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을 기다린 재도전 기회도 결국 허무하게 끝나고 말았다.

한국 농구가 낳은 최고 스타선수 출신 이충희(48) 전 대구 오리온스 감독이 26일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하면서 그를 아끼는 팬들의 가슴을 다시 아프게 했다.

1999-2000 시즌 창원 LG 감독을 끝으로 프로 무대를 떠났다가 올해 5월 복귀해 재도전 기회를 잡은 이충희 감독의 출발은 좋았다.

시범경기에서 유일하게 2전 전승을 거둔 것을 비롯해 정규리그가 개막하고도 2연승을 달리며 상쾌한 출발을 알렸다.

그러나 계속된 선수들의 부상이 이충희 감독의 발목을 잡았다. 시즌이 개막하기도 전에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뽑은 2명이 모두 부상으로 쓰러져 교체해야 했던 이충희 감독은 팀의 간판인 김승현 마저 개막전만 뛰고 허리 부상으로 드러누우면서 불길한 조짐을 엿봤다.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교체한 외국인 선수 로버트 브래넌도 허리 부상으로 나가 떨어졌고 대체 선수로 들여온 칼튼 아론 역시 7경기만 뛰고 부상으로 두 손을 들었다.

또 다른 외국인 선수 리온 트리밍햄도 사타구니 부상으로 4경기나 결장했고 주전 슈터인 김병철도 손가락 부상으로 2경기를 쉬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100% 전력으로 치른 경기는 울산 모비스를 꺾은 개막전 한 경기에 불과하다는 말이 과언이 아니었다.

15, 16일 열린 서울 SK, 인천 전자랜드 전은 전원 국내 선수로만 맞서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까지 연출됐을 정도였다.

LG에서 마지막으로 지휘봉을 잡은 시즌인 1999-2000 때도 팀의 간판 외국인 선수였던 버나드 블런트가 시즌 개막을 앞두고 갑자기 '야반 도주'를 하는 바람에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아픈 기억이 있는 이충희 감독으로서는 이번에도 외국인 선수 운이 따라주지 않아 중도 사퇴의 불명예를 뒤집어 쓰게 됐다.

심용섭 오리온스 농구단 사장은 "최소한 올해까지는 함께 하길 바랐는데 사퇴 뜻을 밝혀와 말릴 수가 없었다"고 아쉬워하며 "김승현 공백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외국인 선수 운이 없었던 것 같다. 한국 농구계의 보배와 같은 이충희 감독이 이렇게 물러나게 돼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심사장은 또 "김상식 코치에게 우선 기회를 주겠다. 김승현은 몸을 확실히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는 취지에서 2008년 1월5일 원주 동부 전이나 다음 날인 서울 삼성과 경기에 복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충희 감독 사퇴라는 '극약 처방'이 이 감독 본인이나 팀에 앞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지 농구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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