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시원~ 팩션블록버스터! 민족의식 투철 재야사학자 역…"연기 아닌 국민의 마음 담아"

조재현을 만나기로 한 지난달 28일. 서울 삼청동 초입의 카페에서 기다리는데 그에게서 십여분 늦겠다는 전화가 왔다. 길을 못찾을 것 같다며 미안하다는 전화였다.

‘아니, 이 쉬운 곳을 못찾아? 서울 시내 한복판을 못 찾는 매니저가 다 있네’하며 의아해했다. 얼마 후 얼굴이 벌건 조재현이 들어왔다.

‘어떻게 여기를 못찾느냐, 매니저가 누구기에 길을 모르느냐’고 타박하자 그는 “매니저가 없다. 나 혼자 운전하고 왔는데 여긴 처음이다”라고 대답했다. 개성파 배우로 이름난 조재현이 손수 일정을 잡고, 운전해 다닌다는 말이 의외로 들렸다.

# 배우 조재현과 대한민국 국민 조재현

조재현과 만나기로 한 건 13일 개봉하는 영화 ‘한반도’(감독 강우석ㆍ제작 KNJ엔터테인먼트) 때문이다. 마침 인터뷰가 있기 전날 언론 시사회를 통해 소문만 무성했던 ‘한반도’가 공개됐다. 그에게 ‘민족주의의 상업화’가 아니냐는 물음부터 먼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조재현은 “아무래도 이 영화처럼 노골적으로, 공격적으로 반일 감정을 드러낸 영화가 이전에 없어서 되돌아오는 반응이 큰 것 같다. 영화의 배경이 가상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이 지금 현실을 영화에 대입하니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던 게 아닌가 싶다”고 부인했다.

다소 과격하리만큼 나라 사랑을 강조한 영화에 출연한 조재현의 애국심은 얼마만큼일까. 조재현은 ‘한반도‘에 출연하며 배우가 아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연기를 했다고 입을 뗐다.

“정말로 나는 애국심이나 민족에 대한 생각들이 미약했다. 신문도 정치면, 사회면 보다 문화면만 볼 정도였다. 배우로 산다는 게 그런 것을 떠나 살 수 있는 특권이라고 생각했다. 우리 출연자 중에 제일 투철한 의식을 가진 사람은 나도 아니고 차인표도 아니고 문성근 선배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그런 조재현은 민족의식이 투철한 재야사학자 최민재를 연기하는 데 적잖은 부담을 느꼈다. “나처럼 국가관이 약한 사람이 보여주는 최민재의 모습이 과연 관객들에게 진심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 의문이었다. 관객들에게 연기가 아닌 뜨거운 가슴을 가진 대한민국 국민으로 보여지고 싶었다”고 말했다.

# 조재현의 가족 중심론

조재현은 요즘 가정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고 있다. ‘가정이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는 흔한 말의 의미를 새삼 새기고 있다.

1965년생인 조재현은 24세에 결혼했다. 한동안 조재현은 ‘다시 태어나 배우를 하게 되면 결혼은 절대 하지 말자’고 믿었었다. 배우로서 행동과 사고가 자유로워야 하는데 가장과 가정의 짐은 마이너스였던 것이다. 한 두 해 나이를 먹어가며 가정을 등에 업고도 얼마든지 자유로운 배우가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 가정부터 신경 쓰니 더 편안해짐을 느꼈다. 내가 요즘처럼 다양한 연기를 할 수 있는 것도 내 가정과 내 가족들이 응원해주는 힘 때문인 듯 하다”고 설명했다.

조재현은 가족과 함께 영화를 관람한다고 했다. 특히 쇼트트랙 선수인 아들과 중학교 2학년 딸에게 모처럼 아버지로서 체면을 세울만한 영화가 생겼다며 으쓱해했다. “출연작 중 ‘가방 끈이 제일 긴’ 영화라 그렇다”라고 농을 치며 “아들은 스케이트 밖에 모르고, 딸내미의 최대 관심사는 그룹 SS501인데 그런 애들에게 백날 책보라고 해봤자 관심도 없을 테고 부모로서 이 영화를 통해 우리가 처한 현실을 고취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조재현은 인터뷰 말미마다 ‘한반도’를 거창한 의미를 가진 영화로 보지 말아줬으면 하는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숙제하듯 마음에 부담을 가지고 영화를 보지 말아주었으면 한다. 책이 아닌 영화로 역사공부를 한다고 생각하고 봐달라”고 개봉을 앞둔 초조함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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