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67일만에 신기록 수립

영화 ‘왕의 남자’(감독 이준익ㆍ제작 시네월드, 이글픽쳐스)가 5일 마침내 한국 영화의 ‘왕’에 등극했다. ‘왕의 남자’는 개봉 67일만인 5일 오후 전국 관객 1,177만명을 기록하면서 ‘태극기 휘날리며’가 보유해온 1,174만명의 기록을 뛰어넘었다. 이에 따라 한국영화 역대 흥행순위표는 새로 만들어지게 됐다.

‘왕의 남자’의 쾌거는 막대한 제작비, 스타 캐스팅, 많은 개봉관 등 ‘대박’을 위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져 온 요소들과 무관하게 이뤄진 ‘역발상 전략의 승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그 역발상의 첫번째는 영화를 잘 만드는 데만 초점을 두고 내실을 기한 점이다. 번지르르한 외적인 포장 없이도 좋은 영화는 반드시 관객으로부터 평가를 받는 진리를 새삼 일깨우고 있다. ‘왕의 남자’는 이른바 티켓 파워를 지닌 톱스타 없이 정진영 감우성 등 연기 잘하는 배우와 이준기라는 가능성 있는 신인만으로 ‘사극은 흥행하기 어렵다’는 충무로의 고정관념을 깨버렸다. 제작비 역시 140억원이 넘는 제작비가 투입된 ‘태극기 휘날리며’와 달리 41억5,000여만원이 투입돼 규모보다 내용이 중요하다는 진리를 되새기는 계기가 됐다. 이준익 감독은 “이는 당초 예산을 1억원 가량 절약한 것으로 지난해 한국영화 평균 제작비 39억5,000만원을 약간 넘어선 수준”이라고 말했다.

‘왕의 남자’의 제작진은 홍보마케팅과 배급에서도 기존 충무로의 관습을 깼다. ‘왕의 남자’는 지난해 12월29일 개봉 당시 스크린 수가 260여개에 불과했다. ‘왕의 남자’는 관객들에게 잔잔한 울림을 주면서 상영관 수를 확대했다. 개봉 10주차가 됐지만 ‘왕의 남자’의 5일 스크린 수는 219개를 유지하고 있다. 마케팅을 담당한 영화사아침의 정승혜 대표는 “서서히 스크린을 늘려가는 것은 기존 충무로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배급 전략이었다. 이는 전적으로 관객들의 힘에 의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왕의 남자’는 이 같은 ‘역발상 전략’으로 한국 영화 역사상 전인미답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1,000억원에 가까운 경제 효과를 창출한 데서 더 나아가 올해 칸 국제영화제 진출 등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하며 한국 사극의 힘을 더 멀리, 더 높게 알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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