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공필두' 통해 또 한 번 과감한 변신 시도

김유미 화보
전작 ‘종려나무 숲’에 이어 김유미가 또 한 번 ‘이해하기 어려운’ 선택을 했다.

김유미의 신작 영화는 오는 11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공필두’.

‘종려나무 숲’에서 격한 사투리를 쓰는가 하면 때묻은 한복 차림으로 등장, 사람들을 놀라게 하더니 이번에는 전직 술집 접대부 역할을 맡았다.

“저도 제 고정된 이미지를 잘 알아요. 도시적이라거나 지적으로 보인다는 등의 느낌이죠. 하지만 제 성격상 고정된 것에 안주하는 건 못참거든요.”

마냥 조용하고 고운 행동만 할 것 같은 김유미의 외모 혹은 이미지를 떠올리는 사람들에게 ‘공필두’에서 그녀가 맡은 ‘민주’ 역할은 상당히 낯설 수 밖에 없다.

“조직폭력배인 애인을 피해 도망을 가게 되면서 우여곡절을 겪는 역할이예요. 어쩌면 저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래서 한 번 해볼 만 한거죠.”

극과 극을 오가는, 또 자신의 기본적인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역할들을 영화를 통해 시도해온 김유미. 하지만 ‘변신’이라는 전제 뒤에는 그만큼의 부담이 따르기 마련인데.

"열심히 일한 후 결과에 대해 걱정하기 보다는 잊을 수 있는 것이 축복"

“하나님께서 제게 망각의 축복을 주신 것 같아요. 연기를 한 후 잠시 잊고 있다 화면 속 내 모습을 보면 ‘어떻게 했나’ 싶죠. 어려운 과정을 넘기면서 그때마다 어려웠던 기억은 잊게 되니까 새로운 선택을 할 수 있는 계기가 생기는 것 같네요.”

그래서 김유미 자신은 담담. 하지만 주위 사람들의 시선에는 ‘그냥 고운 이미지로 잘 활동할 수 있을’ 김유미의 변화가 걱정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저보다는 주위에서 ‘왜 그랬냐’고 묻는 소리가 많이 들려요. 제가 작품을 고를 때 주위의 의견을 묻기 보다는 스스로 생각을 하고 결정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어찌 보면 무모하고 자기 중심적인 사고 같지만 그런 결정의 과정에는 연기자로서 김유미의 자세가 배어 있다.

“결정을 하는데 남의 말을 크게 개의치 않는 것은 제 스스로 그만큼의 책임을 지겠다는 의지의 표시예요. 선택에는 책임이 따르지 않나요.”

‘공필두’의 개봉을 앞두고 미니스커트와 제법 노출이 있는 영화 속 의상으로 입소문을 타기도 했던 김유미. 하지만 평소와는 다른 스타일이다 보니 촬영 당시에는 어색할 수 밖에 없는 노릇.

“높은 굽의 구두와 미니스커트가 너무 낯설었어요. 그래서 집안을 다 뒤져서 미니스커트들을 찾아내, 출연하는 동안은 평소에도 아예 미니스커트를 주로 입고 다니면서 익숙하게 만들었죠.”

나름대로 ‘술집 여자’로서의 역할에 ‘부족하지만 후회 없는’ 연기를 펼친 김유미. 하지만 험한 말을 하거나 대책 없는 행동을 하는 극중 인물의 모습 사이로 묘하게도 ‘지적인’ 느낌이 함께 흐르는 것도 사실.

“글쎄요. 기존에 고정됐던 제 이미지가 있어서 그런건 아닐거예요. 단순히 ‘유흥업소 종사자’로 일반화된 인물 보다는 특별한 느낌이 필요한 캐릭터였거든요. 나약한 여인의 모습을 보임과 동시에 단순히 상식적인 직업군을 따라가진 말자는 생각을 했죠.”

김유미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공필두’는 코미디 영화일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상이 조금씩 힘을 잃어간다. 그녀가 설명하는 캐릭터는 결코 ‘무조건 웃기는’ 영화 속 인물은 아닌 듯 보이기 때문이다.

“홍보 과정에서 코믹한 요소가 강조된 것은 사실이예요. 하지만 드라마적 요소도 상당히 강한 영화임은 분명하죠. 아주 세련되진 않았지만 그냥 웃고 지나가버릴 영화는 아니라는 거예요.”

"'공필두'는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영화"

그래서 김유미가 말하는 ‘공필두’의 장점은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영화’라는 점이다. 출연 배우들도 많고 제각각의 개성들이 강하니 최소한 인물만 봐도 재미를 찾아갈 수 있을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인다.

변화에 대한 이야기들을 하는 와중에도 김유미는 팬들이 자신을 보며 쌓아준 이미지 역시 소홀히 여기지 않는 또 다른 면을 보여준다.

“무작정 계속 변화를 주기 보다는 제가 가진 고유의 이미지를 살리는 역할도 분명히 할겁니다. 변화는 일종의 ‘양념’이라고 해야겠죠.”

소설 한 권을 읽어도 항상 그 속의 인물들에 자신을 대입시켜 상상 속에서 연기를 해본다는 김유미. 그만큼 그녀가 해보고 싶은 작품들도 많을 수 밖에 없다.

“작품만 좋다면 내 스스로를 완전히 버릴 수도 있어요. 그런 모습들이 작품과 어울려 영화 속에서 자주 보여진다면 결국 ‘나만의 느낌’도 확실히 가질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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