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창원=윤승재 기자] “강진에서 돌멩이 주워가며 훈련했던 때가 생각나네요.”

정규시즌 우승을 이룬 뒤 이동욱 NC 다이노스 감독은 문득 강진 캠프 시절을 떠올렸다. 2011년 10월, 아홉 번째 심장이 뛰기 시작한 그 때를.

2011년 창단 후 NC 다이노스는 강진 베이스볼파크에 첫 훈련캠프를 차렸다. 김경문 초대 감독과 코치진, 그리고 2011년 신인 드래프트로 뽑힌 신인 선수들과 트라이아웃을 통해 프로에 도전하고 싶은 선수들이 한자리에 모여 KBO 9번째 구단으로서의 첫 발걸음을 내딛었다.

사진은 2012년 강진에서 열린 NC의 퓨처스 첫 경기. ⓒNC다이노스
하지만 생각보다 상황은 좋지 않았다. 열악한 시설에 운동장이 고르지 않아 훈련 전 돌멩이를 걸러내는 일은 필수였고, 선수단 대부분이 신인 선수들이고 방출 선수들이다보니 실력도 좋지 않았다. 1군이 정말 멀게만 느껴졌다.

혹독한 훈련이 이어졌다. 매일같이 열 박스 씩 펑고를 받아내고 수비 라운딩을 돌았다. 실책 없이 한 바퀴를 돌면 휴식이지만 좀처럼 통과하지 못했다. 그렇게 훈련은 계속됐다. 얼마나 혹독했냐면 박민우가 “그때만 생각하면 선수들이 치를 떤다. 정말 정말 힘들었다”라고 회상할 정도.

하지만 그 덕에 젊은 선수들은 짧은 기간 동안 성장을 거듭하며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당시 창단 코치 멤버였던 전준호 코치는 "선수들은 물론 코칭 스태프, 프런트 모두가 고생이 많았다. 훈련량이 많아 힘들었지만, 모두 의지를 가지고 열심히 해줬다. 힘들었지만 선수들의 성장을 보며 코치 입장에서 보람찼던 날들이었다“라고 회상했다.

2011년 강진 캠프서 훈련 중인 NC 창단 멤버 선수들. 연합뉴스 제공
특히 나성범에겐 ‘신의 한수’가 된 강진 캠프였다. 투수로 입단했던 나성범은 김경문 감독의 제안으로 이 강진 캠프에서 타자로 전향했다. 이후 나성범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로 거듭났고, 이제는 메이저리그 도전까지 앞두고 있다.

나성범은 “좋은 코칭스태프와 좋은 감독님을 만난 것 같다. 포지션 변경과 김경문 감독님의 믿음 덕에 기회를 많이 받았고 그래서 이 자리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것 같다”라며 당시 코치진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또 다른 강진 멤버 박민우 역시 강진 캠프 기간이 고된 시간이었지만 알찬 시간이었다고 이야기했다.

이랬던 나날이 있었기에 NC는 빠르게 1군에 안착할 수 있었고, 1군 데뷔 시즌부터 탈꼴찌에 성공한 데 이어 이후 4년 연속 가을야구에 오르며 강팀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그리고 2020년, NC는 창단 9년 만에 우승을 차지하며 역대 신생팀 최단기간 우승 기록을 달성했다.

2013년 1군 진입 당시 나성범과 박민우. 스포츠코리아 제공
창단 멤버 지연규 코치는 “9년 전만 해도 열악했던 환경의 팀이었는데 정말 빠르게 우승을 차지했다. 이렇게 빠르게 우승할 수 있었던 건 그 힘들었던 강진 캠프에서의 노력과 성장,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들의 꾸준한 노고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라며 선수단의 노력에 아낌없는 칭찬을 건넸다.

이젠 어엿한 슈퍼스타가 된 선수들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전준호 코치는 “나성범과 박민우 등 백지 상태로 만나 우리가 그림을 잘 그려줘야 하는 선수들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 KBO를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했다. 걸음마부터 시작해 스타급 선수로 성장해 고맙고, NC, 더 나아가 한국을 대표할만한 선수로 성장해 더 고맙다”라며 감개무량해 했다.

또 다른 창단 멤버 한문연 코치 역시 “어렸을 때(20세) 강진에서부터 봐왔던 꼬마들이 벌써 우승 멤버가 됐다. 성장한 모습을 보면 깜짝깜짝 놀랜다"라고 웃으면서 "이 선수들 덕분에 남의 일인줄만 알았던 우승을 우리가 할 수 있게 됐다”라며 선수들을 자랑스러워했다.

9년이란 시간 동안 NC는 빠르게 성장했다. 강진 흙바닥이 메이저리그식 최신식 구장으로, 오합지졸의 선수들이 우승멤버가 됐다. 강진에서 잘 닦아 놓은 기반이 9년 만에 빛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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