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시의 얼굴없는 천사, 7009만원 기부(22년간 총 8억원)
*경기도 구리시 익명(匿名)의 어르신, 폐지주워 모은 1000만원 기부
*서울 80대 노부부, 기초생활 수급비 아껴 20만원 기부

이대호(왼쪽)와 추신수. ⓒ스포츠코리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도 나눔의 온기를 식히진 못했다. 크고 작은 기부 행렬은 지난 연말 분위기를 훈훈하게 만들었다.

*프로축구선수 기성용(33.FC 서울)은 지난 5일 국내 취약계층 어린이들과 어려운 환경 속에서 축구 선수를 원하는 축구 꿈나무들을 위해 20억원을 선뜻 내놓았다.

*추신수(40.SSG)는 지난해 연봉 27억원에 계약하며 10억원을 사회공헌활동에 기부했다. 이에 따라 모교인 부산 수영초(1억원), 부산중(2억원)에 야구 장학금이 전달됐으며 3억원을 받은 부산고는 실내훈련장 등을 지어 야구 명문교의 명성을 되찾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다.

*은퇴의 해를 맞은 롯데 이대호(40)는 지난 7일 지역 소외계층에 ‘사랑의 연탄’ 1만 2500장(약 1200만원 어치)을 전달했다. 이대호는 2006년부터 17년째 ‘사랑의 연탄 배달’ 행사에 참여하며 기부를 이어가고 있다.

허구연 해설위원. ⓒ스포츠코리아
*20년전부터 사회 어려운 계층에 크고 작은 기부를 해오고 있는 MBC 허구연 해설위원(71)은 지난 5일 전국 10개 소년원에 1430만원 상당의 티볼 세트를 전달했다.

KBO 리그 출범후 최고의 ‘FA(자유계약선수) 대박’이 터졌다. 총 15명이 98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사상 최다였던 2016년 766억 2000만원을 29.1%나 훌쩍 넘어서는 거액이다. 또 SSG 랜더스의 예비 FA 3명의 합계 180억을 더하면 무려 1,169억원으로 ‘코로나 불황’에도 끝모를 돈잔치가 벌어졌다.

대박 선수는 나성범(33.KIA, 6년 150억), 김재환(34.두산, 4년 115억), 김현수(34.LG, 4+2년 115억원), 양현종(34.KIA, 4년 103억), 박건우(32.NC, 6년 100억) 등 100억 이상을 찍은 케이스만 5명이다.

이들과 예비 FA 3명 포함, 총액 30억원을 넘은 선수는 모두 16명이다. 30억원은 연봉 3000만원(세금 제하기 전)짜리 회사원이 한푼도 안쓰고 100년간 모아야 할 돈이다. 100억원은 연봉 2500만원을 받는 육성 선수 400명을 키울 수 있다.

개인적으로 평생 동안 100억원을 다 쓰려면 기사를 둔 최고급 외제 승용차에, 명품 가방과 의류를 수시로 구입하고도 남는다.

이런 어마어마한 거금을 손에 쥔 선수들 16명이 야구 장학금이든 취약 계층을 위한 기부금이든 단 한푼이라도 내놓았다는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다. 무슨 약속이라도 한 것일까. 시즌중이든 시즌후든 “팬 사랑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입버릇처럼 공언해온 이들의 기부 정신은 땅으로 꺼졌나? 하늘로 날아간 것일까?

물론 이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약 20년간 일반인이 상상못할 훈련을 견뎌냈고,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 오늘날의 금자탑을 쌓았다. “내 돈 내가 알아서 쓰겠다”는데 어떤 비난도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제 사회의 저명인사급으로 신분이 상승한 만큼 주위를 돌아볼 때가 됐다.

러시아의 대문호(大文豪) 톨스토이는 ‘부(富)는 분뇨와 같다’고 했다. 한곳에 쌓아두면 악취를 내지만 널리 뿌리면 땅을 비옥하게 만든다는 말이다.

조용헌 강호동양학자는 “돈은 귀신이 모여서 만들어진 업(業) 덩어리다. 이 덩어리를 해체시키는 방법은 주변에다 좀 풀어야 한다. 풀면 아군이 생기고, 나를 우호적으로 둘러싸는 신병(神兵)이 생겨 나를 방어해 준다”고 했다.

조만간 ‘프로야구 신흥 갑부’들의 기부 낭보를 기대해본다. 본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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