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개봉 영화 '마이캡틴, 김대출' 주연

강하면서도 순박한 인상. 자칫 극단적으로 다른 캐릭터를 무난히, 아니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소화해내는 배우.

정재영(36)이 영화 '마이캡틴, 김대출'(감독 송창수, 제작 진인사필름)에서 또한번 투박하지만 몸에 좋은 삼베 같은 연기를 펼친다. '피도 눈물도 없이' '실미도' 등에서 보여준 거친 연기와 달리 최근 그는 향수를 자극하는 순박함으로 몸을 휘감았다.

'웰컴 투 동막골' '나의 결혼원정기'에서 보여준 모습과 '마이캡틴, 김대출'의 틀은 비슷하다. 잇달아 세 작품에서 비슷하게 보일 수 있는 연기 톤은 정재영이 갖고 있는 탄탄한 실력으로 전혀 달라 보일 것이라는 지레짐작으로 걱정을 묻어둔다.

인터뷰 전날 정준호와 함께 촬영하는 영화 '거룩한 계보' 액션 연습 도중 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그는 사진도 앉아서 찍었다.

정재영은 "영화 마지막 장면과 비슷한 부상이어서 무대인사를 하러 가면 관객이 설정인 줄 알 것"이라며 천연덕스럽게 큭큭 웃는다.

◇ "크게 흥행할 소재 아니지만 진심이 와닿았다"

"이번 영화, 크게 흥행될 소재가 아니죠. 그러나 '결혼원정기'와 마찬가지로 진실이 보였고, 정서적으로 등장인물의 진심이 제게 와닿았습니다."

정재영은 경주를 무대로 한 도굴꾼 김대출로 등장한다. 도굴한 유물을 두고 형사와의 은밀한 거래로 생계를 이어가던 어느 날 보물이 사라지고, 두 명의 어린이를 만난다. 애들을 '특수발굴조사단'이라 부르며 어르고 달래고 윽박질러 가며 보물을 찾으려다 잊고 있던, 한번도 가지지 못했던 '정'을 느끼게 된다.

"김대출은 도굴꾼이지만 아주 못된 놈은 아닙니다. 정을 받아본 적도, 정을 줘본 적도 없는 놈이죠. 그런 감정을 모르는 까닭에 투박합니다."

소년과 소녀 역시 마찬가지. 둘 다 아버지가 없다. 지민이는 심지어 엄마도 없고, 병오는 엄마는 있지만 아프다. 둘 다 정에 굶주린 아이들.

김대출과 이들은 대등한 정서적 교감을 하게 되며, 김대출은 아이들로 인해 서서히 변화한다. 그 과정에서 관객은 순수한 감정이입을 겪을 수 있을 터. 제작사는 이 때문에 은근히 '집으로…' 때와 비슷한 관객의 동참을 기대하고 있다.

"어린 배우들과 함께 하면서 감수성이 부러웠어요. 작품을 분석하고 계산하지는 못해도 감성에 관한 한 애들은 스펀지처럼 빨아들여요. 어른 배우들이 깊이는 있을지 모르지만, 팍팍 순간적인 감정의 변화는 힘들죠. 저도 새겨야 할 대목입니다."

이 작품으로 데뷔하는 송창수 감독이 경주 출생. 다른 지역과 달리 어려서부터 도굴에 대한 소식을 많이 들어 '도굴꾼'이란 낯선 직업이 등장했다.

"사실 도굴꾼은 도둑인데도 크게 나쁘다는 인상은 안 들지 않나요? 이게 다 '인디애나 존스' 때문이에요. 하하."

◇ "서서히 달궈져 서서히 식는 배우가 되고 싶다"

'실미도'가 1천만 관객을 돌파했고, '웰컴 투 동막골'이 작년 최고 흥행작으로 떠올랐지만 아직 정재영을 '흥행 배우'라 말하는 사람은 없다. 스스로도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정재영이 연기력 탄탄한 배우의 계보를 잇고 있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영화 팬은 없을 것. 주류인데 비주류인 듯하고, 비주류라고 하기엔 큰 흐름을 벗어나지 않는 배우다.

"이것저것 해보았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했다고도 볼 수 있죠. 그러나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서서히 달궈져 서서히 식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꿈을 말했다.

"빨리 뜨거워지면 빨리 식죠. 만약 방법이 없다면 그릇 자체를 바꿔야 할지도 몰라요."

그런데 언제 달궈지고 언제 식는 걸 알기란 어렵다.

"이미 끓은 건지, 아니면 아직도 끓지 않고 있는 건지 어떻게 알까요? 전 아직 제게 보여주지 않은 것들이 남아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모르는 일이죠.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말은 그렇게 하지만 스스로 배우로서의 역할과 위치 선정에 어긋남이 없어 보인다.

이 정도면 관객에게 신뢰를 주는 배우로 인정받지 않았느냐고 했다.

"에고, 아직 절 모르는 관객 분들이 더 많아요. 전문가, 관계자들 사이에서만 그런 말이 오가는 거죠. 서너 작품은 봤을 때 '신뢰'라는 게 생기는데. 오래 가는 배우가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할 밖에요. 3~4년 뒤 절 믿어주는 분이 많다면 여태까지 잘해왔다고 생각할 수 있구요."

인터뷰를 마칠 때쯤 친하게 지내는 후배 류승범이 찾아왔다. 두 사람은 곧 관객의 결정을 놓고 경쟁을 벌여야 한다. 20일 '마이캡틴, 김대출'이 개봉한 후 일주일만에 류승범이 주연을 맡은 영화 '사생결단'이 27일 개봉한다. 류승범도 가까운 장소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승범아, 너 홍보할 때 '꼭 '마이캡틴, 김대출' 먼저 보고 '사생결단' 보러오세요'라고 말해라. 안 그럼 죽는다"라며 엄포를 놓는다. 비슷한 길을 가는 선배와 후배가 마주 보고 활짝 웃으며 농담을 나누는 모습이 정겨워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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