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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33·두산 베어스)가 KBO리그 플레이오프 최우수 선수(MVP)를 차지한 역대 4번째 외국인 선수가 됐다.

페르난데스는 지난 1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PO·3전 2선승제) 2차전에 2번 타자 겸 지명 타자로 선발 출전해 팀의 11-3 대승에 일조했다.

페르난데스의 2차전 최종 성적은 5타수 4안타 3타점 1득점. 사실상 승부가 결정된 7회말에 나온 땅볼을 제외하면 모두 안타를 기록했다. 첫 3개의 안타의 영양가는 최상급이었다.

1회말 연속 3안타의 시발점이 페르난데스의 안타였고 김재환의 적시타에 득점에 성공했다. 2회말과 3회말은 각각 2타점과 1타점을 올리며 해결사 본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페르난데스의 뜨거운 방망이는 잠실을 찾은 두산 홈 팬들을 미치게 하기 충분했다.

이날 4안타 활약으로 페르난데스는 기자단 투표에서 득표율 51.3%(78표 중 40표)를 기록하며 플레이오프 MVP를 수상하는 영예도 안게 됐다.

역대 KBO리그 플레이오프에서 외국인 선수가 MVP를 차지한 경우는 4차례 있었다. 2004년 삼성의 멘디 로페즈, 2015년 두산의 더스틴 니퍼트, 2020년 크리스 플렉센. 그리고 2021년 올해 페르난데스가 4번째로 그 영광을 차지했다.

더스틴 니퍼트(왼쪽)와 크리스 플렉센. ⓒ스포츠코리아
공교롭게도 두산에서만 3명이 배출됐다. 타자로서는 처음이다. 올해 외국인 투수 듀오(아리엘 미란다-워커 로켓)가 모두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에서 페르난데스의 ‘미친 활약’은 두산에 반가울 수 밖에 없었다.

경기가 끝난 후 수훈 선수 인터뷰에서 만난 페르난데스는 “MVP를 받아 매우 기쁘다”며 “매일 열심히 운동하고 준비하며 경기장에서 잘하려고 노력했는데 결과로 좋게 이어졌다”고 전했다.

한국에서 3번째 가을 잔치를 치르는 페르난데스는 분명 마음의 부담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지난 두 번의 가을에서 정규시즌만큼의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 2019년 데뷔해 정규시즌에서 3할4푼4리를 기록했지만, 한국시리즈에서 13타수 1안타 7푼7리로 아쉬움을 삼켰다. 이어진 2020년에도 정규시즌 타율은 3할4푼으로 고공행진했지만, 가을에는 46타수 11안타, 2할3푼9리에 그쳤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정규시즌 타율(0.315)이 기존에 비해 떨어졌지만, 가을에 완전히 ‘미친 선수’가 됐다. PO까지 페르난데스가 기록하고 있는 성적은 32타수 15안타(1홈런) 12타점. 타율은 4할6푼9리에 달한다.

이에 대해 페르난데스는 “2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마음가짐으로 매타석 열심히 임한다”라며 “2년 전에는 결과가 안 나온 것 뿐이고 올해는 그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이라고 밝히며 기술적인 변화나 심적인 부담감의 차이는 없음을 밝혔다.

다만 자신의 뜨거워진 방망이에 대해서 “타격감이 매우 좋고 기분도 좋다. 어떻게 보면 예년의 나의 모습을 찾은 것 같다”라며 “나도 내가 무서운 상황”이라 말하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PO MVP를 수상한 두산의 페르난데스. ⓒ스포츠코리아
두산은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도입된 후, 이를 거쳐서 한국시리즈에 오른 첫 팀이 되기도 했다.

역사를 쓴 것은 기분이 좋지만 한국시리즈에서 패한다면 이는 모두 무의미한 기록이 될 지도 모른다. 다가올 정규시즌 1위 KT 위즈와의 한국시리즈에 모든 것을 걸어야하는 이유다.

페르난데스는 “매타석 집중할 것이다. 내 앞에 득점권 주자가 있다면 해결하려고 할 것이고, 주자가 없으면 어떻게든 출루해서 박건우-김재환-양석환이 나를 불러들이게끔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테이블세터진을 구성하는 ‘강한 2번’으로서 맡은 바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결연한 다짐을 드러냈다.

두산은 든든한 ‘효자 외인’ 페르난데스와 함께 지난해 NC 다이노스에 내준 한국시리즈 우승을 되찾아 'V7'을 달성하기 위한 마지막 도전을 시작한다. 2021년 KBO리그의 마지막을 장식할 한국시리즈는 오는 14일 오후 2시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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