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단 첫 통합 우승 기쁨을 함께하는 KT 위즈 선수단. ⓒ연합뉴스
[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KT 위즈가 부린 마법이 KBO리그를 점령했다.

KT는 지난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7전 4선승제) 4차전에서 8-4로 승리하며 시리즈를 스윕(4승 무패), 통합 우승이라는 대업을 달성했다.

다양한 기록이 쏟아졌다. 내리 4경기를 모두 따낸 KT는 KBO리그 역사상 9번째로 KS 스윕을 달성했다. 특히 탄탄한 선발진을 자랑하며 4승을 모두 선발승으로 따냈다. 지난 8번의 KS 스윕 중에 4승이 모두 선발승인 경우는 없었다. KT가 최초의 기록을 만들어낸 셈.

게다가 KT는 신생팀으로 리그에 합류한 팀 중 최단 기간(7년)에 우승을 차지한 팀이 되는 영예도 안았다. NC 다이노스가 지난해, 창단 후 8년 만에 우승을 차지하며 가지고 있던 기록을 1년 단축시켰다.

2015시즌에 1군 리그에 합류한 KT는 첫 5년 동안 하위권(10-10-10-9-6위)에 머무르며 고난의 적응기를 거쳤다. 그리고 지난해, 정규시즌을 2위로 마치며 마침내 날아올랐다. 하지만 첫 가을은 짧았다. 플레이오프(PO)에서 두산을 만나 1승 3패로 무릎을 꿇으며 아쉬움을 삼켰다.

그리고 맞이한 2021년. 어느해보다 극적인 시즌이었다. 막판에 치열한 선두 싸움을 벌인 KT와 삼성 라이온즈는 승·무·패가 완전히 똑같은 상태(76승 9무 59패)에서 시즌을 마쳤다. 그렇게 펼쳐진 ‘1위 결정전’에서 KT는 혈투 끝에 1-0으로 삼성을 뿌리치며 짜릿한 정규시즌 우승을 손에 넣었다.

KT는 그렇게 첫 KS 무대에 올랐다. 지난해 가을을 한 번 맛 본 KT는 완전히 다른 팀이 돼있었다. 공·수·주 모두에서 두산을 압도하며 1~4차전을 모두 따내는 기염을 토했다.

그렇게 ‘마법사 군단’ KT는 구단 첫 통합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시리즈 내내 팀의 수장 이강철 감독을 중심으로 선수단이 하나가 돼 보여준 ‘KT 매직’은 모두 현실이 됐다.

왼쪽부터 윌리엄 쿠에바스, 소형준,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 배제성 ⓒ스포츠코리아
▶ KBO리그 최초 ‘KS 4연속 선발승 스윕’ 이끈 철벽 마운드

‘윌리엄 쿠에바스(7.2이닝 1실점)-소형준(6이닝 무실점)-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5.2이닝 무실점)-배제성(5이닝 3실점)’으로 이어지는 선발진이 역사에 남을 기록을 작성했다. 4번의 승리에서 4명의 선발 투수 모두 승리투수가 됐다. 4연속 선발승 스윕은 역대 KS에서 처음으로 나온 기록이다.

이는 뜬금없는 활약이 아니다. KT가 정규시즌 거둔 76승 중 53승이 선발승이었다. 승리 비율 뿐만 아니라 평균자책점(3.69), 퀄리티스타트(76회), 퀄리티스타트 플러스(29회)에서도 모두 1위를 차지하며 압도적인 힘을 자랑했다. 철벽 선발 로테이션은 KS라는 가장 긴장되고 중요한 무대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그 힘을 유지해 우승의 일등공신이 됐다.

