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의 선발투수 고영표(왼쪽)와 두산 베어스의 외인타자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 ⓒ스포츠코리아
[스포츠한국 전성우 기자] '선발야구'의 KT 위즈와 방망이가 한껏 달아오른 두산 베어스가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에서 맞붙는다.

KT와 두산은 오는 14일 오후 2시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1차전을 치른다.

와일드카드(WC)부터 준플레이오프(준PO·3전2선승제), 플레이오프(PO·3전2선승제)까지 모두 이기고 올라온 두산의 기세는 무섭다. 그러나 2021 정규시즌을 1위로 마친 KT의 전력도 만만치 않다. 두산이 7경기 동안 흐름을 탔다면, KT는 그동안 충분한 휴식을 취해 체력이 보충된 상태다.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 ⓒ스포츠코리아
▶KT에 비해 약한 두산의 선발진, 그러나 제대로 흐름을 탄 두산 타선

포스트시즌이 시작될 때만 해도 두산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예상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구멍 난 선발진 때문이다.

워커 로켓이 부상으로 시즌을 조기 종료했고, 에이스였던 아리엘 미란다는 어깨 통증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설상가상 플레이오프에서는 3선발 곽빈마저 허리 근육통으로 등판 일정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두산은 변칙적인 투수 운용으로 버텼다.

대체선발인 김민규가 역할을 다했고, 필승조인 홍건희와 이영하가 긴 이닝을 소화했다. 두산은 버티며 KS까지 올라왔다. 지금까지 ‘미라클’로 버텨왔다면, 한국시리즈부터는 ‘진짜’ 두산의 야구를 펼칠 수 있게 됐다. 곽빈은 물론 올 시즌 최고의 에이스 미란다도 함께 돌아온다. 선발진의 깊이가 PO 때보다 두 배 이상 두터워졌다.

여전히 두산의 선발진은 KT의 선발진보다 못하다.

KT 이강철 감독은 “현재 대기 중인 선발투수는 총 6명이다. 4명 정도를 한국시리즈에 내보낼 예정이다”고 했다. 반면 두산은 현재 곽빈을 포함해 ‘선발투수’라고 부를 수 있는 투수가 세 명 정도 밖에 없다.

투수진은 KT보다 약하지만 두산 타선은 가을에 폭발했다.

두산 타자들은 2021 포스트시즌 동안 226타수 73안타를 기록했다. 이 기간 동안 팀 타율은 3할2푼3리, 장타율은 4할2푼9리에 달했다. 포수 박세혁은 포스트시즌 동안 20타수 10안타 타율 5할을 기록했고 중견수 정수빈은 34타수 12안타 타율 3할5푼2리를 기록했다. 지명타자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는 32타수 15안타 타율 4할6푼8리를 기록했다.

더 무서운 것은 아직 3,4,5번 타자인 박건우, 김재환, 양석환이 폭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김재환은 KT를 상대로 강했다. 김재환은 올해 KT전에서 타율 3할5푼7리를 기록하고 홈런도 3개나 때려내며 12타점을 쓸어 담았다. 언제든지 폭발할 수 있는 타자들이 즐비한 두산이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한국시리즈 진출 이후 가을야구 상승세의 요인에 대해 "타자들마다 집중력이 좋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맛을 안다’고 했다. 두산은 올해까지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한 만큼 포스트시즌 경험이 풍부한 선수들이 많다.

KT 위즈 이강철 감독. ⓒ스포츠코리아
▶KT의 강력한 ‘선발야구’와 ‘뒷문’… 이에 비해 허술한 장타력

KT의 선발진은 강하다.

KT는 고영표,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 윌리엄 쿠에바스, 소형준, 배제성이라는 ‘계산이 서는’ 5명의 선발진으로 단단한 정규시즌을 보냈다. 팀이 거둔 76승 중 49승이 선발승이다. 평균적으로 한 명의 선발이 9.8승을 거둔 셈. 2021시즌 166.1이닝을 던지며 2.92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우완언더핸드 1선발 고영표와 188.1이닝 동안 3.39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데스파이네는 KT가 단기전에 필승카드로 사용할 수 있는 확실한 ‘원투펀치’다. 큰 경기에 강한 2020시즌 신인왕 출신 소형준과 또 다른 외국인 투수 쿠에바스도 한국시리즈 3선발로 충분히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KT는 뒷문도 든든하다.

한 점차 승부가 잦은 한국시리즈 단기전에선 확실한 마무리의 유무가 승패를 가른다. KT의 ‘수호신’ 김재윤은 2021시즌 32세이브와 2.42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김재윤은 통산 372.2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404삼진을 잡아냈을 정도로 압도적인 구위를 자랑한다.

하지만 KT는 두산에 비해 장타력이 많이 부족하다.

KT는 2021시즌 팀 타율 2할6푼8리로 리그 4위를 기록했지만 팀 홈런 개수는 106개로 뒤에서 네 번째다. 팀 홈런 1위 SSG 랜더스(185개)와는 무려 79개나 차이난다. 팀 장타율은 3할8푼1리로 리그 5위에 해당하는 기록. 두산의 정규리그 장타율은 3할9푼에 달한다. 두산은 포스트시즌 7경기 동안 55점을 터뜨렸다. 이 시기 동안 두산이 기록한 장타율은 무려 4할2푼9리다. KT의 장타력은 이 시기에 더욱 초라해 보인다.

외국인 타자의 파괴력도 아쉽다.

2020 시즌 47개의 홈런을 치며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한 멜 로하스 주니어의 공백이 크게 느껴진다. 현재 KT의 외국인 타자는 제러드 호잉이다. 호잉은 2021시즌 2할3푼9리의 타율에 그쳤다. 그가 일발 장타력을 갖춘 것은 분명하지만 지난 시즌 외국인 타자 로하스와 비교하면 아쉬울 뿐이다.

‘한 방’으로 분위기가 결정될 수 있는 포스트시즌에 KT의 장타력은 아쉽다. 그러나 야구는 ‘투수놀음’이라 했다. 정규시즌에서 보여준 단단한 투수진의 활약이 가을에도 이어진다면 KT의 약한 장타력이 가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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