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홍원기 신임감독

지난 21일 키움 히어로즈의 제6대 사령탑으로 선임된 홍원기 감독의 연봉이 눈길을 끈다. 계약기간 2년에 연봉과 계약금 각 2억원.

같은 2년 계약이지만 LG 류지현(연봉 3억원), SK 김원형(연봉 2억5천만원) 신임감독보다 적다. 왜 키움은 홍 감독에게 가장 적은 연봉을 적용했을까? 독립구단이라 돈이 없어서?

키움은 신인 장재영(우완투수)에게 역대 2위인 계약금 9억원을 안겼다(최고는 2006년 KIA 한기주의 10억원, 지금 돈으로는 20억~25억원). 구단에서 선수에게 계약금이나 연봉을 많이 주는데 대해 시비 걸 일은 하나도 없다. 지나치게 많은 건 지적할 수가 있다.

롯데 신인 투수 김진욱은 3억 7000만원에 그쳤다. 장재영 계약금의 41.1%에 불과하다. 돈으로 선수의 가치를 비교할 순 없지만 김진욱은 고교 통산 16승(3패)과 평균 자책점 1.83을 자랑하는 그야말로 고교 최대어였다.

강릉고 개교 이래 첫 전국대회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장재영은 시속 150km대의 강속구(비공식 최고 157km)를 내세워 주목을 받았고, ‘미래의 키움 에이스’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장재영의 컨트롤은 낙제점에 가깝다. 청룡기 대회 대구고와의 32강전에서 20개의 투구중 16개를 볼 판정받을 정도로 제구 불안을 지녔다. 투수의 공이 아무리 빨라도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면 ‘꿈나무’일뿐 1군 실전용은 아니다.

더구나 장재영은 컨트롤을 위해 볼의 스피드를 줄이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물론 이는 키움 코치들에 의해 다듬어지겠지만 150km대의 강속구 하나에 9억을 투자한 것은 지나쳐 보인다.

투자한 것은 그렇다 치고, 새 감독을 영입하면서 ‘10구단 최저급’인 연봉 2억원의 인색한 계약을 한 것은 전략적이지 못해 보인다. 일반적으로 감독의 연봉은 스타 플레이어의 수준에 한참 못미친다. 승리에 대한 기여도가 낮다는 평가에서다. 과연 그럴까?

새해부터 키움 히어로즈를 이끌 홍원기 신임감독(왼쪽)과 고형욱 신임단장이 주먹을 부딪히며 인사하고 있다.

10승 투수와 감독중 누가 팀에 대한 기여도가 높을까? 메이저리그(ML) 통계에 감독이 승부에 영향을 미치는 수치는 5%라고 한다. 하지만 KBO 리그에서는 감독이 보내기 번트, 런앤 히트 등 승부에 개입하는 사례가 ML보다 많기 때문에 그 수치가 8~10%로 올라간다.

그렇다면 감독이 10승 투수보다 승리 기여도가 높거나 비슷하다고 볼수 있다(10승 투수는늘 중간계투와 마무리의 도움을 받음). 물론 구단의 상품성은 10승 투수가 감독보다 훨씬 높다. 하지만 키움처럼 포스트시즌 진출, 나아가 한국시리즈행의 열쇠를 쥐고 있는 감독을 영입하면서 자존심상하는 연봉을 제시한 것은 결코 지혜롭지 못하다.

좀 나쁘게 표현하면 “영광스러운 감독 자리에 앉히는데, 이 정도의 연봉도 괜찮지?”라는 구단의 비아냥이 깔려 있을 수도 있다. 물론 홍원기 감독은 연봉 액수에 개의치 않고 있다. 홍 감독은 “선수 훈련 잘 시켜 좋은 성적 내는게 중요하지 연봉은 신경쓰지 않는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새달 1일부터 스프링캠프 출발의 총성이 울리면 연봉 이야기는 쑥 들어갈 수밖에 없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라는 말이 있듯이 “연봉은 성적순이 아니잖아”라는 홍 감독의 반란아닌 반란을 기대해본다. 본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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