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다세포소녀'서 여장남자 두눈박이 역할… "트렌스젠더 대신해 연기했다고 생각해요"

"연기자로 활동하면서 언제 또 이런 배역을 맡아 보겠어요. 평생 만나기 힘든 캐릭터라 욕심이 났습니다. 얼굴 생김새도 중성적인 편이어서 열심히 노력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신예 이은성(18)과 인터뷰를 하면서 느낀 점은 의지가 굳고 당차다는 것. 이제 막 영화에 데뷔한 신인 연기자가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소신대로 배역을 선택했고 그 배역에 대해 당당하다는 점이 그랬다.

이은성은 10일 개봉 예정인 이재용 감독의 신작 '다세포소녀'(제작 영화세상)에서 여장(女裝)남자 고등학생 두눈박이를 연기했다. 두눈박이는 영화의 무대가 되는 무쓸모 고교의 '왕따' 외눈박이(이켠)의 남동생. 여장을 즐기는 남학생으로, 성전환수술을 받기 위해 적금을 붓는 당돌한 학생이다. 성 정체성에 대한 고민 같은 것은 전혀 없다. 신인 여배우가 하기엔 시쳇말로 '대략난감'한 역할이다.

"매니저를 비롯해 부모님, 주위 친구들 모두 두눈박이 역할을 반대했어요. 사람들이 안 좋게 볼 수 있다는 거죠. 그런데 '언제 또 이런 역할을 해보겠느냐'면서 모두 설득시켰어요."

그는 "남을 설득하는 데 일가견이 있다"면서 방긋 웃었다.

굳은 의지로 도전한 역할이었지만 이은성에게 두눈박이 역할은 쉽지 않았나 보다.

"두눈박이는 남자잖아요. 영화에서 두눈박이가 여장을 한 채 남자화장실에서 소변을 보는 장면이 있어요. 남자 화장실에 가본 적이 없어 난감하더라고요. 감독님이 시범을 보이시고 그대로 따라했어요. 그런데 포르노 영화를 보면서 연기할 줄은 정말 몰랐어요."(웃음)

영화에는 두눈박이가 형 외눈박이의 장난에 포르노 비디오를 보고 성기가 발기되는 장면이 나온다. 이은성은 "영화 속에서 비디오를 보며 당황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건 연기가 아니다"라며 깔깔대며 웃었다.

이은성은 "여자 스태프가 치마 밑에서 도구를 이용해 발기하는 장면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민망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나는 별로 상관없는데 도움을 줬던 여자 스태프를 포함해 주위 사람들이 더 민망해하더라"라면서 "이은성이 아니라 두눈박이를 보여준 것이기 때문에 전혀 쑥스럽거나 민망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두눈박이 역할에 대해 "트렌스젠더 등 두눈박이와 같은 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대표해 연기했다고 생각한다"면서 "두눈박이 역할을 통해 동성끼리의 사랑이나, 트렌스젠더 등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다세포소녀' 이외에 영화 'D-DAY:어느 날 갑자기 세번째 이야기'에도 출연했다. 그는 입시교육의 문제점을 다룬 이 영화에서 '보람' 역으로 출연했다.

"KBS 드라마 '반올림'에서도 학교생활의 문제점 때문에 고민하는 정민을 연기했어요. 저는 출연작품마다 주로 사회문제를 건드리는 역할을 많이 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런 캐릭터가 좋아요. 앞으로도 사회문제에 대해 의문을 던지는 그런 역할을 계속 하고 싶어요."

"연이어 강한 캐릭터만 연기하면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은성은 "강한 캐릭터를 찾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 나이와 성격, 외모에 맞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더 나이가 들고 성숙하면 눈물나는 멜로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연기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어린 나이에 연예생활을 시작해서 후회는 없는지도 물었다. 15살 때 잡지모델로 데뷔한 이은성은 현재 인천 인명여고 3학년에 재학 중이다.

"어떤 분들은 연예활동 때문에 친구도 많이 못 사귀고 공부에 소홀하게 되는 점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세요. 그런데 저는 생각이 조금 달라요. 잃은 것보다 얻은 게 더 많다고 생각해요. 좋은 사람들도 많이 알게 됐고 사회생활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또래보다 먼저 알았거든요. 그냥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다면 다람쥐 쳇바퀴 돌듯 내 꿈이 뭔지도 모른 채 공부만 했을 거예요. '어느 날 갑자기'의 보람이처럼 말이죠."

똑똑하고 당찬 이은성은 어떤 연기자가 되고 싶을까?

"배우라는 소리를 듣고 싶어요. 지켜봐 주세요. '이은성스럽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보여드릴게요. 노력하면 (좋은 배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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