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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전성우 기자] 굴곡이 심한 야구인생을 겪어 온 박경수(37·KT 위즈)가 생애 첫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에서 베테랑의 품격을 보여주고 있다.

8번타자 겸 2루수로 선발출전한 박경수는 1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두산 베어스와의 3차전 경기에서 2타수 1안타(홈런) 1볼넷 1타점 1득점을 기록하며 팀의 3-1승리를 이끌었다.

2003년 신인드래프트에서 LG 트윈스의 1차 지명을 받고 화려하게 데뷔한 박경수의 프로생활은 그리 순탄치만은 않았다. 2003년부터 KT로 이적하기 전인 2014년까지 단 한번도 3할의 타율을 기록하지 못했다. 두 자리 수 홈런도 없었다. LG에서의 박경수는 언제까지나 진루타나 작전 수행에 특화된 선수에 불과했다.

소속팀의 성적도 암울했다. LG가 암흑기를 걷던 시절이라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우승은커녕 포스트시즌 진출도 쉽지 않았다. 2013년 LG가 11년간의 암흑기를 끝내고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을 때 박경수는 군 복무 중이었다.

‘미완’이었던 박경수는 이적 후 ‘환골탈태’했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2015년 신생팀 KT로 이적한 이후 완전히 달라진 것. 2015시즌 137경기에 출전해 2할8푼4리의 타율과 22홈런을 기록했다. OPS(출루율+장타율)는 강타자의 상징인 9할을 넘겼다. 2016시즌에는 3할1푼3리의 타율을 기록하며 생애 첫 3할 타율을 달성했고 20홈런을 쳐냈다. 그 해 박경수의 OPS는 9할3푼4리에 육박했다. 이후에도 꾸준한 타격 능력을 보여주며 KT를 이끌었다.

그러나 신생 구단 KT는 창단 이후 몇 년 간 하위권을 전전하며 박경수의 가을야구 데뷔는 계속 미뤄졌다. 지난 2020시즌에 KT가 정규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에 진출하며 생애 첫 포스트시즌을 맛봤지만 그 뿐이었다. 박경수는 플레이오프 4경기에서 타율 0.375(8타수 3안타)로 활약했지만 팀은 두산에 1승3패로 밀려 한국시리즈에 오르지 못했다.

올해는 팀이 창단 첫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하면서 한국시리즈 무대에 직행했다. 하지만 박경수에겐 개인적으로 최악의 시즌이었다. 118경기에 나서 1할9푼2리의 타율을 기록했다. 대수비로 나서는 일도 잦아졌다. 37세인 박경수에게 ‘노쇠화’라는 꼬리표가 붙기 시작했다. 팬들은 KT 창단 이후 쭉 팀의 주축으로 활약했던 박경수의 부진에 아쉬움과 걱정이 섞인 눈길을 보냈다.

그러나 KT 이강철 감독은 가장 중요한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이런 박경수를 믿었다. 그리고 박경수는 그 믿음에 보답했다. 박경수는 공·수 양면에서 맹활약하며 한국시리즈의 주인공이 됐다.

  • 박경수. ⓒ연합뉴스
야구에서는 좋은 수비 하나가 홈런만큼 값질 때가 있다. 박경수는 한국시리즈 내내 수비로 팀을 구했다.

박경수는 지난 15일 한국시리즈 2차전 1회초에 완벽한 병살을 성공시켰다. 무사 1,2루에서 두산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의 빠른 안타성 타구를 몸을 날려 병살타로 연결시켰다. 무사 만루가 될 수 있었던 상황은 순식간에 투아웃이 됐다. 이 호수비 덕에 KT는 1회초를 무실점으로 넘겼고 이어진 1회말 황재균이 홈런을 터뜨리며 분위기는 KT로 넘어왔다.

박경수는 17일 열린 3차전에서도 ‘철벽 수비’를 보여줬다. 1회말 무사 상황에서 박경수는 페르난데스의 빠져 나갈 법한 타구를 깔끔하게 잡아내며 KT 선발투수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6회말 수비도 환상적이었다. 1사 1루에서 박경수는 박건우의 타구를 몸을 날려 잡았다. 타구가 빠져나가지 않게 막은 것만 해도 박수를 받을 만한 플레이였으나 박경수의 선택은 감탄을 자아냈다. 중심을 잡기 힘든 상황에서 2루로 빠르게 공을 뿌렸고 발 빠른 주자 정수빈을 아웃시켰다.

수비뿐이 아니었다. 17일 박경수의 방망이는 불을 뿜었다. 5회초 부상에서 복귀해 4이닝 무실점 호투하던 아리엘 미란다의 시속 146㎞ 패스트볼을 잡아당겨 좌측 담장을 넘겼다. 팀에 선취점을 안겨주는 귀중한 홈런포였다. 결국 팀은 박경수의 선제 솔로포에 힘입어 3-1로 승리를 거뒀다. 8회 말 무사 1루에서 두산 안재석의 빗맞은 타구를 처리하다가 오른 종아리 부상을 당해 4차전 출전이 불투명하지만 2021시즌 한국시리즈 3전 전승을 이루기까지 박경수의 공로는 지대하다.

박경수는 KT 구단 역사상 첫 통합우승에 단 1승만 남겨둔 현재의 영광스러운 순간까지 KT의 ‘비단길’을 깔았다. KT 창단 멤버이자 전설로 꼽히는 박경수의 굴곡졌던 야구인생이 ‘해피엔딩’으로 끝날지 주목된다.

KT와 두산의 한국시리즈 4차전은 오는 18일 오후 6시 30분 같은 장소인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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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21/11/18 05:3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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