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왕이 유력한 두 후보 KIA 타이거즈 이의리(왼쪽)와 롯데 자이언츠 최준용. ⓒ스포츠코리아
[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목이 말라도 너무 마르다. 치열한 경쟁을 펼쳤던 두 신인왕 후보 이의리(19·KIA 타이거즈)와 최준용(20·롯데 자이언츠) 중 단 한 명만이 시원한 물 한 잔을 팀에 대접한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9일 오후 2시 서울 임피리얼팰리스호텔 두베홀에서 2021 신한은행 SOL KBO 시상식을 개최한다.

지난 18일 KT 위즈가 2021 시즌 통합 우승을 달성하며 KBO리그는 마무리 됐다. 겨울 휴식기에 접어든 프로야구는 이번 시상식을 통해 허전함을 채운다. 특히 모두가 궁금해하는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와 신인왕이 발표되는 자리이기에 수많은 관심이 모이고 있다.

특히 갑론을박이 뜨거운 자리는 신인왕이다. 생애 단 한 번밖에 받을 수 없는 신인왕 타이틀을 놓고 ‘좌완 영건’ KIA 이의리와 ‘철벽 불펜’ 롯데 우완 최준용이 다투고 있는 상황. KIA와 롯데 모두 가을야구에 탈락하며 아쉬운 한해를 보낸 가운데 양 팀 팬들은 신인왕 배출로 그 씁쓸함을 달래길 바라고 있다.

두 선수 개인의 경쟁과 별개로 KIA와 롯데 모두 신인왕 배출이 간절하다는 점도 또 다른 관전포인트다. KIA는 1985년 이순철, 롯데는 1992년 염종석 이후 신인왕을 내는데 실패해왔다. 둘 중 한 팀은 그간의 목마름을 시원하게 해소할 수 있다.

ⓒ스포츠코리아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이의리에게 신인왕은 ‘따논 당상’으로 보였다. 2021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을 받고 KIA 유니폼을 입은 이의리는 데뷔 시즌임에도 타이거즈의 선발진 중 한 자리를 듬직하게 지켜냈다. 전반기에만 14경기에서 71.2이닝을 소화하며 4승 3패, 평균자책점 3.89를 기록했다. 신인 중 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히 지킨 선수는 이의리가 유일했다.

준수한 활약으로 2020 도쿄 올림픽 야구 대표팀에도 승선했다. 도미니카공화국과의 녹아웃스테이지 경기에서 5이닝 4피안타 9탈삼진 3실점을 기록하며 성인 대표팀 국제무대 데뷔전을 치렀다. 3일 휴식 후 맞이한 미국과의 패자 준결승에서도 5이닝 5피안타 9탈삼진 2실점하며 루키임에도 전혀 밀리지 않는 빼어난 투구를 보여줬다. 이의리는 대한민국 마운드를 이끌 차세대 좌완으로 KIA팬을 넘어 모든 이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게 됐다.

그러나 후반기에 찾아온 부상이 이의리의 발목을 붙잡았다. 지난 9월 12일 NC 다이노스전에서 왼손 중지 손톱 부상을 당해 1군에서 말소됐다. 이를 회복한 후 등판 예정일이 다가오던 찰나, 더그아웃 계단에서 미끄러져 오른쪽 발목 인대 손상을 당했다. 이로 인해 4주 재활 진단을 받고 시즌을 마감했다.

이의리의 시즌 최종 성적은 19경기 94.2이닝 4승 5패 93탈삼진 평균자책점은 3.61을 찍었다. 후반기에 찾아온 두 번의 부상이 너무나도 아쉬웠다.

ⓒ스포츠코리아
이의리가 주춤하는 사이, 최준용이 거세게 치고 올라왔다. 2020년 롯데 1차 지명으로 프로생활을 시작한 최준용은 지난해 31경기에서 29.2이닝만을 소화했다. 최근 5년 입단한 선수 중 투수의 경우, 누적 등판 30이닝을 넘기지 않으면 신인왕 후보 자격이 유지되는 KBO 규정에 의해 최준용은 올해 다시 신인왕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최준용은 시즌 초반부터 질주했던 이의리와 정반대의 흐름을 보였다. 지난 5월에 찾아온 어깨 부상으로 스타트가 좋지 못했다. 전반기는 15경기 2승 1패 7홀드 평균자책점 4.42에 그쳤다.

하지만 부상을 이겨내고 돌아온 후반기에 완전히 달라졌다. 18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펼치는 등 확실한 눈도장을 찍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인정받던 패스트볼의 구위가 더욱 강력해졌다. 불펜 투수로서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멘탈까지 겸비하며 롯데 불펜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최준용은 후반기에만 29경기 2승 1패 13홀드 1세이브를 거두면서도 평균자책점은 1.86을 기록하며 순항했다.

신인왕 경쟁의 키포인트로 뽑힌 20홀드마저 LG 트윈스와의 최종전에서 달성해냈다. 시즌 최종 성적은 44경기 47.1이닝 4승 2패 45탈삼진 20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2.85로 홀드 부문에서는 리그 공동 6위를 찍었다.

선발 투수와 불펜 투수의 차이 그리고 이의리가 리그와는 별개로 지난 여름 국제무대에서 국민들 앞에서 눈도장을 찍으며 점수를 따놓았다는 점이 변수로 작용했을 확률이 높다. 하지만 최준용의 하반기 임팩트도 그에 못지 않았음은 분명하다. 묵직한 패스트볼을 앞세워 상대 타자를 윽박지르는 투구는 모든 불펜 투수들의 로망이다. 최준용이 바로 그 로망을 채워줄 1순위 후보다.

어떤 선수가 신인왕으로 뽑혀도 그에 맞는 타당한 이유는 존재한다. 둘 중 한 명밖에 줄 수 없는, 그리고 패자는 두 번 다시 신인왕에 도전할 수 없다는 점이 더욱 이 경쟁을 손에 땀을 쥐고 지켜볼 수 밖에 없게 만든다. 투표는 이미 마무리됐고 그 결과만이 남았다. 누가 마지막에 웃으며 신인왕 소감을 전할 것인지 모든 이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