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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창원=윤승재 기자] 뚝 떨어지는 포크볼에 타자가 헛스윙을 하는 순간, 원종현은 속 안 깊숙이 꾹꾹 눌러둔 감정을 모두 쏟아내며 환호성을 질렀다. 그리고 마운드를 향해 달려오는 포수 양의지를 얼싸 안으며 기쁨의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원종현이 흘린 눈물의 의미는 컸다. 그동안의 힘들었던 순간들이 눈물로 응축돼 쏟아져 내렸다. 한 차례의 방출, 그리고 길었던 2군 생활, 대장암 투병까지. ‘인간승리의 표본’이라 불릴 만큼 많은 시련을 겪어왔던 그였기에, 그의 눈물과 이번 우승은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한국시리즈 무대에 선다는 게 영광인데, 생각지도 못했던 그 순간에 서있어서 너무 기뻤고 감격스러웠어요. 우승 순간 다 끝났다는 생각에 (양)의지를 껴안고 우는 등 제가 계획에 없던 행동들을 하더라고요. 그 동안 오랜 2군 생활이나 투병 생활이나 힘든 시간이 정말 많았는데, 그 때 참았던 눈물들이 한꺼번에 그 때 쏟아져 나온 것 같아요.”

앞서 언급했듯이 원종현의 프로 생활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2006년 LG의 지명을 받았지만 팔꿈치 부상으로 1군 출장 기록 없이 방출을 당했고, 2010년엔 무적상태에서 팔꿈치 수술을 받으며 기약 없는 날을 보내야 했다.

지난 2015년 대장암 완치 판정 후 플레이오프 1차전 시구자로 나선 원종현. 스포츠코리아 제공
그러던 중 원종현은 2011년 NC의 창단 소식과 함께 트라이아웃 기회를 잡았고, NC 다이노스의 창단 멤버로서 프로 생활을 다시 이어가게 됐다. 그러나 이후에도 2군 생활은 계속됐다. 2013년 첫 해 단 한 번도 1군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당시 “1군에서 딱 공 1개만 던져보고 싶다”라고 말할 정도로 간절함이 컸다.

“그 전에도 2군 생활을 너무 많이 하다보니까, 문득 NC에서도 또 한 번 방출을 당할 수도 있겠구나, 야구를 그만 둘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었죠. 하지만 그랬던 아픈 경험이 있었기에 매 순간 마지막이라는 간절함으로 공을 던지게 됐어요. 그랬더니 조금씩 기회가 찾아왔던 것 같아요.”

이후 원종현은 2014년 개막과 함께 꿈에 그리던 1군 무대를 밟았다. 73경기에 나와 5승 3패 1세이브 11홀드를 기록하면서 지난 날의 아픔을 모두 씻어내는 듯 했다. 하지만 이듬해 대장암이 발병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들으면서 원종현에게 다시 시련이 찾아왔다. 이후 수술대에 오른 원종현은 12차례나 항암치료를 받는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야말로 시련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원종현은 포기하지 않고 꿋꿋하게 병마와 싸워 이겨냈다. 2016년 다시 마운드로 돌아온 그는 이후 5년 동안 NC 불펜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내며 마운드를 탄탄히 지켜냈다. 지난 시즌 다시 팀의 마무리 투수로 복귀한 그는 31세이브 평균자책점 3.90을 기록하며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고, 이번 시즌에도 30세이브 고지를 밟으며 팀의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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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 시즌에도 시련은 있었다. 불안한 불펜진 상황 속에 원종현 홀로 뒷문을 막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원종현도 여름이 다가오자 조금씩 버거워하는 모습을 보였고, 결국 NC는 트레이드를 통해 불펜 자원을 영입하며 뒷문을 강화했다. 이 때 KIA의 마무리투수였던 문경찬이 새롭게 팀에 합류했는데, 원종현이 마무리 자리를 뺏기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러나 이동욱 감독은 “우리 팀 마무리 투수는 원종현이다”라고 못을 박으며 원종현을 끝까지 믿었다. 조금 두터워진 불펜진 덕인지 원종현도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기 시작했고, 원종현은 9월 8세이브에 10월 평균자책점 2.25를 기록하며 부활에 성공했다. 그리고 대망의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4경기에 나와 3⅔이닝 무실점 2세이브 완벽투를 선보이며 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감독님이 믿어주시니까 책임감과 부담감도 더해지긴 했지만 ‘내가 더 잘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었어요. 그래서 한국시리즈 준비를 정말 열심히 했죠. 마무리투수로서 시즌 때 불안했던 점과 약점을 다시 돌이켜보면서 보완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었는데, 한국시리즈에서 잘 막아낼 수 있어서 기뻤죠. 시즌 동안 힘들었는데 이제 끝났다는 생각에 눈물이 막 흘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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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의 순간, 원종현은 누구를 가장 먼저 떠올렸을까. 원종현은 자신이 힘들었을 때 오랜 시간 옆에 있어준 아내를 생각했다.

“제가 아플 때도 힘들 때도 항상 옆에서 위로해준 아내가 생각이 나더라고요. 아내가 정말 고생이 많았어요. 제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이라 제가 힘들어했던 모습을 다 본 사람인데, 칭찬도 위로도 받으면서 큰 힘을 받았죠. (우승하고 나서 뭐라고 하시던가요) 우승 금메달을 줬는데 정말 좋아하더라고요. 이젠 우승반지도 껴줘야죠(웃음).”

우승 후 휴식을 취하면서 아내와 육아에 전념하고 있다는 원종현이지만, 시선은 벌써 내년 시즌을 향해 있다. 원종현은 “휴식을 잘 취해서 내년 시즌 준비해야죠”라면서 “올해 부족했던 점이 많았는데 조금씩 변화를 주고 잘 보완해서 내년 시즌 더 좋은 모습으로 마운드에 서야죠”라며 내년 시즌의 각오를 단단히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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