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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필요한 점수를 하나씩 모으다보니 어느새 승리가 눈앞에 와있었다.

두산 베어스는 10일 오후 6시 30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PO·3전 2선승제) 2차전에서 11-3 대승을 거뒀다.

이 승리로 두산은 KBO리그 최초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2015~2021)이라는 진기록을 작성했다. 아울러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시작해 한국시리즈에 오르는 최초의 팀이 되는 쾌거도 거두게 됐다.

‘원팀’ 두산의 응집력이 무엇보다 빛났던 경기다. 1회부터 4회까지 차근차근 점수를 적립해 일찌감치 승기를 가져왔다. 벤치에서 나온 작전도 실수없이 완벽하게 수행해내며 자신들이 원하는 야구를 완성시켰다.

무엇보다 타석에 임하는 두산 타자들이 욕심을 버리고 철저히 단타 위주로 삼성 마운드를 공략한 것이 주효했다.

1회말 1사 후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박건우가 컨택에 집중해 연속 안타를 만들어 1사 1,2루 밥상을 차렸다. 4번 타자 김재환은 힘이 들어갈 법도 한 상황에서 무리하지 않고 신중한 스윙으로 선취점을 팀에 선물했다. 이어진 양석환도 1사 1,3루서 희생플라이로 팀배팅의 정석을 보여주며 2-0 리드를 만들었다.

번트 작전을 수행하는 두산의 박세혁(왼쪽). ⓒ연합뉴스
이어진 2회말과 3회말은 두산 벤치의 노련한 작전과 하위타선의 군더더기 없는 작전 수행력이 빛났다.

두산은 2회말 강승호의 우전 안타로 이닝을 시작했다. 이어진 타석은 박세혁. 그는 이날 경기 전까지 올 가을 18타수 9안타, 타율 5할을 기록할 정도로 타격감이 뜨거웠다. 하지만 두산 벤치는 숫자에 개의치 않고 희생번트 작전을 냈다. 필요한 점수 하나를 뽑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두산은 알고 있었다.

박세혁은 완벽히 번트 작전을 수행해줬다. 그렇게 득점권에 주자를 보낸 두산은 김재호의 후속타가 터지며 필요한 점수를 냈다. 금상첨화로 상대의 과욕 섞인 실책성 플레이까지 나오면서 흐름이 완전히 넘어왔다. 결정적이었던 페르난데스의 2타점 2루타의 시발점도 결국 이 번트작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5-1로 앞선 두산은 3회말에도 번트작전이 나왔다. 선두타자 허경민이 몸 맞는 공으로 나갔다. 전 타석에서 안타가 있는 강승호 차례. 분위기가 넘어왔다고 속단해 강공 지시가 나올 수 있지만 가을 경험이 풍부한 두산 그리고 그 수장 김태형 감독은 냉철했다.

강승호는 높은 코스로 들어온 패스트볼에 자칫 실수가 나올 수 있었지만, 침착하게 번트를 성공시키며 주자를 2루로 보냈다. 그러자 이전 이닝에서 번트를 댔던 박세혁이 1타점 적시 2루타로 응답했고, 페르난데스도 또 1타점 적시타를 추가해 7-1을 만들었다.

두산의 강승호. ⓒ스포츠코리아
소위 ‘되는 날’이었던 두산은 4회말에도 강승호가 2타점 2루타를 작렬시켰다. 4회말이 끝난 순간 점수는 9-1.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말처럼 삼성은 정신 차리고 보니 이미 두산에 승기를 완전히 내준 상황이었다. 허삼영 삼성 감독이 그린 마운드 시나리오는 모두 무너졌다. 백정현-최지광-원태인-최채흥 라인이 모두 실점한 순간 사실상 경기가 끝나있었다.

두산은 6회말과 7회말에도 각 한 점을 추가해 11-3 대승을 완성시키며 한국시리즈 진출 티켓을 따냈다. 무서운 ‘가을DNA’를 가진 두산은 정규시즌 1위 KT 위즈를 상대로 마지막 기적 ‘V7’에 도전한다. 두 팀의 한국시리즈는 오는 1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대망의 1차전 막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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