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시절 '안타제조기'로 불렸던 고 장효조. 사진은 삼성시절 모습.
지난주에 이어 프로야구 선수들의 재테크 및 자산 관리에 대해 살펴보자.

‘배트를 거꾸로 잡아도 3할은 친다’는 극찬을 들은 ‘안타 제조기’ 장효조(1956~2011)는 삼성, 롯데를 거치며 사상 초유의 3연속 타격왕(1985~87), 역대 최고 통산타율(0.331)을 기록했다.

이는 본인의 타고난 타격 감각과 끈질긴 노력의 산물이지만 대구 지역 인사들로 이뤄진 개인 후원회의 열성어린 지원도 한몫을 한다. 장효조 후원회는 요즘과 달리 조직을 갖췄고, 개인적인 지원은 물론 자산관리에도 자문을 적극적으로 했다.

선수가 훈련 및 경기에 몰두하는 만큼 연봉이 많아도 어디 투자하거나 예-적금을 알뜰히 하기는 어려운 실정. 후원회 회원중 금융인들이 장효조의 자금 관리를 맡아 대구 시내에 조그마한 빌딩(3층 상가 건물)을 구입해줬고, 장효조는 그 덕분에 은퇴후 여유있는 삶을 살았다.

FA(자유계약선수) 계약 덕분에 요즘 스타 플레이어들은 장효조보다 훨씬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개인 후원회가 구성돼 선수들 자산 관리에 나선다는 뉴스를 접하기 어렵다. 많이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돈으로 어떻게 평생 먹고 살 재산을 형성하는가도 중요하다. 80억원 이상 FA 계약으로 한번에 거금을 만지는 선수들이야 조그마한 빌딩이나 아파트를 사면 노후 걱정을 잊을 수 있다.

그렇지 않고 4년에 걸쳐 받는 20억~30억원 FA 계약을 하거나 연봉 3억원(월 급여 2,500만원) 이하의 선수들은 어디 투자하기가 애매하다. 주식 투자를 잘못하면 적지 않은 손실을 볼 수 있고, 사기꾼의 꾐에 빠지면 일시에 몇억원을 날릴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선수 생활에 큰 지장을 초래해 개인은 물론 구단의 피해도 무시하지 못한다. 초중고시절 야구만 해온 선수들은 세상 물정을 잘 모르고 남의 말에 쉽게 넘어갈 수 있다.

그런 탓에 구단에서 연봉 계약후 해당 선수의 자금계획에 관해 간략하나마 상담을 해주면 좋은데, 현재로서는 개인의 판단과 계획에 맡기고 있어 아쉬운 면이 없지 않다.

물론 고액 FA 선수는 에이전트 회사에서 연봉 관리에 대한 자문을 해주기도 하지만 에이전트가 없는 선수들은 스스로의 판단이나 지인들의 어드바이스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선수들이 말을 안해서 그렇지, 수십억원의 FA 계약을 했을 때 친인척들의 도움 요청에 끊임없이 시달리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이다. 특히 형제들이 소규모 개업 및 창업 지원을 부탁하면 거절하기가 어렵다. 이럴 경우, 선수 개인이 훈련이나 경기에 몰입하기가 쉽지 않다.문자나 카톡, 직접 연락으로 선수를 괴롭힌다면 그 선수는 ‘벙어리 냉가슴’을 앓아 성적 부진의 한 요인이 될수 있다.

그러므로 에이전트 회사에서는 계약과 동시에 세밀한 가족 상황을 체크해 일어날 수 있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선수와 협의를 하는 게 좋다. 다시 말해, 자산 관리의 후견인 역할을 하거나 투자 전문가를 선정, 소개해 주는 일까지 떠맡는다면 에이전트는 관련 수입이 늘어서 좋고 선수는 자산관리의 안전성을 확보해 이득이다.

스타급이 아닌 선수들은 구단들이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 범위내에서 간략하게 자산관리 방법을 몇가지 소개및 안내하는 게 적절하다. 수백억원씩 연봉 계약을 하는 메이저리그 선수들이야 전문 투자회사와 연결이 돼 있지만 KBO 리그는 빅리그에 비해 연봉 규모가 매우 작으므로 에이전트나 구단의 역할 및 도움이 아직은 필요하다.

지난해 11월 작고한 ‘축구의 신’ 마라도나의 유산 537억원을 놓고 자식과 형제 16명이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는데, 이는 KBO 리그의 슈퍼 스타들에게 꼭 남의 일이라고 보기 어렵다.

‘1000억원대 자산가(연봉수입 기준)’인 추신수(39.SK)의 복귀로 그의 초등학교 동기인 이대호(롯데)와 함께 500억원 이상 연봉 갑부가 2명이나 됐으므로 ‘마라도나의 유산 다툼’은 KBO리그에서도 머지않은 미래의 일이지 않을까.본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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