KS 2차전에서 호수비로 병살타를 만들고 기뻐하는 KT 박경수. ⓒ연합뉴스
▶ ‘아무도 못 지나간다’ KT 내야가 펼쳐둔 ‘그물망 마법’

KT 마운드가 매순간 완벽했던 것은 아니다. 순간적으로 제구가 흔들리기도 했고 피안타도 나왔다. 하지만 그때마다 KT 내야진이 돌아가며 ‘호수비 열전’을 펼쳤다. 2차전에서만 병살타 4개를 만들어내는 등 중요한 순간에 항상 내야진이 불을 껐다.

특히 내야 ‘맏형’ 박경수가 가장 빛났다. 벤치에서 나온 수비 시프트를 완벽히 수행했고, 단 하나의 실책도 없었다. 위기마다 슈퍼캐치를 선보였다. 19년 만에 밟은 KS에서 수비만으로도 존재감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타격에서도 8타수 2안타(1홈런)로 활약한 박경수에게 KS MVP라는 겹경사도 따라왔다. 3차전에서 당한 불의의 부상만이 유일한 아쉬움이다.

박경수의 수많은 호수비 중 2차전 1회에 나온 마법 같은 다이빙이 백미였다. 선발 소형준이 제구 난조로 흔들리던 1회초 무사 1,2루.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의 강습 타구를 그림처럼 건져내 4-6-3 병살타를 만들며 소형준의 무실점 피칭의 초석을 마련했다. 이 수비가 아니었다면 2차전은 KT가 가져가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박경수를 비롯해 지난해부터 1루수로 출전한 강백호가 타고난 야구 센스로 안정적인 포구를 보여주며 든든함을 자랑했다. 3루수 황재균도 빠른 타구 판단과 멋진 슬라이딩 캐치를 선보이며 핫코너를 지켰다.

KT 첫 통합 우승을 이끈 이강철 감독. ⓒ스포츠코리아
▶ 최상위 마법 ‘강철 매직’ 선보인 ‘수석 마법사’ 이강철 감독

명실상부 ‘강팀’ KT를 만든 장본인은 바로 이강철 감독이다. 시리즈 내내 이 감독이 꺼내든 승부수는 귀신처럼 맞아들었다. 7년 연속 KS 진출을 만들어낸 ‘두목곰’ 김태형 감독을 상대로 전혀 밀리지 않는 지략 싸움을 펼쳤다.

필요한 순간 작전을 내는 데 망설임이 없었다. 이름값이나 타순에 기준을 두지 않고 과감하게 희생번트를 지시했다. KT는 이번 시리즈에서 5차례 희생번트를 시도했다. 그 중 1차전 제라드 호잉의 희생번트가 빛이 났다. 외국인 타자, 5번 타순임에도 이강철 감독은 흔들리지 않았다. 이 결단은 곧 선취점으로 이어지며 귀중한 1차전 승리를 따냈다. 뿐만 아니라 ‘히트앤런’ 작전과 허를 찌르는 강공 작전도 모두 점수로 이어졌다.

이강철 감독은 KS MVP 출신 투수답게 투수 교체 시점도 매서웠다. 상대 4번 타자 김재환을 묶는 조현우 활용법은 두산 추격에 찬물을 끼얹었다. 6~8회를 감안해 불펜으로 전환시킨 고영표 카드도 적중했다. 고영표는 실점이 나오긴 했지만 감독의 기대대로 중반부 긴 이닝을 책임지며 마무리 김재윤으로 향하는 연결고리 역할을 톡톡히 했다.

2019년 KT 감독에 부임해 올해 3년차 밖에 되지 않은 이강철 감독이다. 하지만 부드러운 리더십과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하나로 뭉치게 만들었다. 그라운드 흐름을 읽는 날카로운 분석으로 단기전 운영마저 완벽해지면서 명실상부 ‘명장’의 반열에 올랐다.

하위권을 전전하던 KT의 모습은 이제 온데간데 없어졌다. 가장 늦게 KBO리그를 시작했지만 불과 7년 만에 가장 높은 자리에 올랐다. KT가 보여준 마법은 그들이 최고의 자리에 설 자격을 충분히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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