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 ■ '사랑하니까, 괜찮아'
'시한부 사랑' 익숙한 이야기로 눈물샘 자극… 힙합·아카펠라·만화 등 색다른 볼거리 추가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유지태는 이영애를 향해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라면서 안타까워했다. 어찌보면 사랑은 그림과 같아서 하얀 백지 위에 물든 선명한 빛깔은 시간에 따라 바래게 마련이다. 변해가는 사랑을 잡기 위해 조금씩 다른 색깔로 사랑을 덧칠해보지만 결국 처음 그린 사랑과는 거리가 생기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사랑하니까, 괜찮아’(감독 곽지균ㆍ제작 유비다임씨앤필름)는 ‘봄날은 간다’와 달리 사랑은 변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첫 눈에 반한 두 사람이 만남과 헤어짐을 겪으면서도 결코 처음 색을 유지한 채 사랑을 완성해간다. “나 죽어! 그래도 사랑할 수 있어?”라는 신파조 대사는 영화가 말하는 변치 않는 사랑을 극명하게 나타낸다. 이들에게 사랑은 영원히 변치 않는 오로라일 뿐이다.

영화는 두 남녀 강민혁(지현우)과 한미현(임정은)의 우연한 만남으로 시작한다. 고등학교 축제 시즌, 힙합 댄스, 아카펠라, 만화에 빠져사는 강민혁은 남자 화장실에서 우연히 미현을 만난다. 미현은 여자 화장실이 만원이어서 잠시 들렸을 뿐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반응한다. 우연한 만남이 반복되면서 민혁은 미현에 대한 사랑을 키워간다.

민혁의 끊임없는 접근에도 불구하고 미현은 쉽사리 마음을 열지 않는다. 가끔 민혁의 줄기찬 사랑에 미소를 짓지만 결국 민혁에게 알리지도 않은 채 훌쩍 미국으로 건너간다. 민혁은 미현이 자신을 왜 떠나는지 이유도 알지 못한 채 그녀에 대한 사랑을 여전히 키워간다.

2년 후 어느날, 민혁은 우연인지 필연인지 또 다시 남자화장실에서 미현을 만난다. 민혁은 자신의 사랑을 매몰차게 뿌리친 미현에게 분노를 터뜨리다 뜻하지 않은 고백을 듣게 된다. ‘나 죽어! 곧 죽을 여자와 사랑할래?’라는 미현의 고백에 민혁은 혼란스러워하지만 결국 그녀를 끝까지 사랑하기로 마음먹는다. 민혁과 미현은 남겨진 짧은 인연 동안 일초를 하루같이, 하루를 일년같이 사랑한다. 민혁과 미현은 천국과 맞닿은 오로라 속으로 패러글라이딩 여행을 떠나면서 다음 생애의 사랑을 맹세한다.

영화는 ‘2006년판 신파 멜로’다. 드라마 ‘파리의 연인’ ‘프라하의 연인’ 등을 쓴 작가 김은숙과 1986년 데뷔작 ‘겨울 나그네’로 멜로 영화의 흥행 돌풍을 일으켰던 곽지균 감독이 호흡을 맞춘 작품이다. 제작 당시 곽지균 감독은 기존 눈물샘을 자극하는 신파 멜로와 다른 감성적인 멜로를 선보이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상 기존 장르 영화의 반복 같다. 다른 점이 있다면 힙합 록 아카펠라 만화 등 신세대의 관심 분야를 소재로 다양한 볼거리를 선보인다는 매력 정도다.

영화는 막판 두 사람의 운명적인 사랑의 완성을 결승점 삼아 초반부터 감정을 몰아간다. 두 청춘남녀, 그리고 이들의 친구들의 모습은 누구 하나 흠잡을 데 없는 순수한 사랑법을 드러낸다. 고등학교부터 대학 시절까지 줄곧 사랑을 키워온 또 다른 커플, 몇 년 만의 짝사랑 끝에 여자의 평생 노예를 자처하는 나머지 커플 등 민혁과 미현의 주위 사람들의 사랑도 순박하기 그지없다. 노래와 춤, 그리고 장난기 넘치는 말투 등으로 관객을 영화 속으로 유혹하는 남자 주인공 지현우의 원맨쇼는 매력적이다. 그러나 20세의 젊은 감각과 멜로라는 전통적 느낌을 조화시키는 게 어려웠다는 감독의 고백이 영화 곳곳에 묻어있다.

12세 이상 관람가. 1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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