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영화 '타짜'의 주연배우들 고니 역 조승우, 평경장 역 백윤식, 정마담 역 김혜수

허영만 작가의 인기만화 '타짜'가 영화로 만들어진다. 장편 데뷔작 '범죄의 재구성'으로 평단의 호응과 관객의 지지를 이끌어냈던 최동훈 감독이 각색을 함께 맡은 이 영화에 백윤식, 조승우, 김혜수, 유해진 등 쟁쟁한 연기파 배우들이 참여하고 있어 더욱 화제를 모으고 있다.

고니(조승우 분)와 고광렬(유해진)의 버디 무비 형식으로 만들어지는 이 영화는 전주, 군산, 논산 등을 거쳐 현재 부산에서 촬영 중이다. 이후 포항, 서울에서의 촬영이 남아 있다.

백윤식은 '범죄의 재구성' 이후 또다시 최 감독과 호흡을 맞춘다. 평경장 역이 초반에 죽음을 맞아 분량이 많지 않음에도 "올림픽 정신으로 참여했다. 제가 아니면 안될 것 같았다"는 의지로 출연에 임하고 있다.

고니 역의 조승우는 의외라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최 감독은 "조승우를 염두에 두고 썼다"고 할 정도로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확정됐던 배우.

노름판의 설계사 정 마담 역의 김혜수는 원작과 영화의 차이를 이끌어내는 가장 핵심적인 인물로 떠올랐다. 고니와 함께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는 고광렬 역의 유해진은 월급쟁이처럼 소심한 노름꾼의 모습을 보여준다.

현재 절반 정도 촬영을 마친 '타짜'는 화투판이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는 추석 시즌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

25일 오후 부산 롯데호텔에서 열린 공개 인터뷰에서 이들을 만났다.

--주인공 고니 역에 대해 최동훈 감독은 천방지축이며 귀엽기까지 한 인물이지만 승부욕이 강하다고 했다.

▲감독님께서 처음에는 "화투의 기술에 관한 한 별로 할 것 없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처리할 수도 있다"고 하셨다. 그런데 점점 더 악랄해지고 있다(웃음). 난생 처음 화투패를 잡아봤는데 물집도 생겼다. 그래도 난이도 높은 기술을 펼칠 때는 감독님이 대역을 하기도 했다.

실제 타짜 생활 했던 분께 자문하고, 책 읽어가며 기술을 배우고 있다. 덩치도 크고 곰처럼 우직한 만화 원작의 고니 캐릭터와 비교하면 겉모습만 봤을 때는 나랑 이미지가 다르다. 영화에서는 날렵하고 천방지축이라는 느낌이 들며, 떠버리 같은 인상을 줄 수도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시골 청년이 타짜의 길로 들어서면서 변화해가는 모습을 중요시했다.

늘 그렇지만 내가 도전하고 싶은 부분이 있는 캐릭터다. (조승우, 이하 조)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고니의 입장에서 영화를 본다면 고니의 성장기로 볼 수 있다. 전작을 통해 소년적 느낌 강한데.

▲시나리오가 몇 개 안들어온 상태여서 냉큼 잡았다(웃음). 허영만 선생님께 죄송하지만 만화 '타짜'를 몰랐다. 모르는 상태에서 최동훈 감독이 '타짜'라는 시나리오를 쓴다는 걸 듣고 나한테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감독에게 절대적인 믿음이 있었다. 시나리오 들어왔을 때 순식간에 읽어 내려갈 정도로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내 자신에게 적당한 두려움과 긴장감을 주는 작품 위주로 선택하는 편이다. "온화해 보이고 순수해 보이는 조승우를 방방 뛰는 조승우로 만들고 싶었다"는 감독님의 말씀 들었다. 나 역시 그런 욕심 들었다.(조)

--같이 연기하는 배우가 쟁쟁하다. 무엇을 배우고 있나.

▲백윤식 선배님께는 엄청난 기를 느꼈다. 말로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선배님의 내적 기운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초반에는 웃음을 참느라 힘이 들었지만. 선배님 촬영분이 한번밖에 안 남았는데 아쉬울 정도로 재미있게 작업했다.

김혜수 선배의 경우 어느 날 감독님과 매니저랑 돌아가면서 "괜히 김혜수 선배가 아니었구나"라는 말을 할 정도다. 처음 만나 도박을 하는 장면에서나 목표를 이루려고 사기를 치는 장면에서 표현범위가 이루 말할 수 없이 넓다는 걸 느꼈다.

