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집 같던 영화 촬영 현장, 한때 낯설게 느껴져 맘고생
'한반도' 말투는 캐릭터일뿐 시사프로와 오버랩 글쎄…

배우 문성근은 지난해 세상과 이별한 고 이은주를 떠올리며 녹록치 않은 배우의 삶을 표현했다.

문성근은 “고 이은주 양은 영화 ‘오!수정’ 당시 절친한 사이로 지냈었는데 뜻하지 않은 소식에 큰 충격을 받았어요. 아마 배우, 그것도 젊은 여배우의 민감한 심성이 그녀를 힘들게 한 것 같아요. 남자 배우들은 한 작품에 출연한 후 술에라도 의지하면서 털어내지만 고 이은주 양은 달리 풀어낼 방도를 찾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까웠어요. 어찌보면 직업병의 일종이 아니었을까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문성근 역시 영화 ‘질투는 나의 힘’ 이후 3년 만에 지난해 개봉된 영화 ‘오로라공주’로 스크린 무대에 복귀할 당시 말 못할 어려움을 겪었다. 작품 속 인물에 빠져들고, 촬영 현장이 마치 제 집처럼 느껴져야하는 배우의 기본적인 심성이 많이 훼손된 게 아닌가 염려했다.

문성근은 배우란 작품에 출연하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작품 속 캐릭터와 겹쳐지게 된다고 했다. 20여 년 동안 연기 생활을 하면서 숱한 작품에 출연했지만 대중들이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의 이미지를 강하게 기억하고 있고, 실제로 본인한테도 그 이미지가 상당부분 체화돼있음을 인정했다.

문성근은 “영화 ‘한반도’의 국무총리 캐릭터에 대한 지적이 많다는 걸 알고 있어요. 하지만 다른 시각에서 생각해보면 국무총리 캐릭터를 ‘오!수정’ 속 캐릭터처럼 연기할 수는 없는 일이잖아요. 회의, 보고 등 일상적인 대화체가 아닌 사무적인 말투를 주로 하다보니 ‘그것이 알고 싶다’의 이미지와 겹쳐보일 뿐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발음을 정확히 하려는 강박 관념이 오해를 낳은 면도 없지 않아요”라고 설명했다.

문성근은 지난 대선 당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지지 등 정치 참여에 활발한 활동을 벌였다.

요즘 들어 영화계 일각에서 스크린쿼터 축소 문제로 노무현 정권 퇴진까지 거론한다는 분위기에 대해 물었더니 “때가 되면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 같아요”라고 말을 아꼈다.

문성근은 “돌이켜보면 정치 참여를 많이 한 것으로 비춰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떤 이들은 노무현 정권 시절에 뭔가 한 자리 하는 것 아니냐고 묻는 이도 있는데 제 뜻과 전혀 달라요. 예전처럼 활발하지는 않겠지만 앞으로도 적극적인 시민으로 참여한다는 계획은 갖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문성근은 최근 영화 ‘한반도’에 이어 ‘퍼즐’ ‘노근리 사건’까지 다양한 작품으로 연기자 본연의 자리로 돌아왔다.

‘한반도’에서 극단적인 현실주의자인 국무총리 역, ‘퍼즐’에서 사채업자 이력의 은행강도 역 등 캐릭터도 다채롭다. 문성근은 “영화 ‘한반도’는 영화의 설정 자체보다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에 초점을 맞춰야 해요. 제작진이 메시지를 중요시하다보니 캐릭터의 설정 등을 대칭 구조로 놓은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문성근은 현대화 이후 경제 혹은 민주화 과정이 대한민국처럼 빨리 진행된 나라는 아마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이나믹 코리아, 바로 우리가 잊고 사는 대한민국의 에너지에 대한 자긍심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자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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