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에 대한 신뢰로 보게 되는 영화가 있다. 이럴 때 그 배우에게는 '티켓팅 파워'가 있다고 말한다. 물론 이러한 파워는 영구적이지 않다. 변화한다. 새롭게 생기기도 하고 소멸되기도 한다.

여기 최근 몇 작품을 통해 그러한 파워를 과시하고 있는, 또 당분간은 그것이 유지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 여배우가 있다. 바로 손예진(23)이다. 이제는 손예진을 보고 영화를 선택해도 될 듯하다. 적어도 지금은 그렇다. 그의 운은 상승 중이고 연기력과 자신감 역시 그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 여배우이기에 더욱 눈길이 간다.

21일 개봉하는 로맨틱 코미디 '작업의 정석'을 통해 연기자로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손예진을 만났다.

◇ 배우의 변신은 당연

손예진은 '연애소설' '클래식'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까지는 다른 배우 혹은 작품에 묻어갔다. 예뻤고, 자신의 몫을 다하긴 했지만 작품을 이끌지는 못했다.

하지만 '내 머리 속의 지우개'에서부터는 달라졌다. 멜로를 전공으로 삼아도 될 것임을, 전도연을 위협하는 차기 '멜로의 여왕'임을 보여줬다. 이어 만난 '외출'에서는 나이답지 않은 성숙한 모습으로 배용준의 화제성에 절대 밀리지 않았다. 예쁜스타가 여배우로도 손색이 없음을 알게 됐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몇 작품 더 해도 무리가 없을 타이밍에 그는 당차게도 변화를 시도했다. 자칫 욕 먹을 수 있고 억지스러울 수도 있었을 캐릭터에 도전한 것이다. '작업의 정석'에서 그는 '내숭 100단'의 뻔뻔하고 대담한 연애의 '선수'를 맡아 의외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의 변신은 성공했고 관객 역시 그를 통해 유쾌한 재미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작품 선택에 앞서 웃으려고 오신 관객을 웃겨야 한다는 두려움은 있었어요. 주변에서도 찬성과 반대 의견이 반반이었지요. 하지만 솔직히 결과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또 대변신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그저 제가 재미있게 시나리오를 읽었고 그런 재미있는 영화에 동참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정까지가 어려웠지 일단 시작한 후에는 거침이 없었다. 이어지는 우스꽝스러운 연기들을 앞두고 그가 한순간이라도 주저했다면 이 영화는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탄생하지 못했을 것.

"주저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어요. '내가 이렇게 하면 관객이 어떻게 생각할까'를 걱정했다면 이 영화는 완성될 수 없었을 겁니다. 그건 스스로와의 싸움이었습니다. 다행히 현장에서 감독님과 스태프들이 많이 웃어주셔서 자신감을 얻었지요. 그러다보니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게 할까를 고민하게 됐습니다."

연기에서도 말에서도 자신감이 묻어났다. 그러나 결코 선을 넘거나 정도를 벗어나지는 않는다. 이제 연기가 뭔지, 배우가 뭔지 알기 시작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배우가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요. 연기를 하면서 배우가 힘들어하면 관객 역시 힘들어하게 됩니다. '작업의 정석'을 하면서 제가 엔돌핀이 돌았으니 관객 역시 그럴 것이라 믿습니다."

◇ 2005 또다른 시작

그에게 2005년은 대단히 의미심장한 해다. '내 머리 속의 지우개'와 '외출'이바다 건너 일본을 동시에 강타한 데다 안팎으로 연기에 대한 호평을 받았다. 또 '작업의 정석'으로 발빠르게 시도한 변신까지 성공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솔직히 어떻게 한 해가 지나갔는지 모르겠어요. 또 한 해를 마무리할 여력도 없이 이달 말부터 차기작에 들어갑니다. 무슨 생각을 하며 여기까지 왔나 잘 모르겠어요. 그러나 분명히 많은 것을 배웠고 그것들 덕분에 성장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미 '외출' 때부터 "욕심을 버렸다"고 말할 정도로 '성장'의 징후를 보였던 그는 이번에도 "특정 연기나 어떤 목표에 대한 목마름은 없다. 다만 연기를 하고 싶은 에너지가 넘친다. 욕심을 버리니 여유가 생기고, 그 여유 속에서 행복하게 연기하고 싶은 마음이 솟아날 뿐이다. 일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고 이어나갔다.

다만 한가지. 올해 받은 사랑을 내년에 어떤 식으로 보답할 것인가가 숙제다.

"올해는 제가 한 것보다 훨씬 좋은 평가를 많이 받은 것 같아요. 그 사랑에 대해 내년에 좋은 모습으로 보답해야 하는데 그럴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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