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드를 내려가는 삼성의 백정현. ⓒ스포츠코리아
[잠실=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한 점을 막으려던 욕심의 대가는 컸다.

삼성 라이온즈는 1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PO) 2차전에서 3-11로 패배했다.

삼성은 정규시즌을 2위로 마치며 6년 만에 가을 잔치에 발을 들였다. 하지만 산전수전을 겪으며 올라온 두산에 내리 두 경기를 패하며 빠르게 가을 야구에서 물러났다.

이날 경기 승부의 추는 일찌감치 기울었다. 허삼영 삼성 감독이 믿고 선발 등판 시킨 백정현이 1회말부터 실점하며 무너졌다. 1사 후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위기에 몰렸고, 결국 김재환에게 1타점 적시타, 양석환에게 1타점 희생플라이를 내줘 2실점했다.

하지만 2점이라는 점수는 야구에서 언제든지 동점 혹은 역전을 노릴 수 있는 점수다. 이 시점에서 잘 틀어막는다면 여전히 승부는 알 수 없는 상황. 그러나 삼성은 2회말에 자멸했다. 특히 실점 과정에서 삼성이 보여준 ‘한 점도 안 주려는 야구’가 큰 독이 됐다.

백정현이 선두타자 강승호에게 안타를 내줬고 박세혁의 희생번트가 나오며 1사 2루 위기에 몰렸다. 이어 김재호의 타구가 살짝 먹히면서 우익수 구자욱 앞에 뚝 떨어지는 궤적이 형성됐다. 노바운드로 아웃을 잡아내기엔 무리가 있어보이는 타구.

그러나 구자욱이 무리하게 노바운드 포구를 시도했고, 최악의 결과가 나왔다. 이미 바운드가 된 공은 우측 펜스 끝자락까지 굴러갔다. 삼성은 한 점을 줌과 동시에 타자 주자에게 3루마저 내줬다.

무리하게 포구를 시도하다가 3루타를 허용하는 구자욱(삼성). ⓒ스포츠코리아
경기 초반이고 두산의 타선이 상위 타순으로 이어짐을 감안해 좀 더 안전한 수비를 택해야했다. 한 점을 준다 생각하고 타구를 원바운드 처리한 이후 다음 실점을 통제하는 것이 정답이었다.

그러나 구자욱의 선택은 달랐고, 결국 삼성은 그 대가를 치러야했다. 두 번째 투수 최지광이 1사 3루에서 올라와 첫 타자 정수빈에게 볼넷을 내줬다. 그리고 이날 뜨거웠던 두산의 해결사,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에게 좌측 펜스를 원바운드로 맞추는 2타점 2루타를 허용했다.

이 점수로 두산은 2회말밖에 되지 않았지만 5-0으로 앞서갔다. 일찌감치 초반 흐름을 잡은 것. 양 팀 감독 모두가 경기전 인터뷰에서 수 차례 강조해 온 단기전에서의 ‘초반 분위기’는 그렇게 두산의 차지가 됐다. 삼성은 그렇게 잃은 기세를 좀처럼 찾아오지 못하고 3-11 대패를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삼성의 6년 만의 가을 야구가 끝났다.

2루타를 치고 기뻐하는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두산). ⓒ스포츠코리아
-스한 스틸컷 : 스틸 컷(Still cut)은 영상을 정지된 화면으로 보여주는 것을 뜻합니다. 매 경기 중요한 승부처의 한 장면을 있는 그대로 자세히 묘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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