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마케팅' 불구 새어나오는 소문들

올 하반기 한국 영화 중 가장 큰 기대를 받고 있는 작품들로 강우석 감독의 ‘한반도’와 봉준호 감독의 ‘괴물’을 꼽는다면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을 것이다.

두 작품은 ‘대작’ 혹은 ‘기대작’이라는 타이틀 외에도 영화 곳곳에 배어있는 ‘외세’에 대한 경계심 혹은 적개심이라는 공통점을 가진다.

‘괴물’은 평화로운 한강 둔치에서 매점을 운영하는 아버지(변희봉 분)와 그의 아들 등 가족들이 한강에 사는 ‘괴물’의 습격을 받고 집안의 막내인 현서(고아성)를 구하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는 내용이다.

'괴물' 돌연변이 괴물은 미군에 의한 작품?

봉준호 감독과 출연 배우들은 모두 “이 영화는 ‘괴물’ 영화라기 보다는 ‘가족’에 대한 영화”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올 칸 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이 영화를 본 영화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은근한 반미 의식이 느껴진다”는 말이 들려온다.

“숨은 의미나 의도를 가진 영화를 싫어한다”고 밝힌 봉준호 감독의 설명에도 불구, ‘반미’라는 말이 조금씩 새어나오는 이유는 바로 돌연변이 괴물의 생성 이유가 주한 미군이 한강에 몰래 버린 유해물질 때문이라는 스토리 때문.

이 괴물에 의해 한국의 무고한 시민이 해를 당하고 한 가정이 위기에 빠진다는 사실이 시사회를 본 관객들에게 은근한 반미의 느낌을 줬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반대로 ‘한반도’는 공개된 예고편만으로도 철저히 제국주의 시절의 일본은 물론, 현대의 일본에 대한 반일 감정이 영화에 강하게 배어있음을 알 수 있다.

통일을 앞둔 한반도, 일본이 한국과 북한을 잇는 철도의 부설권이 자신들에게 있다고 주장하며 통일의 걸림돌이 되면서 영화의 줄거리는 시작된다.

대한제국 국왕의 옥새가 찍힌 문서를 근거로 하는 일본의 주장에 한국인 사학자(조재현 분)가 문서의 옥새는 위조된 것이라고 주장하며 진짜 옥새를 찾아 나선다 내용은 그 자체로도 ‘일본=통일의 방해자’라는 공식으로 다가온다.

'한반도', 통일을 방해하는 일본에 맞서는 한국인들

영화 전체가 과거와 현재의 일본의 음모에 대항한다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고 봐도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강수연이 특별히 출연한 명성황후 시해 장면까지 삽입이 될 정도라니 영화의 ‘반일’ 느낌이 얼마나 강할지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가깝고도 먼 나라’인 미국과 일본에 대한 두 영화의 이런 미묘한 느낌이 그 강도를 떠나 영화의 흥행, 혹은 관객의 영화에 대한 평가에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7월 중순, 월드컵 열기가 물러간 자리를 치고 들어올 두 영화. 영화의 재미와 작품성, 스타 배우들에 대한 기대 만큼이나 큰 관심이 뒤에 숨은 이야기들에도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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