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천국에 가다'서 호흡…"키스신 너무 많이 나중에는 이력이 붙어"

"보시는 분들 집중하시기 편하라고요"

영화 개봉을 앞두고 자신의 영화에 대해 입으로 열을 올리는 배우들은 많지만 이렇게 직접 가발을 쓰고 인터뷰를 하는 사람은 전례가 없는 것 같다.

다음달 11일 '소년, 천국에 가다'(감독 윤태용)의 개봉을 앞두고 서울 종로의 삼청동에서 만난 박해일(28)은 정작 본 영화의 촬영 중에는 쓰지 않았던 장발 가발을 쓰고 홍보 활동을 하고 있다.

자신의 출연작에는 홍보 활동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 길었던 머리는 차기작 '괴물'(봉준호) 속 캐릭터를 위해 짧게 잘랐지만 최근 개봉을 앞두고는 특별히 가발 2개를 제작해 번갈아 쓰고 다니고 있다. "보는 사람들이 영화 속 캐릭터에 쉽게 몰입할 수 있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소년, 천국에 가다'는 30대의 미혼모를 짝사랑하는 13살 소년이 어느 날 갑자기 청년으로 변신해 꿈같은 사랑을 나눈다는 내용을 담은 로맨스 판타지 영화. 어른으로 변한 그의 멜로 상대로는 '여선생vs.여제자'의 염정아가 연기했다.

줄거리가 톰 행크스가 출연했던 '빅'(Big,1988년)을 연상시킨다는 말에 박해일은 "기본 설정은 비슷하지만 줄거리가 풍성하다"고 말하면서도 "촬영 전 '빅'을 다시 보고 톰 행크스의 연기에서 힌트를 얻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순식간에 17살이 늙어버린 남자인 만큼 촬영 중 가장 힘이 들었던 것은 역시 표정 연기였다고. 초등학교에 가서 아이들의 표정을 관찰하기도 했다는 그가 가장 많이 경계했다는 것은 "어른이면서 아이인 '척' 하는 것". 결국 "어른이면서도 뭔가 나사가 하나쯤 풀려있는 사람"처럼 보이려고 했고 이렇게 서른살이 된 13살 소년의 간단치 않은 표정이 탄생했다.

처음 대중에 얼굴을 알린 '질투는 나의 힘'을 포함해 모두 7편의 영화에 출연한 그는 유난히 많은 연상의 여배우와 호흡을 맞춰왔다. '질투는…'의 배종옥을 비롯해 장진영(국화꽃향기), 전도연(인어공주)과 함께 연기했으며 이번 영화에서는 염정아와 같이 멜로의 호흡을 주고 받았다.

"'누님들'과 연기한다고 해서 불편한 점은 전혀 못느꼈다"고 말하는 그는 염정아에 대해서도 "편하게 연기할 수 있도록 상대방을 배려해주는 마음이 경험 만큼 많은 것 같다"고 치켜세우며 "차가워 보이는 첫인상이었지만 만나볼수록 여리고 여성적이다. 의외로 푼수같은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영화 속과 밖(포스터와 스틸 촬영)을 포함해서 그가 이 영화를 위해 키스신을 연출한 것은 10번에 가까울 정도로 유난히 많다. "(키스신 연기를) 너무 많이 하다보니 나중에는 이력이 붙더라"며 너스레를 떠는 그는 "염정아의 배려 덕분에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출연작마다 연기와 흥행면 모두에서 호평을 받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박해일은 최근들어 조승우, 류승범과 함께 '남자배우 트로이카'로 불리고 있다.

"(나머지 두 배우와) 친하게 지내는 사이다. 서로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면 힘이 되는 것 같다"고 담담하게 말하는 그에게 꼭 해보고 싶은 연기를 묻자 재미있는 대답이 돌아왔다.

"'전원일기' 같은 드라마를 한 편 해보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봤어요. 이불 속에 누워서 TV를 보는 데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20년을 넘게 방송되며 사람들에게 깊이 스며있는 드라마잖아요. 편안하게 사람들이 지켜볼 수 있는 그런 연기자가 됐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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