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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고척=윤승재 기자] 평소 ‘포커페이스’를 잘 유지하던 양의지였지만 이번 한국시리즈에선 달랐다. 6차전 우승을 확정지은 후 양의지는 동료들과 얼싸안고 기뻐하다 그라운드에 드러눕기도 하고, 조금 뒤에는 펑펑 울며 동료들과 우승의 기쁨을 나누기도 했다.

두산에서 5번의 한국시리즈를 경험하며 우승의 기쁨도 맛보고 준우승의 좌절도 해보며 산전수전 다 겪어본 양의지지만 긴장이 될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이적 후 맞이한 첫 한국시리즈이기도 하고, 그것도 친정팀을 상대해야 한다는 점에서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시작부터 ‘양의지 시리즈’라고 불리우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상당했다.

그런 의미에서 우승 직후 지른 양의지의 환호성과 눈물은 불가항력이었다. 시리즈 내내 괴롭혔던 긴장감과 부담감 모두가 한꺼번에 해소되면서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경기 후 양의지는 눈물을 흘린 것에 대해 “지난 시간들이 많이 생각났다. 힘들었던 게 생각이 많이 나서 감정이 폭발했다”라고 고백했다.

감격의 눈물과 함께 우승의 기쁨도 정신없이 나눴다. 마지막 삼진을 잡자마자 양의지는 마운드로 달려가 마무리 투수 원종현을 부둥켜 안았고, 모여든 선수들과 함께 방방 뛰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환호는 양의지가 그라운드 위에 드러누울 때까지 계속됐다. 양의지는 “원종현을 껴안고 그 뒤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 딱 눈 떠보니까 내가 누워있더라”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정말 정신없이 우승의 기쁨을 맛본 양의지였다.

양의지는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시리즈 MVP‘ 선정됐다. 2016년 두산 시절 NC를 상대로 한 한국시리즈에서 MVP를 수상한 양의지는 4년 뒤 반대의 팀에서 친정팀을 상대로 MVP를 수상했다. 2개 팀에서 한국시리즈 MVP에 선정된 건 KBO 역사상 처음이기도 하다. 이에 그는 “우승 하나만 보고 달려 왔다. 새 팀에 이적해 새롭게 도전해 보려 했는데, 큰 상까지 받게 돼 기분이 좋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환호와 감격이 가득한 양의지의 이날 밤은 유독 길 예정이다. 양의지는 “기억이 안날 정도로 한 잔 마시고 싶고. 잠을 푹 자고 싶다”라며 우승의 여운을 즐기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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