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우(KIA·왼쪽)와 양의지(NC)ⓒ스포츠코리아
[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투자에는 결과가 따라줘야 한다. 어떤 결과가 만족스러운지는 구단마다, 개인마다 다를 수 있지만 결국 모두가 부정할 수 없는 최종 목표는 ‘우승’이다.

‘흑호의 해’가 밝았다. 지난 5일 마지막 남은 자유계약선수(FA) 정훈이 원소속팀 롯데 자이언츠와 3년 18억원에 계약을 마치면서, 연말연초를 휩쓸었던 FA 광풍은 989억원이라는 역대 최다 액수 기록을 남기고 끝났다.

역시 가장 눈길이 가는 것은 ‘100억 클럽’이다. 이번 시장에서만 박건우(두산 베어스→NC 다이노스, 6년 100억원), 김재환(두산 잔류, 4년 115억원), 김현수(LG 잔류, 4+2년 115억원), 나성범(NC→KIA 타이거즈, 6년 150억원), 양현종(텍사스 레인저스→KIA, 4년 103억원)까지 총 5건의 100억 이상 FA 계약이 체결됐다. 이미 지난 2017년 100억 클럽에 가입했던 김현수를 제외하고 새로 이름을 추가한 선수가 4명이나 된다.

구단의 과감하고 열띤 투자는 이것으로 마무리 됐고, 뚜껑을 열어볼 일만 남았다. 통크게 투자한만큼 구단은 이제 리턴만 기다리고 있다. 과연 이들 중 누가 자신의 몸값을 증명하는 ‘하이 리턴’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

왼쪽부터 이대호(롯데), 김현수(LG), 최정(SSG)ⓒ스포츠코리아
지난 100억 클럽 사례를 들춰볼 필요가 있다. 2016년 최형우(삼성 라이온즈→KIA, 4년 100억원)를 시작으로 이대호(시애틀 매리너스→롯데, 4년 150억원), 김현수(필라델피아 필리스→LG, 4년 115억원), 최정(당시 SK·현 SSG 잔류, 6년 106억원), 양의지(두산→NC, 4년 125억원)에 이르며 올해 전까지 총 5명이 100억원 이상의 계약을 따냈다.

이들 중 이대호를 제외하면 모두 원소속팀에서 최소 한 번씩은 우승을 경험한 선수들이다. 그것도 주축선수로서 팀을 이끌어 우승을 만든 핵심 멤버였다. 구단은 ‘떡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는 말에 기대를 걸었고, 이들이 라인업의 중심을 잡아주고 우승DNA를 심어주길 바랐다.

하지만 도장을 찍고 난 후 소속팀의 우승을 이끈 사례는 단 두 명. 최형우와 양의지 뿐이다. 최형우는 이적 직후 KIA의 통합우승을 이끌었고, 양의지는 최하위였던 팀을 첫 시즌에 가을야구로 이끌더니 두 번째 시즌에 창단 첫 통합우승을 일궈냈다. 이대호, 김현수, 최정도 투자 대비 결과가 없었다고 할 수 없다. 각자의 자리에서 팀 타선의 중심을 잡는 굵직한 선수들이고, 부침은 있었지만 개인 성적으로 그것을 증명해왔다. 하지만 최종적인 ‘리턴’은 어떤 이야기를 갖다 붙여도 결국 우승으로 향하는 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새로 100억 클럽에 가입한 4명의 선수와, 처음으로 두 번이나 100억원 이상 계약에 성공한 김현수에게는 ‘우승’이라는 꼬리표가 계속해서 붙어다닐 수밖에 없게 됐다.

NC로 이적한 박건우(왼쪽)와 김재환(두산).ⓒ스포츠코리아
100억 클럽을 품에 안은 팀 중 올해 우승에 가장 근접했던 팀은 김재환의 두산이다. 김재환은 지켰지만, 박건우라는 걸출한 우타 외야수를 잃었다. ‘네 번째 외야수’였던 김인태가 공백을 메울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박건우의 보상선수 강진성, 오는 2월 전역하는 김대한도 후보로 언급되고 있다. 매번 수준급 선수들을 외부로 유출시키며 ‘올해는 힘들겠지’라 생각했지만 그것을 뛰어넘는 강팀의 품격을 보여줬다는 점에 기대를 걸어볼만 하다.

김현수를 지킴과 동시에 박해민이라는 국가대표 중견수를 얻은 LG는 유력한 우승 후보 중 한 팀이다. 지난해 시즌 최종전까지 우승 확률을 남겨둔 채 kt 위즈, 삼성과 경쟁한 강팀이다. 집토끼 단속은 물론 전력적으로 플러스 요인만 있는 LG가 이번에는 정말 우승의 한을 풀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높은 상황.

지난 시즌 가을야구에 실패한 KIA와 NC는 다크호스다. KIA는 나성범 이름 석 자만으로 팀 타선에 무게감을 더했고 원조 에이스 양현종이 복귀해 마운드의 높이를 더욱 높였다. 하지만 타선의 문제가 비단 한 자리가 아니었다는 점, 완전히 새로 구성된 외인들에게 붙어있는 물음표 등으로 아직 우승권 전력이라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윈나우'를 천명한 만큼 여러 방법으로 선수단 강화에 열을 올릴 예정이지만 원하는 성과가 나올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KIA 유니폼을 입게 된 나성범(왼쪽)과 양현종. ⓒ스포츠코리아
NC는 달라진 팀 컬러에 얼마나 적응하는 지가 관건이다. 지난 시즌 30홈런 이상을 기록한 NC 선수는 나성범(33홈런), 애런 알테어(32홈런), 양의지(30홈런)까지 3명이었다. 그리고 그 3명 중 2명이 팀을 떠났다. 팀 홈런 170개 중 65개가 사라졌다. 그리고 영입한 박건우와 손아섭의 지난해 홈런 개수는 둘 합쳐서 9개다. 완전히 탈바꿈하는 팀 스타일에 얼마나 팀 전체 구성원이 녹아들 지가 순위 경쟁의 핵심이 될 것이다.

구단 뿐만 아니라 100억원이 넘는 초대형 규모의 계약에 사인을 한 선수들 본인 입장에서도 ‘우승’은 중요하다. 프로 생활이 이번 계약으로 완전히 마무리되는 것도 아니고, 선수 개인으로서도 자신의 이름을 건 계약이 소위 '먹튀'보다는 성공사례로 남기를 당연히 바랄 것이다. 이들 중 누가 ‘최형우-양의지’를 잇는 우승 청부사가 될 수 있을까. 다가올 4월 2일의 프로야구 개막전이 기다려지는 이유가 됐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