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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KBO리그 역대 포스트시즌 3전 2선승제 시리즈에서 1차전을 진 팀이 상위 시리즈로 진출한 적은 없다.

삼성 라이온즈는 지난 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PO·3전 2선승제) 1차전에서 4-6으로 패했다.

2015년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이후 6년 만에 가을 무대를 밟은 삼성이다. 특히 지난 1차전은 삼성라이온즈파크가 2016년 개장한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가을 야구라는 역사적인 의미도 있었다. 하지만 삼성은 수많은 대구 홈 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두산에게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었다.

투타 모두 문제점을 노출했다. 타선은 동점 혹은 역전을 노릴 수 있는 찬스에서 병살타가 터져나왔고, 1사 만루 찬스를 2번이나 놓치며 해결사가 나타나주지 않았다. 중심타선에선 솔로포 포함 멀티히트를 기록한 구자욱을 제외하고 4번 강민호와 5번 오재일이 무안타로 침묵했다.

마운드에선 ‘에이스’ 데이비드 뷰캐넌이 7이닝 3실점(2자책)으로 제 역할을 다했다. 2회초 실책으로 기록되지 않은 구자욱의 아쉬운 수비와 3루수 이원석의 포구 실책으로 실점했지만 뷰캐넌은 흔들리지 않았다. 3회부터 7회를 깔끔하게 막아냈다.

2-3에서 추격하는 점수가 나오지 않은 것은 아쉽지만, 한 점이라는 격차는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것이 야구다. 그런 의미에서 뷰캐넌 107구를 던지고 내려간 후, 삼성의 불펜 운용이 다소 아쉬웠다.

바둑 인공지능 ‘알파고’에서 따와 ‘허파고’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삼성 허삼영 감독이지만 이날의 ‘허파고’는 어딘가 고장난 듯한 선택으로 좋지 못한 결과를 도출했다.

마이크 몽고메리(삼성). ⓒ스포츠코리아
8회초 수비에서 허 감독은 좌완 마이크 몽고메리 카드를 꺼내들었다. 몽고메리는 올 시즌 11경기에 나섰는데 이는 모두 선발등판이었다. KBO리그에서 불펜 등판은 처음인 셈. 허 감독의 승부수였다.

몽고메리의 첫 상대는 두산의 1번 타자 ‘가을의 영웅’으로 불리는 정수빈. 정규시즌은 부진했지만 가을에 완전히 살아나 맹타를 휘두르고 있었다. 심지어 올해 몽고메리를 상대로 4타수 2안타라는 좋은 기억까지 갖고 있었다.

결국 몽고메리는 정수빈에게 안타를 맞았고 폭투까지 나오면서 불안함을 노출했다.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에게는 6타수 무안타로 강했지만, 그것마저 무색하게 연속안타를 허용했다. 이어 박건우를 병살타 처리하며 실점을 최소화한 것은 사실이지만, 경기 흐름을 고려해볼 때 두산이 가져간 이 한 점의 의미는 꽤 컸다.

실제로 8회말 삼성이 강한울의 땅볼로 한 점을 추격했지만, 이 실점 때문에 뒷맛이 씁쓸할 수밖에 없었다.

실점하고 마운드를 내려오는 오승환(삼성) ⓒ스포츠코리아
9회초 ‘끝판왕’ 오승환의 투입도 패인이 됐다. 우규민이 우타자 양석환과 허경민을 잘 처리하며 2아웃을 잡았지만, 좌타자 박세혁의 차례가 되자 언더투수인 우규민을 바꾸는 선택을 했다. 이때 우규민의 투구수는 9개.

하지만 오승환도 좌타자에게 약한 것은 매한가지였다. 올해 우타자 피안타율(0.215)에 비해 좌타자 피안타율(0.270)이 훨씬 높았다. 결국 오승환은 박세혁에게 뼈아픈 솔로 홈런을 허용했다. 정규시즌에 홈런이 없었던 박세혁의 시즌 첫 홈런이었다.

오승환의 올 시즌 평균 패스트볼 구속은 시속 145.7km였지만 이날은 시속 141~144km에 그치며 다소 구위가 떨어졌다. 박세혁에게 홈런을 허용한 공이 시속 141km 패스트볼이었다. 패스트볼이 힘을 잃자 자연스레 변화구의 효과도 떨어졌다. 결국 홈런 후에도 3연속 피안타로 한 점을 더 잃었다. 뒤늦게 최채흥이 나와 아웃카운트 하나를 늘렸지만, 한 점차로 추격하던 삼성은 이로 인해 3-6으로 점수가 벌어지고 말았다.

9회말 구자욱의 홈런이 나왔지만 때가 너무 늦어버렸다. 이미 엎질러진 물을 쓸어담을 수는 없었다.

삼성은 이제 위기에 처했다. 역대 33번의 KBO리그 PO(1999, 2000년 양대리그 제외)에서 1차전을 패한 팀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경우는 6번밖에 되지 않는다. 약 18.2%의 확률에 불과하다.

준PO를 포함한 PS 전체에서 열린 3전 2선승제 시리즈로 경우를 축소시키면 1차전 승리 팀이 그다음 시리즈에 진출한 경우는 18번 중 단 한 차례도 없다. 단기전일수록 1차전이 갖는 의미가 크다는 것을 지난 사례들이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기적을 일궈내기 위해선 삼성의 정규시즌 약진의 큰 이유로 꼽히는 ‘허파고’ 허삼영 감독의 날카로운 감이 살아나야 한다. 벼랑끝에 몰린 허 감독이 10일 잠실서 열리는 2차전에서는 어떤 묘수를 들고 올 것인지에 올해 PO의 향방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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