현했다. 강동원은 이에 대해 "강한 척하지만 여리고, 무척 착하다"라고 응수했다.

두 배우의 열연이 돋보이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14일 관객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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