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지현 LG감독.
SK 김원형 감독(48)과 LG 류지현 감독(49)이 최근 새 사령탑으로 계약을 맺어 FA(자유계약선수) 영입 등 내년 시즌 전력보강에 힘을 쏟고 있다. 이들이 계약기간인 2년내 5강 이상의 성적을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선수 부상 방지에 크게 유의해야 한다. 그러자면 내년 2월초부터 시작되는 스프링캠프때 매일 매일 기온을 잘 살펴야 한다. 훈련 시간의 기온이, 정형외과 의사들이 부상 및 수술 위험이 크다는 영상 7도를 밑돌면 기술훈련을 중단해야 된다. 타격과 투구로 인한 어깨와 팔꿈치의 충격으로 뼈와 근육의 손상을 입기 쉽기 때문이다.

날씨가 추우면 러닝, 웨이트 트레이닝, 코어 강화 훈련에만 집중해야 한다. 기아 타이거즈의 맷 윌리엄스 감독이 지난 15일부터 30일까지 마무리훈련을 하면서 프로야구 출범이후 10개팀 통틀어 처음으로 타자들이 타격을 하거나 투수들이 공을 던지는 걸 금지시켰다. 메이저리그처럼 추운 날씨에 기술훈련을 하지 않는 원칙을 지킨 덕분에 선수들은 새 훈련방식에 크게 만족했다고 한다.

두 번째, 시즌을 준비하면서 보내기번트의 장단점을 잘 궁리해 실전에서 얼마만큼 써먹을지 원칙을 확고히 세워야 한다. 지금처럼 귀중한 아웃카운트 하나를 날리면서 경기 초반에도 보내기번트를 시도하는 게 득점력을 높이는지를 잘 따져 신인 사령탑답게 과감하게 변화를 가져야 한다.

최근 2,3년간의 투수별, 이닝별, 득점 상황별, 타자의 수행능력 등을 면밀히 비교, 고찰해 보내기번트의 실효성을 철저히 점검해봄직 하다. 코치들과의 토론을 거쳐도 좋고 전력분석팀에 과제를 주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보내기번트보다 선수별 도루 능력을 향상시키는게 득점에 유리해 보이지만 장단점을 잘 살펴야 한다.

세 번째, ‘런앤히트 작전’을 얼마나 자주 구사해야 하는지도 연구대상이다. 무사 혹은 1사 1루 때 런앤히트 작전을 신속하게 걸어 1루 주자를 홈까지 불러 들이는 그 짜릿한 맛은 감독이라면 잊을 수가 없다.

하지만 런앤히트 작전은 ‘득(得)’보다 ‘독(毒)’이 되는 경우가 더 많다. 감독들이 성공한 케이스만 깊이 기억하고 실패했을때는 빨리 잊어 먹기 때문에 런앤히트작전을 신봉한다.

많은 사례를 들 수 있지만 지난 18일 NC-두산의 한국시리즈 2차전이 대표적이다. NC는 4대5로 아깝게 졌는데 5개의 더블 아웃이 아니었으면 NC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나 시리즈는 4승 2패가 아닌 4승 무패로 NC가 원사이드로 가져갈 수 있었다.

5개의 더블아웃이 왜 나왔을까? 5개중 3개는 NC 벤치의 무리한 런앤히트 작전 탓이었다. 만약, 두산이 한국시리즈를 차지했다면 NC 이동욱감독의 지나친 런앤히트 작전은 두고두고 패인분석의 도마에 오를수 있었다.

김원형 SK감독.

보내기번트와 런앤히트의 실효성 연구는 신인 감독이 맡은 SK와 LG뿐 아니라 전 구단의 과제인데, 어쨌든 신인 사령탑부터 적폐를 없앤다는 신념으로 철저히 파헤쳤으면 한다.

“아무도 새 포도주를 헌 가죽 부대에 담지 않는다. 그렇게 하면 포도주가 부대를 터뜨려 포도주도 부대도 버리게 된다.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성경 구절은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지도자들은 귀담아 들을만 하다.

이밖에, 선수와의 소통이 중요하긴 하지만 팀 통솔에는 강력한 리더십이 우선이다. 40대 신임 사령탑인 만큼 경험있는 선배 코치를 보좌케 하면 ‘신구 조화’를 이뤄 전력 극대화를 만들수 있지만 이미 코치진 구성을 끝내 아쉽다. 선배 감독이나 원로야구인들을 자주 만나 지혜와 경륜을 빌리는 것도 현명한 처사다.

또 한명의 새 사령탑은 메이저리그 출신 한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48)이다. 한화는 수베로 감독에 대해 “팀 개혁을 위해 다양한 시각을 가진 육성전문가”라고 선임의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필자는 수베로감독의 성공에 대해 다소 회의적이다. 부임 3년차에 한국시리즈 우승 달성? 결코 쉽지 않다. 한국 야구를 너무 우습게 안다.

팀을 크게 바꾸려면 팀 사정이 어떻고 현재 선수들의 모습은 어떤지 빨리 파악을 해야 한다. 그런데 수베로 감독은 스프링캠프를 앞둔 내년 1월말에야 팀에 합류하니 언제 개혁의 청사진을 마련할지 적이 걱정된다.

한국 문화, 한국 음식에 얼른 적응을 해야 선수 지도를 수월히 할수 있게 된다. 한국 프로야구도 시즌 들어가 실전에서 익힌다면 내년 한시즌은 기대만치의 성적을 내기 힘들수 있다(맷 윌리엄스 감독은 지난해 취임직후 11월 한달간 선수들 훈련을 지켜보며 팀 전력을 세세히 파악한바 있음).

손자병법에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고 했다. 남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말이다. 남을 모르고 나만 알면 백번싸워도 백번 모두 위태롭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스프링캠프가 시작돼서야 남을 알기 시작하면 그때는 시즌 준비가 늦은 것이다. 한화 구단이 수베로감독을 설득해 내년 1월초 앞당겨 입국케 하는게 ‘첫 외국인 감독 성공’의 지름길이 아닐까. 본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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