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감독의 열세번째 작 '시간'의 여주인공 새희 역

김기덕 감독의 열세번째 영화 '시간'의 여주인공은 성현아다.

성현아는 이로써 국내 손꼽히는 작가주의 감독 두명과 나란히 작품을 찍는 영광(?)을 안게 됐다. 홍상수 감독의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에 이어 김 감독과는 '시간'을 함께 작업했다.

결코 간단치 않은 두감독을 겪은 소감은 어떨까? "두분다 독특하고 굉장해요. 스타일은 분명 틀린데 표현하기는 어렵네요. 그렇지만 분명 배우에게 에너지를 준다는 점에서는 두분다 확실한 강점을 가지셨죠."

7일 김 감독과 성현아 박지연 등이 시사회 직후 간담회를 가졌다. 김 감독은 일년여만에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그간 속에 담고 있던 한국영화계에 대한 격한 감정을 쏟아냈다. 무더운 여름 저녁의 한때가 갑자기 시원해질 정도로 찬바람이 강하게 일었다.

성현아를 시사회가 열린 종로 스폰지 하우스에서 시사회 간담회 직후 만났다.

감독님 이야기 들으니 왠지 마음이 아프다

다른 시사회 직후 간담회와는 다르게 이날 '시간'의 기자간담회 자리는 시종일관 무거웠다. 그럴수 밖에 없는 것이 '시간'은 김감독이 국내 개봉을 안하겠다고 했던 작품이었다. 가까스로 저예산 웰메이드 영화 수입 배급사 스폰지가 '시간' 을 구입함으로써 국내에 역수입되어 개봉되는 상황을 맞았다.

김감독은 그런 상황이 불편해 "'시간'은 해외 판매된 30개국중 대한민국에 수입된 영화일 뿐"이라고 밝혔고 "앞으로 국내 개봉이 없을 내 작품에 국내 배우들이 출연하지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이 주인공 성현아와 나란히 앉아 이런 심각한 이야기를 토해낼때 배우심정은 어땠을까? "처음에 작품 들어갈때도 특별히 큰기대는 안했어요. 오늘 감독님이 말씀하시는 걸 들으니 왠지 가슴이 아프더라구요. " 김감독에 대한 주변의 50%도 안되는 귀동냥 정보와 선입견으로 감독의 진정성이 제대로 읽혀지지 않는것 같다고도 했다. "결코 흔들리지 않는 감독님의 모습이 그래도 좋아보이네요. "

성현아는 개봉이 안됐어도 후회는 하지 않는다고 했다. 영화를 통해 배우로서 소위 날 것 그대로의 생연기를 해볼 수 있었다는 기분좋은 배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 감독님과 영화를 찍다보면 정말 잘해야 되겠다는 마음이 우러나오게 되요. 영화가 끝나면서 그런 활기찬 기운과 에너지가 저한테 팍팍 오는 걸 느꼈어요."

성현아(새희 역)는 '시간'에서 시간의 흐름에 식어버린 남자친구의 열정과 애정에 깊은 상처를 받고 새로운 자신이 되겠다는 결심으로 과감히 성형수술을 하고 다른 모습으로 연인 지우(하정우 분)에게 나타난다. 하지만 새희는 지우가 자신의 이전 모습인 '세희'를 사랑하는 건지 현재의 자신을 사랑하는 건지 정체성에 심한 정신적 분열을 느끼고 감정의 급격한 파고를 넘나들며 종내 파국으로 치닫는다.

처음에는 평면적으로 보이는 연기를 펼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그녀의 감정선에 따라 극한적 자가당착의 분열적 모습을 실감나게 구현했다. 성현아는 그런 새희역에 대해 "고민하고 만들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캐릭터가 매력적이었다"고 설명한다.

배우들은 김기덕 감독 영화에 출연할 것

"배우들이 그저 흥행에만 연연할까요? 감독님의 작품은 흥행이 아니더라도 국내 개봉이 안되더라도 분명 한번쯤 작업해보고 싶은 충분한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해요. 다른 배우들도 앞으로도 전 출연 할 거라고 생각해요."

성현아의 어투는 단호했다. 김 감독을 지지한다기 보다 배우가 작품에 대한 욕심과 연기에 대한 승부욕을 보인다면 분명 김감독 영화는 한번쯤 도전해볼 만하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전 아직 대중적인 배우는 여전히 아니라고 생각해요. 얼마전 SBS드라마에 오랜만에 출연했었지만 아직도 전 연기에 있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고 배울게 많고 하고싶은 새로운 역할이 많아요."

상대배우 하정우 와의 작업에서 신선한 자극을 받았고 김 감독의 독특하지만 연기에만 집중하게 해주는 연출에 신이 났던 성현아. 그는 연기를 위해 '시간'을 아낌없이 할애하고 '시간'을 스스로 조절할 줄 아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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