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 ■ 가족의 탄생
"피보다 마음 나눠야 진짜" 세 편의 에피소드 엮이며 관객이 묻고 해답 찾게해

남 보다 못한 가족이 있는가 하면 가족보다 좋은 남도 있다.

영화 ‘가족의 탄생’(감독 김태용ㆍ제작 블루스톰)은 제목 그대로 새로운 개념의 가족이 생겨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흔히 가족이라 함은 핏줄 관계가 없는 남녀가 만나 가정을 꾸리는 것으로 시작한다. 여기에 혈연, 입양 등이 곁들여진다.

영화는 통속적인 가족의 의미를 시작으로 점차 그 가족의 개념을 확대해나간다. 엄마가 둘이 될 수도 있고, 굳이 낳지 않았어도 엄마가 될 수 있다고 영화는 이야기한다. ‘가족의 탄생’이란 결국 그런 것일까.

영화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세 편의 에피소드를 하나로 모은다. 에피소드가 하나씩 등장하면서 기묘한 연결 고리를 형성하다가 결국 하나로 모아진다.

첫번째로 맞닥뜨리는 가족은 미라(문소리)와 형철(엄태웅) 그리고 무신(고두심)이다. 여학교 앞 떡볶이집 주인 미라는 5년 동안 살아있는지 소식조차 모르던 동생 형철이 집에 온다는 소식에 정신이 없다.

동생은 마치 아침에 집을 나간 사람처럼 익숙한 발걸음으로 집으로 돌아오더니 난데없이 이모뻘쯤 되는 무신을 아내라며 자랑스럽게 소개한다. 결국 어디서 무엇을 하고 살았는지 모를 형철과 무신이 누나의 집에 눌러 앉으면서 세 사람의 동거가 시작된다.

또 다른 에피소는 서울의 고궁에서 관광가이드를 하는 선경(공효진)의 가족사다. 선경은 인생에 엄마만 빼면 걱정이랄 게 딱히 없다. 지나치게 로맨티스트인 엄마(김해욱)가 싫어 독립했지만 엄마는 결정적 순간마다 선경의 발목을 잡는다. 엄마의 뒤치닥거리를 하다보니 자신에게 찾아온 사랑도 알아보지 못한다.

마지막 에피소드는 소심한 청년 경석(봉태규)의 사랑 이야기다. 경석은 기차에서 만나 연애를 시작한 여자친구 채현(정유미) 때문에 늘 속상하다. 지나치게 정많은 채현이 자신보다 다른 사람들을 더 챙기는 것에 끓는 속을 간신히 누르고 있다.

경석은 어느날 예고없이 만나는 자리에도 나타나지 않은 채현의 행동에 참았던 화를 터트리며 폭발한다. 하지만 사랑은 어쩔 수 없는 연장전을 만들어낸다. 경석은 여전히 사랑하는 여자 친구인 채현을 따라 그녀의 집까지 좇아가다가 앞서 형철과 선경이 들어간 대문 안쪽으로 발을 디디면서 색다른 ‘가족’을 만나게 된다.

여기까지 한참을 달려 온 영화는 앞의 에피소드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자리를 마련한다. 알고보니 이들은 이렇게 저렇게 얽히고 설킨 인연이었다는 게 마지막 반전이다. 영화는 무엇보다 배우들의 이색적인 변신이 눈을 사로잡는다.

문소리의 툭툭거리는 말투는 그렇다치더라도 고두심과 한참 후배인 엄태웅이 연인 사이라는 게 묘한 궁금증마저 낳는다. 이들 외에도 엄태웅의 낯두꺼운 뻔뻔함을 시작으로 공효진의 새침한 매력, 봉태규의 소심한 이미지 등도 색다른 변신으로 다가온다.

영화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비록 피는 섞이지 않았지만 서로 마음을 나눌 때, 아픔을 같이 할 때 가족으로 탄생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사랑하기 때문에 아옹다옹 다투는 이들의 모습은 사회가 흔히 정의하는 가족과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이들의 이야기는 어느 가족보다 살가워서 가족의 의미가 어떻게 변형될 수 있는지 스스로 되묻게 된다. 영화는 언뜻 가벼운 시선으로 일관하는 듯 하지만 이처럼 진지한 속내를 감추고 있다. 과연 우리는 현재 얼마나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고 있을까. 15세 관람가. 1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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