유해진 선배는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로 귀엽다. 오징어 50마리를 씹고 난 뒤처럼 함께 있으면 입이 아프다.(조)

--평경장은 정신적 스승임에도 원작에서도 빨리 사라진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올림픽 정신으로 참여했다. 내가 안하면 안될 것 같았다. 장면은 좀 적은데,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 그러잖아도 최 감독한테 "관객한테 무지하게 욕먹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범죄의 재구성' 때도 관객의 반대를 무릅쓰고 죽이더니 지금도 죽인다(웃음). 그래서 어떻게든 살려 보라고 하고 있다. 영화가 나오면 평경장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호한 영화가 될 것이다(웃음). 영화에서나 원작에서나 양념적인 요소라고 생각한다.(백윤식, 이하 백) (최 감독은 평경장 역에 백윤식 외에는 생각할 수 없어 시나리오를 수정할 때마다 백윤식에게 보였다고 했다)

--정 마담의 캐릭터가 원작과 가장 많이 다르다. 어떻게 접근했는가.

▲상당히 매력 있는 캐릭터다. 시나리오 받았을 때는 감정선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자기 목소리가 분명한 여자라서 어려웠다. 어떻게 보면 단순하지만 보이는 게 이중적일 수 있다. 정 마담은 욕망에 충실한 여자다. 원하는 건 반드시 얻고자 하는. 그러기 위해 자기만의 어떠한 방식이든 취하는.

감독은 이를 상식적으로 드러내기보다는 여성의 상냥함이나 부드러움으로 감췄으면 한다. 시나리오 좋고, 좋은 팀이어서 욕심은 나지만 정 마담 같은 면을 내가 갖고 있지 않다고 생각해 과연 할 수 있을까 한달 정도 고민했다. 결론은 내가 다하려고 하지 말고, 부족한 부분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자는 것이었다.

부산 촬영 마치면서 감을 잡은 것 같다. 감독님이 정확한 분이어서 배우에게 정확한 감을 준다. 또 좋은 배우가 많아 연기자로서 큰 도움을 받는다. 특히 조승우씨는 나보다 어리고 후배이지만 정말 좋은 배우다. 멋진 배우라고 감탄하면서 연기하고 있다. 인물간의 관계가 매력적인 영화다.(김혜수, 이하 김)

--악역은 처음이지 않나. 그리고 무엇보다 패션 스타일도 궁금하다.

▲영화에서 악역은 처음이다. 드라마 '장희빈'에서 장희빈을 악역이라 할 수 있을까. 어쨌든 그 캐릭터의 어떤 면이 더 많이 부각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본다. 강한 욕망, 소유욕이 부각되다 보니 악역이랄 수 있다. 단순한 악역이 아니어서 하는 재미가 있다.

평경장이 도박을 예술의 경지에 비유하면서 도박을 인생이라 보고 번 돈의 절반을 나눠준다면 정 마담은 돈에 집착하는 인물이다.

영화 의상은 내가 하는 건 하나도 없고, 의상팀에서 모든 캐릭터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훌륭하게 준비해주고 있다.(김)

--고니는 점점 진짜 타짜가 돼가는데, 고광렬은 어설픈 타짜인 것 같다. 어찌보면 굉장히 일상적인 캐릭터다.

▲사람이 늘 어설퍼서 그렇다(웃음). 고광렬은 서민형 타짜다. 살기 위해서 화투를 하는 사람일 뿐이다. 요즘엔 다른 작품을 할 때도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사람'으로 보이고자 한다. 그게 특별해보일지, 평범해보일지 모르겠다.(유해진, 이하 유)

--최근 영화에서 선생님 역을 맡고 있다. 어떤 선생님인지, 무엇을 가르치는지.

▲평경장은 노름꾼이다. 고난도 기술을 갖고 경지에 도달한 '실사'다. 한 분야에서 전문적인 기술에 통달해 있으면 인생에서도 선생이 될 수 있지 않을까.(백)

--조승우, 유해진 씨는 초반과 마지막에 액션 신이 들어가는 등 생각보다 액션장면이 많다.

▲원래 시나리오보다 액션이 늘어났다. 감독님이 또 악랄해 대역 없이 했다(웃음). ('하류인생' 때) 액션을 했는데 간만에 몸을 움직이려고 하니까 하루 정도 끙끙 앓았다. 또 운동 부족으로 상당히 잘 맞았던 것 같다. 따로 액션 스쿨을 가지는 않았다. 개인적으로 숙소 안에서 발차기 연습을 했다.(조)

난 수다스러운 타짜다. 타짜들은 무게 잡고 기술 쓰는데 난 옆에서 수다를 떤다. 애드리브도 때론 필요한데, 현장에서 감독님하고 그때그때 상의하고 서로 찾아가고 있다.(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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